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인사이트] 박범수 농식품부 차관 "AI로 AI(조류인플루엔자) 예측…방역 '게임 체인저' 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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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윤선훈 기자
입력 2025-02-2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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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가가축방역통합시스템에 AI 시범 도입…데이터 토대로 다섯 단계로 위험도 분석

  • AI 통한 위험 예측 분석 고도화될 경우 시너지 효과 기대…정확도 높이고 비용은 줄인다

  • AI 통한 AI 예측 시스템 세계 최초 될듯…"KAHIS 통한 꾸준한 데이터 축적 덕분"

박범수 농림축산식품부 차관이 지난 1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아주경제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유대길 기자
박범수 농림축산식품부 차관이 지난 1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아주경제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유대길 기자]
농림축산식품부가 조류인플루엔자(AI) 방역에 인공지능(AI)을 도입한다. 질병 확산 방지와 사전 예측에 AI를 활용해 질병 발생 자체를 줄이겠다는 목표다. 조류인플루엔자로 인해 매년 수백만~수천만마리의 닭·오리 등이 살처분되고 있다. 이번 겨울에도 전국에서 35건의 조류인플루엔자가 발생하며 위기경보가 '심각' 단계로 격상된 가운데 AI를 통해 사후·사전 대응에 만전을 기하겠다는 것이다.

농식품부는 지난해 11월부터 국가가축방역통합시스템(KAHIS)에 AI를 시범 도입했다. 축적된 조류인플루엔자 관련 다양한 데이터 등을 AI 모델로 분석해 각 농장·지역별로 위험도를 다섯 단계로 나눠 한눈에 표시한다.

박범수 농식품부 차관은 아주경제와 만나 "올해 시범 적용을 통해 예측 정확도를 고도화 한 뒤 다음 동절기부터 실제 조류인플루엔자 예방·분석에 이를 활용할 계획"이라며 "질병 확산 방지는 물론 사전 예측에도 AI를 도입해 질병 발생 자체를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예찰 검사에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확진 판정을 받은 경기도 여주시의 한 산란계 농장 주변에서 지난 6일 관계자가 출입하는 차량 방역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예찰 검사에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확진 판정을 받은 경기도 여주시의 한 산란계 농장 주변에서 지난 6일 관계자가 출입하는 차량 방역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위험도 예측 모델에 AI 적용…정확도 높여 방역 체계 효율화 집중

농식품부는 지난해 10월 AI 스타트업인 빅밸류와 협업해 조류인플루엔자 위험도가 높은 지역과 농장을 식별하는 AI 모델을 개발했다. 이후 11월 시범 적용을 개시해 현재도 계속 각 지역·농장별 조류인플루엔자 예측도를 산출 중이다. 올해 시범 적용을 통한 고도화 작업을 마치면 다음 동절기 때부터 농가 소독·점검 등에 이를 활용할 방침이다. 위험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난 농장·지역에 집중 방역을 펼쳐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AI 모델 구축에는 지난 2013년 도입한 KAHIS에 10년 넘게 쌓인 데이터가 큰 역할을 했다. KAHIS는 국내 가축 방역 관련 정보를 통합 관리하는 시스템으로 과거 조류인플루엔자 발생 관련 데이터들도 축적됐다. 박범수 차관은 "모든 농장의 시설이 어떤지, 가축을 몇 마리 키우고 있는지, 언제 방역 관련 점검을 했는지 등이 KAHIS에 다 기록된다"며 "또 모든 축산 관련 차량에 위성항법시스템(GPS)을 달도록 해 이들이 언제 어떤 농가에 방문했는지 등도 내역이 기록된다"고 말했다.

조류인플루엔자 예측을 위해 AI 학습 데이터셋을 생성하고, 이를 위험도 예측 모델에 구축했다. 데이터셋 구축에는 환경·방역·전파요인 등 총 80가지 데이터가 활용됐다. 철새 이동 경로 등 조류인플루엔자가 발생하는 환경적 요인에서부터 개별 농장의 방역 상태, 인근 조류인플루엔자 발생 농장, 축산 차량 방문 정보 등 여러 변수들을 데이터로 수집했다. 이렇게 수집한 데이터를 모델에 적용하는 과정에서 '설명 가능한 AI(Explainable AI)'를 적용해 보다 정확한 분석 결과를 유도했다. 박 차관은 "지금까지 빅데이터를 모아 왔으니 이를 활용해 AI가 예측할 수 있는 모델을 만들어보자고 했고, 이번에 시범적으로 활용해 보고 있다"고 말했다.
 
조류인플루엔자 위험도 예측 모델 구성도 사진농림축산식품부
조류인플루엔자 위험도 예측 모델 구성도. 총 5단계로 나눠 위험도를 예상한다. [사진=농림축산식품부]
여러 가축 질병 중 조류인플루엔자를 택한 것은 조류인플루엔자가 공기 중으로 바이러스가 전파되는 등 전염성이 높으면서도, 변이 바이러스가 많아 백신 하나만으로는 근본적인 예방이 어렵기 때문이다. 구제역과 럼피스킨 등 다른 가축 질병의 백신이 보급된 것과는 대조적이다. 때문에 조류인플루엔자가 유행할 때마다 대량의 가금류를 살처분하는 사례를 반복해 왔다. 또 아직 국내 사례는 없지만,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사람에게 전염돼 사망하는 사례도 세계 곳곳에서 보고되고 있다. 이렇듯 기존 방역 체계로는 한계가 나타난 만큼 AI 예측을 통해 보다 효과적인 방역에 나서겠다는 것이 농식품부의 계획이다.

시범 적용하는 첫해이다 보니 아직 예측률을 좀 더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는 것이 농식품부의 진단이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이번 동절기 발생한 35건의 조류인플루엔자 중 위험도 상위 20%로 예측한 지역에서 33건이 발생했다. 다만 고위험군(상위 5%)으로 분류한 지역에서는 20건이 나타나 예측률이 57%였다. 농장별로 보면 전업 농가에서 발생한 32건의 조류인플루엔자 중 상위 30% 분류 농가에서 발생한 건은 30건이었지만, 이를 상위 10%로 좁힐 경우 14건에 그쳤다. 즉 고위험군을 추릴 때의 정확도가 개선돼야 하는 상황이다. 박 차관은 "농장 시설과 함께 농장주의 방역 의식도 방역에 중요한 변수인데, 이 부분을 데이터화할 방안을 고민 중"이라며 "가령 외국인 노동자를 얼마나 쓰고 이들에 대한 교육은 어떻게 했는지, 과거에 이 농장의 가축 질병 전염 이력은 어떻게 되는지 등이 추산된다면 데이터 정확도가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AI로 AI 예방하는 세계 최초 사례 될 것"

박 차관은 AI를 통한 조류인플루엔자 예측도가 높아진다면 앞으로의 방역 과정에서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다고 자신했다. 그는 "조류인플루엔자의 특성상 전염되면 전염 농가 반경 500m 내에 있는 가금류를 모두 살처분해야 하는데 이로 인한 비용이 막대하다"며 "그런 점에서 첫째가 예방인데, 예방 과정에서 위험도 예측을 통해 고위험군을 집중적으로 방역할 수 있다면 방역 효과도 높이고 비용도 줄일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만일 AI를 통한 조류인플루엔자 예측 시스템이 본격적으로 가동된다면 이는 전 세계에서 최초 사례가 될 전망이다. 가축 질병이 전 세계적인 문제이니만큼 미국·일본 등 주요 국가들도 가축방역 분야에 디지털 접목을 진행 중인데, 여기서 한국이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는 것이다.
 
박범수 사진유대길 기자
박범수 농림축산식품부 차관이 지난 1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아주경제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유대길 기자]
이에 대해 박 차관은 일찌감치 전국 가축에 대한 이력제를 시행하는 등 관련 정보를 꾸준히 축적해 왔기에 이러한 시도가 가능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명박 정부 시기 구제역과 조류인플루엔자로 인한 피해가 심각했고, 이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KAHIS를 통해 계속해서 관련 데이터를 축적해 왔다"며 "더욱이 미국·일본과 달리 한국은 국토 면적도 작고 축사가 밀집돼 있는 경우가 많아, 한번 전염병이 발병하면 피해가 크기에 대응 마련이 절실했다"고 언급했다.

여세를 몰아 농식품부는 오는 2026년 KAHIS를 2.0으로 업그레이드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빠른 기술 발전 속 AI와 빅데이터, 클라우드 등을 접목해 보다 사용하기 쉽고 자동화된 KAHIS를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생성 AI를 활용한 AI 챗봇, AIoT(AI+사물인터넷)을 통한 데이터 분석과 자동화 등 여러 방안을 고민 중이다. 올해 말부터는 조류인플루엔자에 이어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위험도 예측 모델 시범 사업에도 들어간다. 박 차관은 "올해 세부적인 방향을 잡고 내년에 예비타당성조사를 시행해 예산을 확보한 후, 내후년부터 본격적으로 개발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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