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나마 운하를 둘러싼 미국과 중국, 파나마 간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파나마 운하에서 중국의 영향력 축소를 위해 미국이 ‘운하 통제권 반환’ 카드를 꺼내들며 파나마를 압박하고 있는 가운데, ‘트럼프 1기’부터 중국과 급속도로 밀착해왔던 파나마는 일대일로(一帶一路·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연결하는 육상·해상 실크로드) 탈퇴를 언급하는 등 중국과의 관계 변화를 시사했다.
파나마 간 美루비오 "中 영향력 안 빼면 조치"...트럼프 "군대는 필요 없을 듯"
2일(현지시간) 미국 국무부는 대변인 명의 성명을 통해 마코 루비오 장관이 이날 파나마시티 대통령 궁에서 호세 라울 물리노 파나마 대통령과 회담했다고 밝혔다. 국무부는 성명에서 “루비오 장관은 파나마 운하에 대한 중국의 통제력이 위협적이며 중립성을 담보해야 한다는 (미국과의) 조약을 위반하는 것이라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예비 결정을 파나마 측에 알렸다”고 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현상 유지를 용납할 수 없으며 즉각적인 변화가 없다면 조약에 따른 미국의 권리를 보호하는 데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했다. 미국이 문제 삼고 있는 것은 홍콩계 기업인 CK 허치슨 홀딩스의 자회사가 파나마 운하 양끝에 있는 2개 항구(발보아·크리스토발)를 운영하고 있는 점이다. 즉 운하 운영에 있어 중국 기업을 배제하라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식 취임 전부터 “중국이 파나마 운하를 운영하고 있다”면서 이를 시정하지 않을 경우 1999년 파나마에 이양한 운하 통제권을 환수할 수 있다고 파나마를 압박해왔다. 해외 첫 방문지로 파나마를 찾은 루비오 장관이 트럼프 대통령의 파나마 운하에 대한 중국 영향력 축소 의지를 재확인한 셈이다. AP 통신은 이날 미 국무부의 성명에 대해 “이례적으로 직설적이었다”면서 “외교 정책에 있어 트럼프가 설정한 기조와 톤을 고수했다”고 평가했다.
다만 지난달까지만 해도 파나마 운하 장악을 위해 군사력 투입도 불사하겠다던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중국이 파나마 운하를 소유하는 것을 막겠다면서도 “파나마에 군대가 필요할 것 같지는 않다”며 파나마와의 협상 여지를 남겨뒀다.
트럼프 1기 때 中과 밀착하던 파나마...일대일로 조기 종료 언급
파나마는 이에 대해 파나마 운하 통제권은 논의의 대상이 아니라고 선을 그으며 미국에 맞서고 있다. 물리노 대통령은 이날 회담에 대해 “정중하고 긍정적이었다”고 평가하며 "조약과 그 유효성에 대한 실질적인 위협은 없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파나마 운하 통제·운영과 관련한 주권은 (외국 정부와의) 논의 대상이 아니다. 운하는 파나마가 운영하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강조했다.파나마는 대신 중국이 파나마 운하에 대해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미국의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적극 협력한다는 방침이다. 물리노 대통령은 미국의 의구심을 해소하기 위한 기술적 수준의 검토 협의체를 이날 루비오 장관에게 제의했다고 AFP는 보도했다.
또한 트럼프 1기 당시인 2017년 오랜 수교국이던 대만과 외교 관계를 단절하고 중국과 국교를 수립하며 중국과 급속도로 밀착했던 파나마는 미국의 압박에 따라 중국과 거리 두기에도 나설 전망이다. 물리노 대통령은 이날 일대일로 관련 협정 효력을 조기에 종료할 수 있다면서 “관련 협정을 갱신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파나마는 2017년 중국과 수교 후 중남미 국가 최초로 일대일로 프로젝트에 동참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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