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부 장관이 16일(현지시간) 이스라엘 예루살렘의 야드 바셈홀로코스트 기념관을 방문하며 연설하고 있다. [사진=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유럽 달래기에 나섰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종전 협상 테이블에서 사실상 배제된 유럽이 반발하자 미국이 “협상에 유럽이 참여할 것”이라고 확인하며 ‘유럽 패싱’ 논란을 일축한 것이다.
마코 루비오 미 국무부 장관은 16일(현지시간) 미 CBS 인터뷰에서 “진짜 협상에 도달하면 우크라이나가 개입해야 할 것이고, 유럽이 개입해야 할 것”이라며 “우리는 아직 그 수준에 도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루비오 장관은 “현재 진행된 것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사이에 통화가 있었다는 것이고 양측이 이 전쟁을 종식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루비오 장관의 발언은 미국과 러시아 주도로 급속히 전개되는 우크라이나 종전 협상 논의에서 유럽 국가들이 사실상 빠졌다는 논란을 잠재우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의 우크라이나·러시아 특사인 키스 켈로그는 전날 독일 뮌헨안보회의(MSC)에서 양국 평화 협상의 유럽 참여 여부에 대해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종전 여부를 두고 푸틴 대통령과 담판 지으려 하자 유럽은 미국에 불만을 쏟아냈다. 협상 당사자인 볼로디미르 젤레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15일 “우리의 등 뒤에서 합의되거나 참여 없이 이뤄진 평화 협정은 절대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며 “같은 규칙이 유럽 전체에 적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우크라이나와 유럽이 평화 협정 테이블에 있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한 발언이다.
MSC 주최국인 독일의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대통령도 트럼프 행정부에 대해 “기존에 구축된 신뢰를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역시 “실패한 우크라이나는 유럽뿐 아니라 미국도 쇠약하게 만들 것”이라고 쓴소리했다.
이런 상황에서 유럽 정상들도 목소리를 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BBC 방송 등에 따르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17일 파리에서 주요국 정상을 초청해 비공식 긴급회의를 열기로 했다. 영국과 독일, 이탈리아, 폴란드, 스페인, 네덜란드, 덴마크 정상과 마르크 뤼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 등이 초청받았다.
이 회의에서는 트럼프 정부에 대한 유럽의 대응,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파병안을 포함한 전후 우크라이나 안보 보장 방안이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이날 영국 텔레그래프 기고문을 통해 “영국군을 우크라이나에 파견할 준비가 돼 있으며 그럴 의지가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마크롱 대통령이 제안한 유럽 평화유지군 아이디어도 급물살을 탈지 주목된다. 앞서 젤렌스키 대통령은 전후 안보 보장을 위해 20만명 규모의 평화유지군이 필요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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