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인공지능(AI) 서비스가 해외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려면 처음부터 글로벌향 서비스를 만들어야 하는데, 이를 위해 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업계의 목소리가 나왔다. 그래픽처리장치(GPU)와 같은 단일한 AI 인프라 지원을 넘어 수백개 AI가 협업할 수 있는 'AI 오케스트레이션' 환경을 지원하고, 직접 투자나 대출 매칭 펀드 등 적극적인 자본 투자가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안재만 베슬AI 대표는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이해민·한민수 의원 주최 'AI 서비스, 시작부터 글로벌이어야 한다'를 주제로 열린 'AI 서비스 생태계 구축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AI가 3~5년 내에 모든 산업과 우리의 삶을 바꿀 것이고, 올해가 그 분수령이 될 것"이라면서 "GPU와 같은 AI 인프라 만을 지원하는 것은 이미 지나간 정책이 됐고, 이제는 여러 AI 모델들이 협업하는 AI 오케스트레이션 인프라를 지원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국의 스타트업이 성장하려면 공공 활용 사례를 많이 구축할 수 있도록 정책적 뒷받침이 필수적이라고도 했다. 안 대표는 "국내 스타트업들이 1~2년 내에 많이 문 닫았고, 현재도 힘든 상황"이라면서 "외국에선 정부 협력 과제가 신속하게 추진되는 반면, 한국은 과제 수주 단계부터 과정이 복잡하고, 형평성 이슈까지 발생할 수 있어 공공 사례를 구축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이어 그는 "공공 민간 협력을 통한 사전검증(PoC) 사례를 구축함은 물론, 정부 주도로 매출을 매칭해 주는 펀드를 조성하는 등 실질적인 스타트업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반도체, 바이오 등과는 달리 소프트웨어 분야는 오픈소스 생태계가 잘 구축돼 있는 만큼 이를 잘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미국·중국과 달리 자본력에 한계가 있는 한국은 외부 기술을 잘 활용해 글로벌 호환이 가능한, 경쟁력 있는 기술로 발전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웨일 브라우저, 네이버 웍스 등 개발 총괄을 담당한 김효 네이버 이사는 "AI는 원천기술부터, 원천기술에 쌓아올린 기술, AI 인프라까지 레이어가 너무 많은데, 기업 한 곳에서 모두 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면서 "글로벌 AI 서비스라 해도 오픈소스 생태계를 잘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글로벌 서비스로 나아가려면, 코어 기술이 글로벌에서 호환성이 있는지, 비용은 최소화하면서 얼마나 로컬 수준에 맞게 커스텀 설계가 가능한 지가 관건"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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