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자유무역 질서를 뒤흔들 트럼프발(發) 관세 전쟁이 확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캐나다·멕시코·중국에 ‘관세 폭탄’을 투하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유럽연합(EU)에도 곧 관세 폭격을 감행할 것을 예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공격을 받은 3국은 보복관세 부과와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등 맞대응에 나섰고, EU 역시 관세 부과 시 단호하게 대응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2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워싱턴DC 인근 앤드루스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EU에 확실히 새로운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EU에 대한 관세 부과 시점과 관련해서는 “시간표가 있다고 말하지는 않겠지만 그것은 매우 곧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EU와의 무역 거래에서 3500억 달러(약 513조원) 이상 적자를 보고 있다며 “EU는 미국산 차, 농산물 등 아무것도 가져가지 않지만 우리는 EU로부터 수백만 대의 차, 엄청난 양의 농산물을 사들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그는 “장기적으로 미국은 사실상 전 세계의 거의 모든 국가로부터 갈취당해왔다”며 “우리는 거의 모든 국가와의 무역에서 적자를 보고 있는데 이를 바꿀 것”이라고 강조했다. ‘거의 모든 국가’라고 트럼프 대통령이 명시한 만큼 보편 관세 부과 정책을 실행·확대할 것임을 내비친 발언으로 풀이된다. 이번 관세 조치로 미국 국민이 받을 타격과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은 “단기적으로 약간의 고통이 있을 수 있으나 국민들은 이해할 것”이라고 재차 언급했다. 앞서 그는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관세 조치와 관련해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 것이며 이 모든 것은 지불할 가치가 있을 것”이라고 적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행정명령을 통해 오는 4일부터 캐나다와 멕시코에 25%, 중국에 추가 10%의 관세를 전면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관세 부과 대상 국가들은 즉각 대응했다. 캐나다는 전날 자국에 대한 미국의 25% 관세 부과에 맞서 똑같이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으며 4일부터 관세가 부과될 상세한 제품 목록을 공개했다. 여기에는 꿀, 토마토, 위스키, 냉장고, 변기 등 미국산 제품이 망라돼 있다. 캐나다는 전체적으로 모두 1550억 캐나다달러(약 155조6000억원) 상당의 미국산 제품에 관세를 부과한다는 방침이다. 나아가 캐나다는 무역협정 위반을 이유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조치를 WTO에 제소키로 했다. 멕시코도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에 대한 구체적인 조치를 3일 발표하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중국도 WTO에 제소할 계획임을 밝혔다.
관세 부과 전 극적 타결 가능성도
‘눈에는 눈, 이에는 이’로 대응하는 복수의 악순환이 예상되는 가운데 4일 관세 부과 전에 극적 타협이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엄청나게 드라마틱한 것을 기대하지는 않는다”면서도 3일 오전 캐나다, 멕시코 정상과 통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미국계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현재로서는 관세 부과 절차가 진행되고 있지만 “행정명령 발효 직전 마지막 순간에 타협될 여지도 있다”고 내다봤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6일 불법 이민자 송환 문제를 둘러싸고 콜롬비아에 고율 관세를 부과했다가 협력 약속을 받아내자 9시간 만에 보류한 바 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말 이번 조치에 대해 “협상용이 아니다"라고 부인한 바 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지역적으로는 EU에, 산업 부문별로는 반도체, 철강, 알루미늄, 구리, 석유, 가스 등에도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언했다. 반도체가 주력 수출품인 한국도 영향권에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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