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최대 연례 정치 행사인 양회(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전국인민대표대회)가 진행 중인 가운데 중국 물가지표가 부진하게 나오며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 우려가 높아졌다. 중국은 트럼프 2기의 관세 압박까지 더해진 가운데 양회를 통해 고강도 부양책이 도출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9일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중국 2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 대비 0.7% 하락하며 전월치(0.5% 상승)와 블룸버그 예상치(0.4% 하락)를 모두 밑돈 가운데 작년 1월 이후 13개월 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아울러 변동성이 큰 에너지와 식료품 물가를 제외한 근원 CPI는 전년 동월 대비 0.1% 하락하며 2021년 1월 이후 4년여 만에 역성장을 나타냈는데, 근원 CPI가 하락한 것은 약 15년 만에 두 번째이다.
국가통계국은 이에 대해 중국 최대 연휴인 춘절이 작년에는 2월이었던 반면 올해는 1월 말부터 2월 초까지였던 관계로 시차 요인이 크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1~2월 평균 CPI는 전년 동기 대비 0.1% 하락하며, 춘절 요인에 상관없이 물가의 지속적인 하락 추세를 나타냈다. 또한 2월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전년 동월 대비 2.2% 하락하며 2022년 10월부터 29개월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PPI는 생산 요소 물가를 측정하는 경제 지표로, 시차를 두고 CPI에 영향을 미친다.
더구나 중국은 지난 7일 발표된 1~2월 수출이 2.3% 증가에 그치는 등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잇따른 추가관세 여파에 한동안 성장 견인차 역할을 해온 수출도 둔화 조짐이 역력하다.
이에 중국 지도부가 양회에서 올해 성장률 목표로 '5% 안팎', CPI 상승률 목표로 '2%'를 제시하고 경제 목표 1순위로 내수 진작을 선언한 가운데 고강도 부양책의 필요성이 커진 모습이다. 데이비드 쿠 블룸버그 이코노믹스 이코노미스트는 "예상보다 부진한 중국의 2월 물가 지표는 내수 부진과 정책당국자들이 서둘러 약속한 부양책을 실행해야 할 필요성을 시사한다"며 "강력한 재정·통화 정책이 없다면 디플레이션 압력이 중국 경제를 계속 압박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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