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캐나다, 멕시코, 중국을 대상으로 관세 부과를 결정한 가운데 이들 국가 역시 보복관세 등을 예고하며 맞대응에 나섰다. 아울러 미국 내부에서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등 트럼프의 관세 계획이 시작도 하기 전에 난관에 부딪힌 가운데 막판 협상이 이뤄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1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열고 "오늘 밤 나는 미국의 무역 조치에 대응해 캐나다가 1550억 캐나다달러(약 155조3500억원) 규모의 미국산 상품에 대해 25% 관세로 대응할 것임을 발표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선 미국의 대캐나다 관세가 발효되는 4일부터 300억 캐나다달러 규모의 미국산 상품에 즉각적으로 관세를 부과하고 21일 후 나머지 1250억 캐나다달러의 미국산 상품에 관세를 부과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과일부터 의류, 스포츠 용품, 가전기기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상품을 대상으로 관세가 부과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트뤼도 총리는 "캐나다에 대한 관세는 당신들 일자리를 위태롭게 하며 미국 내 자동차 조립 공장과 기타 제조 시설의 폐쇄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며 핵심 광물 및 에너지 공급 등 측면에서 비관세 조치도 고려 중이라고 덧붙였다. 캐나다는 대미국 최대 원유 수출국으로, 캐나다가 에너지 공급에서 제동을 걸면 트럼프가 추구하던 미국의 에너지 안보 및 물가 안정 계획이 틀어질 수 있다.
중국 정부 역시 트럼프의 관세에 맞대응할 것임을 시사했다. 중국 외교부는 이날 성명을 통해 "정당한 권익을 확고히 수호하기 위해 필요한 반격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고, 상무부는 "미국의 이러한 잘못된 조치에 대해 중국은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할 것이며, 상응하는 반격 조치를 취해 정당한 권익을 확고히 수호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들 국가는 트럼프 1기 당시에도 미국과 각종 충돌을 빚었고, 그동안 트럼프 2기에 대한 준비를 해 온 만큼 발 빠르게 대처에 나선 모습이다. 아울러 미국 경제계 역시 트럼프의 관세 강행이 경제와 인플레이션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노조원 40만명을 거느린 전미자동차노조(UAW)의 숀 페인 위원장은 "우리는 이민 문제나 마약 정책과 관련된 분쟁에서 공장 노동자들을 협상의 도구로 사용하는 것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말했고, 미국 석유화학제조업협회(AFPM)는 “북미 이웃 국가들과 신속히 해결책을 마련해 소비자들이 그 영향을 느끼기 전에 원유, 정제 및 석유화학 제품이 관세 일정에서 제외되길 바란다”고 요청했다. 글로벌 경제 분석 기관 캐피털이코노믹스는 트럼프가 캐나다와 멕시코에 25% 관세 강행 시 미국 인플레이션이 3.2%까지 상승하며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목표치인 2%에서 더욱 멀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캐나다, 멕시코, 중국 모두 미국과 협력할 가능성을 내비쳤고, 트럼프 역시 당초 1일부터 시행하기로 한 관세를 4일로 미루는 등 여지를 둔 만큼 막판 타결이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백악관은 이날 크리스티 놈 국토안보부 장관이 캐나다가 공중 보건 분야에서 미국과 협력하기 위해 충분한 조치를 취했는지를 검토할 것이라며 만일 충분한 조치가 이뤄졌다고 트럼프가 판단하면 캐나다에 대한 관세가 철폐될 수 있다고 발표했다.
미국 싱크탱크 애틀랜틱카운슬의 제이슨 마르차크 라틴아메리카센터 부소장은 최근 콜롬비아가 트럼프의 관세 위협 이후 미국의 이민자 정책을 수용하기로 한 것을 가리키며 "트럼프는 관세가 빠른 (협상) 승리를 가져올 수 있다는 증거로 지난주 일요일 콜롬비아에 대한 관세 위협의 승리를 생각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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