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저축은행 79개사에서 취급한 민간중금리 대출액이 전년 대비 2배 이상 증가했지만, 이 중 대부분이 자본력을 갖춘 상위 저축은행에서 취급한 대출인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 당국이 지방 중소형 저축은행들에 중저신용자 대출 영업을 주문하고 있지만, 지방 소멸과 엄격한 업권 규제로 적극적인 대출이 어려운 실정이다.
13일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저축은행이 취급한 민간중금리 대출액은 2조8671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1조1921억원) 대비 2.4배 증가한 수치다. 민간중금리 대출은 신용평점 하위 50%에 속하는 차주를 대상으로 실행되는 신용대출이다. 사잇돌 등 정책대출 외 저축은행에서 자체적으로 내주는 상품이다.
다만, 전체 대출액 중 상위 7개사(SBI·OK·한국투자·웰컴·애큐온·다올·페퍼저축은행)에서 내준 대출액이 58%를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산 5조원을 넘는 SBI·OK·한국투자·웰컴·애큐온저축은행 5개사의 대출 취급액은 48%에 달했다. 전체 79개사 중 6%에 불과한 저축은행이 민간중금리 대출의 절반을 내주고 있는 것이다. 업권 전체 대출액이 1년 새 급증한 것과는 달리, 민간중금리 대출을 취급하는 저축은행의 수도 작년 말 전체의 38%로 2023년과 동일한 수준에 그쳤다. 사실상 자본력을 갖춘 대형 저축은행만 중금리 대출을 내주고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상위권 저축은행을 제외한 60%에 달하는 저축은행은 민간중금리 대출을 멈추거나 소규모로 취급하고 있었다. 특히 저축은행 79개사 중 절반을 차지하는 지방 중소형 저축은행은 중금리 대출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다. 수도권 집중 현상에 따라 고객이 점차 줄어든 데다가, 전체 대출 중 영업구역 내 여신 비율을 40%까지 채워야 하는 규제 탓에 다른 지역 영업도 어렵기 때문이다.
최근 금융권 전반적으로 비대면 영업이 늘어나며 지방 중소형 저축은행에도 기회가 생겼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은 실정이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수도권 중심의 대형 저축은행은 비대면 영업으로 늘어난 수신에 맞춰 여신을 충분히 늘리고 있다"면서도 "지방의 경우, 증가한 수신에 맞춰 여신을 늘릴 방법이 없어 예·적금 수요도 막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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