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위해 만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AFP연합뉴스](https://image.ajunews.com/content/image/2025/02/12/20250212094221774480.jpg)
“나는 매수는 원하지 않지만 투자는 매우 좋아한다.”
지난 7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에서 진행된 미·일 정상회담 후 열린 공동 기자회견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말이다. 일본제철이 미국 철강 대기업 US스틸을 인수하는 계획에 대해 강경하게 반대해 온 트럼프 대통령이 발언의 톤을 다소 누그러뜨리며 태도를 바꾼 것이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도 미·일 양측에게 이익이 되는 ‘투자’라는 인식을 공유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이시바 총리는 US스틸에 일본 기술을 제공해 더 좋은 품질의 제품을 미국에서 만들기로 했다면서 이런 방식이 “일방적이지 않고 상호 호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당초 일본제철은 재작년 12월 US스틸을 150억 달러(약 21조원)에 인수하겠다고 제안했고, US스틸 주주들도 찬성했으나 철강 노조 등의 반발이 일어나면서 결국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이 지난달 불허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이후 이 문제는 미·일의 ‘국민 감정’을 건드리며 양국 관계의 뇌관이 되어왔다.
이번 회담 결과에 대한 일본의 반응은 일단 호의적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9일 “이시바 총리가 대미 투자를 늘리겠다고 약속한 것이 주효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이시바 총리는 이번 방미길에 오르면서 대미 직접투자 1조 달러(약 1455조원)와 함께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 수입 확대 등의 선물 보따리를 준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해하기 쉽도록 도표 등을 활용해 대미 투자에 대해 설명하거나 아베 신조 전 총리와 회담 시 통역을 담당했던 외무성 간부에게 또다시 통역을 맡기기도 했다.
또 아베 전 총리의 노하우를 차용해 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기분을 맞추고 칭찬하는 전략을 구사함은 물론, 오타니 쇼헤이 선수가 홈런을 친 뒤 머리에 쓰고 세리머니를 해 유명해진 ‘금빛 사무라이 투구’를 선물하기도 했다.
정성 가득한 환대를 일컫는 ‘오모테나시’ 정신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기분을 맞춰 준 결과, 이시바 총리는 일단 우호적인 분위기 속에 트럼프 2기 대미 외교를 시작하게 됐다. 특히 회담 결과 가운데 중요한 성과로 꼽히고 있는 것이 바로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 시도에 대해 내놓은 새로운 발언이다.
일본제철은 회담 결과에 대해 ‘노코멘트’로 응했다. 그럼에도 일본제철의 한 간부는 “현재의 (인수) 계획이 바뀌는 것은 아니지만, 미국에 대한 투자라고 미국 정부가 이해해 주지 않았을까”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와 관련해 닛케이는 일본제철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인수 관련 새로운 제안을 했다고 9일 보도했다. 제안은 미·일 정상회담 전에 이루어졌으며, 투자액 증액 등이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다만 닛케이는 “매수가 아닌 투자가 되려면 현 인수 계획과 달리 출자 비율을 낮추거나 일부 사업에 대한 출자 전환 등 계획 변경이 고려돼야 한다”고 짚었다. 이와 더불어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자체에 불투명한 부분도 있어 진의를 가늠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닛케이는 “‘투자’의 구체화를 위한 새로운 협력 관계를 모색할 가능성도 있지만, 종착점은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시바 총리는 9일 닛케이와의 인터뷰에서 재차 “단순한 인수가 아니다”라는 생각을 밝히며 “중요한 것은 (US스틸이) 미국 회사로 남는 것에 대해 만족할 수 있느냐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NHK TV 프로그램에서도 “투자해도 어디까지나 계속 미국 회사로 남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시바 총리는 또 “(미국이) ‘인수’라는 말에 거부감이 있다. 버블 시기 때도 그랬다”고 회상했다. 그는 “미국의 상징과도 같은 회사가 (일본 기업으로) 인수되는 것에 대해 미국이 위기감을 갖고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다”고 닛케이에 밝혔다.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 계획은 조만간 일본제철의 하시모토 히데시 최고경영책임자(CEO)가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면서 ‘제2막’으로 돌입할 예정이다.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은 “단순한 매수로 보지 않고 미·일 양국이 윈윈할 수 있는,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대담한 제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10일 밝혔다.
협의 전망은 여전히 불투명하지만 미국 측 의향을 반영해 US스틸이 미국 기업으로 남을 수 있도록 해결책을 모색하겠다는 일본 정부의 의지만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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