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상반기 국내 주요 카드사 실적이 일제히 하락세를 기록하며 업계에 먹구름이 드리웠다. 지난해 말 순이익 1위에 오르며 신한카드를 뛰어넘은 삼성카드마저 부진한 흐름을 피하지 못했다.
2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성카드의 2025년 상반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3356억원으로 전년 동기(3628억원) 대비 7.5% 감소했다. 분기별로 보면 2분기 순이익은 1512억원으로 1분기(1844억원) 대비 약 18% 줄었다.
상반기 삼성카드의 실적이 꺾인 것은 대손비용과 이자비용 증가의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올 상반기 삼성카드의 영업수익은 전년 대비 3.6% 증가한 2조7146억원을 기록했지만, 비용 측면에서 부담이 커졌다. 대손비용은 3585억원으로 1년 전보다 13.4% 증가했으며, 이자비용은 2892억원으로 12.5% 늘었다.
타 카드사 사정도 마찬가지다. 신한카드는 상반기 당기순이익이 2466억원에 그치며 전년 동기 대비 35% 급감했다. 업계 전체를 통틀어 가장 큰 낙폭이다. 신한카드는 상반기 영업수익 3조2357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5% 수익이 증가했지만, 대손비용 증가로 인해 수익성 악화에 직면했다. 신한카드의 대손충당금 전입액은 509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7%, 수수료 등 기타 영업 비용은 1조4573억원으로 14.6% 증가했다.
업계 전반이 실적 부진을 겪는 배경으로는 가맹점 수수료 인하와 이로 인한 카드론 등 고위험 상품 취급 비중 증가가 꼽힌다. 지난 2월부터 시행된 카드 수수료 개편안으로 연매출 10억원 이하 가맹점의 신용·체크카드 수수료율이 0.05~0.1%포인트 낮아졌다. 이는 카드사 수익성에 직격탄으로 작용했다.
수익성을 방어하기 위해 카드사는 카드론 취급을 확대했지만, 오히려 리스크 요인으로 작용하며 비용 증가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 2월 국내 9개 주요 카드사의 카드론 잔액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카드론 비중이 늘어나고 있지만, 경기 악화로 연체율이 상승하면서 카드사들이 대손충당금을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1분기 전업 카드사의 평균 실질 연체율은 1.93%로, 전년 동기(1.85%) 대비 0.08%포인트 상승하며 1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를 나타낸 바 있다.
다만 2분기 들어 카드사 카드론 잔액이 줄면서 고공행진하던 연체율은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6월 말 기준 국내 9개 주요 카드사 카드론 잔액은 지난 2월(42조9888억원) 대비 약 4740억원 감소했다. 이에 따라 신한카드의 6월 말 연체율은 지난 분기(1.61%) 대비 0.11%포인트, 삼성카드는 0.05%포인트 떨어지는 등 연체율이 개선됐다. 이 같은 추세는 하반기 실적 회복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가맹점 수수료 인하와 경기침체가 맞물리며 업계 전반이 수익 확보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여기에 하반기에는 대출 규제 강화까지 더해져 실적 반등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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