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드사들이 이달 가맹점 수수료를 인하했음에도 불구하고 소비자 편익은 오히려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카드사들이 수수료 이익 감소로 인한 손실을 메우기 위한 대책으로 애플페이 도입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수수료 유료화 정책을 펼치고 있는 애플페이가 도입돼 카드사의 비용이 늘어나면 카드사는 소비자에게 부담을 전가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23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신한카드는 애플페이 도입을 위해 금융감독원의 약관·보안성 심의 절차를 진행 중이다. KB국민카드 역시 1분기 내로 애플페이를 도입할 예정이라고 알려졌다.
최근 카드사들이 애플페이 도입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이유는 가맹점 수수료 인하 등으로 수익성이 둔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업황 악화가 예견된 상황에 현대카드가 2023년 애플페이를 최초로 도입한 이후 점유율 1위를 기록하며 눈에 띄는 성장세를 보이자 다른 카드사들도 새로운 수익 창출 방안으로 애플페이를 고려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업계는 애플페이 도입으로 수수료 비용이 늘어나게 되면 오히려 소비자에게 부담을 전가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보고 있다. 카드사들이 이미 예견된 경영 악화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알짜 카드를 단종시키거나 무이자할부를 축소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데 이를 더 부추길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페이 등 타 간편결제사에서 수수료 유료화 정책을 펼치면 카드사 수익성은 더 악화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이미 2023년 현대카드의 애플페이 도입을 기점으로 수수료를 유료화하려는 시도를 한 바 있다. 여러 카드사에서 애플페이를 도입해 수수료를 부과한다면 삼성전자로서도 수수료 무료 정책을 고수할 이유가 사라지게 된다. 애플 수준으로 추산 시 카드사는 삼성전자에 연간 약 1300억원의 수수료를 내야 한다. 현재 업계에 알려진 애플페이 수수료는 결제금액의 0.15% 수준이다.
이에 지난 18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도 애플페이 결제 수수료로 인한 소비자 편익 문제가 언급됐다. 다만 금융당국은 애플페이 수수료가 가맹점이나 소비자에게 미칠 영향력은 전가되지 않도록 대원칙을 세우겠다는 방침이다.
한편 카드사들의 수수료 손실 부담 전가는 PG 업계로도 번지고 있다. PG협회는 공동 자료를 통해 "카드사가 영세·중소가맹점 수수료 인하로 인한 손실보다 더 큰 폭으로 PG사들에 PG 수수료 인상에 대해 일방적으로 통보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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