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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전문가들은 토허제 해제에 이어 금리 부담까지 낮아지면서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 등 선호 지역을 중심으로 거래량 증가와 가격 상승이 이어질 것으로 봤다. 지난해 3분기 이후 시장을 관망하던 매수자들이 움직이고 있고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과 전세자금대출에 올해부터 숨통이 트이면서 시장이 빠르게 회복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다만 경기 침체 등 대내외적 악재와 불확실성이 큰 만큼 대세 상승으로 이어지긴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도 제기된다.
3일 아주경제신문이 부동산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토허제 해제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한 서울 집값 흐름에 대해 의견을 청취한 결과 ‘똘똘한 한 채’ 선호 현상과 갭투자 수요 등이 가격을 밀어올리는 등 강남권 집값 상승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집값 상승을 전망하는 배경은 토허제 해제와 금리 인하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지난 25일 기준금리를 연 3%에서 2.75%로 0.25%포인트 인하했다. 기준금리가 2%대에 진입하기는 2년 4개월 만이다. 통상 기준금리 인하는 자금 조달 부담 감소를 뜻하기 때문에 부동산 시장에는 호재로 인식된다.
서울 일부 지역·단지를 중심으로 나타났던 오름세가 서울 전역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기준금리까지 낮아지면서 최근 토허제 해제 지역뿐 아니라 대출금리 영향을 많이 받는 중상급지까지도 분위기를 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지난해 대출 규제로 주춤했다가 토허제 해제 이후 집값 상승 시기가 앞당겨진 것으로 보인다"며 "향후 가격 상승을 예상하고 서울·수도권 수요자들은 물론 지방 투자자들도 '빨리 사자'라는 움직임이 나타날 수 있는 만큼 순차적으로 서울 전역에 온기가 퍼져나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양지영 신한투자증권 자산관리컨설팅부 팀장도 "기준금리 인하로 시장에 유동성이 증가하고, 대출 금리도 다소 진정되면서 지금처럼 강남권 등 상급지 위주로 가격 상승이 나타날 수 있다"면서 "대출로 주로 매입자금을 마련해 금리 영향을 많이 받는 마용성(마포·용산·성동) 지역까지도 상승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국지적으로 상승 흐름이 나타나고 있지만 전체 부동산 시장으로 확산하기엔 제한적이라는 의견도 상당수다. 내수경기 침체가 여전하고 물가 상승, 탄핵 정국 등 대내외적인 악재와 불확실성이 커서 대세 상승으로 이어지기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현재의 상승세는 지난해 대출 규제와 계엄 사태 등으로 심화한 관망세가 토허제 해제라는 일부 호재를 계기로 일시적으로 풀리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향후 서울 전체 집값 흐름은 정국 불안 해소 여부, 추가 기준금리 인하 속도와 폭, 전세 시장 가격 상승 등 변수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며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지난해 9월부터 3000건 내외를 유지하는 등 거래량이 받쳐주지 않는 상황이어서 강남 집중 현상만 더 심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박원갑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강남권과 그 주변 지역은 수요가 몰리며 가격 상승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정치적·경제적 불확실성이 해소되기 전까지는 확산세가 더 퍼지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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