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난립(?)하는 국립예술단체
우리나라에는 많은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국립예술단체가 제법 많다. 아니 이런 공연단이나 연주단체가 있었냐고 물을 정도다. 하지만 현실이다. 예술의 전당 산하에는 다양한 공연단체가 소속되어 있다. 대표적으로 1962년 국립무용단 소속으로 창단되었다가 1972년 국립무용단에서 독립해 국립중앙극장 산하 단체로 재출범한 후 2000년 법인화된 국립발레단(1972 창단), 1962년 창단해 2000년 법인화된 국립오페라단, 1973년 창단해 2000년 재단법인화한 국립합창단, 2010년 창단해 재단법인으로 출범한 국립현대무용단, 그리고 1985년 국내 최초의 민간 교향악단인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로 출발해 2001년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예술단체로 지정되며 관현악, 발레, 오페라를 아우르는 대표적인 극장 오케스트라로 자리매김한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가 2022년 국립오케스트라가 된 5개 단체와 ‘가무극’이란 양식을 통해 한국적 소재와 양식을 기반으로 현대적인 창작 공연을 하는 서울예술단이 있다. 이렇게 5개나 되는 단체가 한 극장 즉 공연장에 함께 소속된 이유는 극장은 소속 단체를 통해 자신만의 예술적 색깔과 정체성을 확립하고, 일관성 있는 공연 레퍼토리를 구축할 수 있기 때문이다.오페라나 발레, 무용은 각 단체별 특성을 바탕으로 긴밀한 협업을 통해 완성도 높은 공연을 제작하고, 새로운 예술적 시도를 통해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며 극장과 공연단체가 예술적 비전을 공유하며 장기적인 계획을 수립하고, 안정적인 환경 속에서 창작 활동에 집중할 수 있다. 그리고 이를 통해 안정적인 공연 제작과 운영이 가능하다. 또한 극장은 소속 단체를 통해 연중 안정적으로 공연을 제작하고 프로그램을 제공해 관객들에게 꾸준한 문화 향유 기회를 제공하며, 외부 단체와의 협업에 비해 제작 비용을 절감하고, 효율적인 공연 제작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기 때문에 소속단체를 둔다. 단원인 예술가들은 안정적인 고용 환경 아래 지속적인 예술 활동을 보장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극장은 소속 단체를 통해 문화예술 발전에 기여하고, 시민들의 문화향유기회를 확대해 극장의 사회적 책임을 다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런 장르 간 협업을 통한 수준 높은 공연은 자국의 문화 수준을 과시하는 한편 관광자원으로 경제 발전의 디딤돌이 되기도 한다. 따라서 각각의 공연장은 자신들의 정체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공연단체를 두고 있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들 국립 공연단의 중요성과 활약에 비해 그 활동이 널리 알려지지 않은 까닭은 본래 이들 공연단체의 역할이 단독 공연도 중요하지만, 전체적으로 협업이 필수적인 경우가 대부분이라 개별공연단의 존재가 잘 드러나지 않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국립오페라단의 공연에는 심포니와 합창이 필수적이지만 대외적으로는 오페라 공연이다. 합창단 공연에 심포니가 없으면 공연이 불가하다. 이렇게 각각의 공연단은 자신들의 본령인 오페라, 합창, 심포니, 발레, 현대무용 등 특정 분야의 예술을 전문으로 다루면서 협업을 통해 또 다른 예술을 창조한다.
우리나라에는 존재가 분명하나 확실하게 드러나지 않는 국민의 세금으로 유지, 운영되는 공연단체가 더 있다. 우선 국립극장 산하에는 국립창극단(1962)과 국립무용단(1962), 국립관현악단(1995) 등 전통예술에 기반을 둔 예술단체가 있고, 서울 종로구 동숭동에 본부를 둔 국립극단(1950)은 1973년 국립극장 산하 단체가 되었다 2010년 재단법인으로 독립해 2010년 서계동 극장 두 곳과 명동국립극장을 산하에 두고 있다. 국립국악원 산하 공연장인 국립국악당에는 궁중음악과 풍류음악 등 전통음악을 다루는 정악단, 판소리, 산조, 민요 등을 전문으로 하는 민속악단 그리고 궁중무용, 민속무용, 창작무용 등 한국 전통 무용을 다루는 무용단과 전통음악의 현대화를 통해 창작국악을 만드는 창작악단이 있다. 여기에 국립정동극장은 예술단과 함께 국립정동극장 세실극장을 두고 있다.

계통과 체계화라는 혁신
사실 이렇게 나열해 보면 국립 문화예술공연관련단체가 이것밖에 없느냐는 이도 있겠지만 대다수 사람은 꽤 많다고 생각할 것이다. 물론 나라 형편이 좋아 국민이 문화예술단체의 육성과 발전을 위해 기꺼이 세금을 부담하겠다면 문제는 없지만, 난립한다는 인상을 주어서는 안될 것이다. 사실 문화예술정책을 수립할 때 가장 어려운 일은 넓이냐 높이냐가 문제다. 이는 문화예술정책에서 질과 양의 문제 즉 수준향상과 향수 층 확대라는 상충한 과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 인가의 문제로 이어진다. 물론 이론적으로는 질적 수준 향상을 위해 예술가는 물론 단체에 장기적인 지원과 훈련 기회를 제공하여 창작 역량을 강화하고 국제 교류를 확대해 새로운 사조와 기술을 도입하고, 이를 바탕으로 국내 수준을 높이며 우수 콘텐츠에 집중투자해 수준 높은 작품을 끌어낸다. 또 폭을 넓히기 위해서 문화예술에 소외된 계층이나 지역을 위해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공연 및 관람 기회를 늘리고, 문화예술 교육을 통해 더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하라고 권한다. 하지만 국민소득이 세계 10위권에 들어간다는 우리나라에서 1년에 오페라, 오케스트라, 연극 등의 공연을 자기 돈을 들여 관람하는 이가 몇 명이나 될까를 생각해 보면 이는 이상이자 탁상공론일 뿐이다.사실 세계 어느 나라에 비해서도 빠지지 않는 높은 국민소득과 고학력에도 불구하고 문화예술을 향유하는 소비자가 적은 이유는 그간 대한민국 문화예술정책이 공급자 즉 예술가들의 생계유지를 위한 정책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때문이다. 물론 이는 1970년대 80년대 초까지 유효한 정책이었다. 하지만 그 이후에도 변화 없이 관성적으로 '돈 나눠주는 일'을 문화정책이라 여겨왔다. 적어도 어느 정도 문화소비를 할 여력이 생기는 국민소득이 1만 불이 넘어선 1995년부터는 공급자, 생산자인 예술가 지원에서 소비자를 육성하는 정책으로 전환할 기회였지만, 이 기회를 놓치고 관행적으로 생산자 지원에만 집중한 나머지 생산해도 소비할 곳 없는 동맥경화의 상황을 만들고 말았다.

따라서 이번에 문화부가 내놓은 5개 국립공연단체의 각각의 이사회를 하나의 이사회로 통합하고, 공연단 사무국도 하나로 통합하며 국립문화예술기관과 단체의 지방 이전을 하겠다는 계획은 매우 시의적절한 정책의 전환이다. 이는 문화예술정책에서 중요한 예술성과 창의성 그리고 행정적 효율성을 결합한 체계화, 계통화를 이룬다는 점에서 그리고 개발도상국 시절의 문화예술정책에서 선진국형 문화예술정책으로의 전환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특히 국립공연단체 이사회 통합은 ‘독립’과 함께 ‘협업’ 즉 '따로 또 같이'가 필수적인 각 단체의 속성상 더욱 그렇다. 사실 문화예술단체 이사의 가장 큰 역할은 단체의 장기적인 비전과 실천 전략을 짜는 것이라고 하지만 실은 단체의 재정 건전성을 유지하고, 안정적인 재원 확보를 위한 노력이 가장 중요하다. 특히 기금 모금, 후원 유치, 수익 사업 개발 등 재정적 기반 조성에 일익을 담당하며, 이를 위해 자신도 재정적으로 기여해야 한다. 이사 스스로 하지 않는 재정적 기여를 남에게 권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국립단체 이사들은 재정적 기여는커녕 이사회 참석 시 회의수당을 받아 가는 책임은 하지 않고 권리만 취하는 존재인지 오래다. 각각의 단체이사들이 경쟁적으로 재정적 기여한다면 통합은 필요 없다. 하지만 기여하는 것 없이 공연 때마다 초대권이나 바라는 이들 이사에게 세금으로 회의비까지 주어야 한다면 인구감소와 노령화로 세수가 줄어드는 지금 줄이는 것이 마땅하다.
사무국도 마찬가지다. 대부분의 단체 사무국은 행정 및 예산, 회계, 인사, 계약 관리와 공연일정관리, 제작을 위한 행정지원, 홍보와 마케팅 그리고 정부에서 예산의 대부분을 지원하기 때문에 정부 부처와의 대외 협력이 주 업무다. 하지만 자신의 공연 외에 타 단체와의 협업이 대부분인 상황에서 주로 하는 일은 모든 단체의 사무국이 거의 동일하다. 따라서 소속된 극장사무국과 각각의 단체마다 사무국장과 사무국이 업무가 겹치거나 업무의 한계가 분명하지 않아 비효율적이다. 따라서 이를 통폐합해 대국, 대과체제로 가는 것은 업무 효율성이나 예산 절감차원에서 필수적이다. 이는 마치 대형종합병원에서 각각의 의료센터나 진료과별 사무국이 아닌 병원 전체를 통합관리하는 사무처를 두는 것과 같은 방식이란 점에서, 국립문화예술공연단체의 사무국 통합은 매우 좋은 방향 설정이다. 이번 개편을 통해 법인인 단체의 기부금 모금 활성화를 위해 사무국에 ‘기부금팀’을 증설해 개편의 의미를 살리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이와 함께 차제에 공연장 산하에 단체를 두고 있지만, 국립극단의 경우 단체가 극장을 관리운영하는 체제 그리고 국립극장과 국립국악당의 역할과 체제에 대한 분명한 정리가 필요하다. 사실 현재 국립극장은 국악 위주의 산하 단체를 두고 있는데 이는 일본의 국립극장(1966)이 고유의 전통 예술인 가부키, 분라쿠, 노 등의 공연을, 신국립극장(1997)이 오페라, 발레, 댄스 및 각종 현대 공연 예술 프로그램의 공연을 주로 하는 것과 같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국립극장과 국립 국악당의 역할이 중첩되고 그 산하공연단체의 역할과 기능도 분명하게 정리하는 계통화와 체계화가 필요하다. 사실 공연단체의 소속과 운영이 난마처럼 얽혀있는 것은 분명한 철학과 개념을 가지고 정책을 디자인한 것 아니라 그때그때 기관이나 시설이 늘어날 때 마다 임시변통으로 여기다 붙이고 저기다 끌어댔기 때문이다.
이참에 단체별 단장과 예술감독의 역할도 선을 그어야 한다. 사실 단장은 단체의 행정과 경영을 책임지는 최고경영자이고, 예술감독은 단체의 예술적 방향을 제시하고, 작품을 기획제작하는 최고 예술 책임자로 단원의 예술적 역량 강화와 훈련을 담당하며 작품의 질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따라서 단장과 예술감독은 분리하는 것이 옳다. 대부분의 단체의 예술감독이 단장을 겸하는 구조는 프로야구에서 살림을 담당하는 프런트가 감독을 겸하는 것과 같다. 따라서 프랑스처럼 재정과 인사를 관장하는 행정감독제를 검토하는 등 이번에 꼭 함께 개선할 필요가 있다.
모순, 국립예술단체 총연합회와 통합 반대
이번 국립예술단체 이사회와 사무국의 통합과 지방 이전을 두고 그 대상인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 국립오페라단, 국립합창단, 국립발레단, 국립현대무용단은 반발하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이들 4개 단체와 서울예술단, 국립정동극장은 2011년 문화체육관광부 유관기관으로 사단법인 국립예술단체 총연합회(AKNAC)를 만들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이들은 '국립예술단체의 공연 활동을 위한 공간 운영, 공동사업 개발 등을 통하여 회원단체 간의 상호교류 및 협력과 권익향상을 도모하고 문화예술의 건전한 발전에 기여하기 위해 설립'된 단체라고 스스로 밝히고 있다. 총연합회는 이들 회원단체가 연습실로 사용할 수 있는 지하 1층, 지상 1층의 약 6344㎡(약 1900여평)의 전용연습장과 공용연습장을 예술의 전당 경내에 두고 있다. 그리고 이를 관리하기 위한 별도의 사무국을 두고 있다.이들 단체가 총연합회를 만든 것은 각각의 단체별 협업이 매우 중요하고, 보다 원만하고 원활한 협업체계를 통해 연습실 사용은 물론 각 단체가 개별적으로 활동할 경우 각종 정보 교류나 협업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연합회를 통해 단체 간 소통을 활성화하고 공동 사업을 추진해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려는 것이었다고 한다. 또한 공연장과 연습실 사용을 효율적이며 균형 있게 공간운영과 사용을 통해 각각의 활동을 지원하고자 했다. 특히 국가를 대표하는 국립예술단체로서 역량을 결집해 수준 높은 공연을 제작하고, 다양한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개발해 국민의 문화 향유 기회를 확대하고 세계 속 한국 문화의 높은 독창성을 과시하려는 의도에서였다.

따라서 최근 각 국립예술단체가 이사회와 사무국의 통합을 반대하고 나선 일은 이해하기 어렵다. 별도의 사단법인까지 만들어 15년 가까이 운영해 오면서 협업을 통해 장르 간, 단체 간 융합과 복합을 꾀해온 단체들이 갑자기 '예술적 자율성 축소와 창작의 제한'을 이유로 통합을 반대하는 것은 스스로 함께 만들어 운영해 온 '국립예술단체 총연합회'의 존재를 부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단체별 별도의 이사회와 각각의 사무국을 하나로 통합하는 것을 마치 5개 단체를 하나로 통합하는 것처럼 호도하는 것도 반대를 위한 호도책이다. 통합은 예술 창작의 질적 저하를 초래할 수 있으며, 결국 문화예술 저변 확대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하지만 무엇을 근거로 예술의 질이 떨어지고, 저변 확대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주장하는지 또 창작의 자유와 독립성 훼손, 운영의 위축을 주장하는 이유를 자료를 통해 실증적으로 설명해야 할 것이다.
사실 지금까지 국립문화예술공연단체는 많은 변화를 거쳐왔다. 대부분의 단체는 국립극장 산하에 있었다. 2000년 오페라단, 발레단, 합창단 등 3개 국립예술단체가 독립법인화해서 예술의 전당으로 이관된 후 예술의 전당은 전속 오케스트라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이에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가 예술의 전당에 입주했고 이후 2022년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로 명칭을 변경해 국립 오케스트라로 활동하고 있다. 이후 국립극장 전속단체는 국립극단, 국립창극단, 국립무용단, 국립국악관현악단 등 4개로 줄었다가 국립극장이 2010년 재단법인화를 통해 독립해 나가면서 국립극장에는 3개의 기관이 배속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이런 변화과정에서 많은 반대와 저항이 있었지만, 시대적 변화와 발전이라는 대의명분 하에 변화해 왔고 정착되었다.
사실 문화예술계의 변화와 혁신은 항상 어렵다. 이는 창작 과정의 불확실성과 시장의 불안정성으로 인해 경제적 위험이 높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문화예술인들은 안정적인 직업을 보장받기 위해 기존의 관행이나 시스템에 의존하는 경향이 짙다. 이번 국립공연예술단체의 이사회 통합도 그런 점에서 반발은 예상된 것이었다. 따라서 이를 추진하는 이들의 보다 섬세하고 정교한 토론과 추진 자세가 필요했다. 하나 반대를 위한 반대에 주눅이 들 필요는 없다.
문화예술계는 경쟁적인 동시에 협력이 필요하다. 예술적 성취를 위한 경쟁은 혁신을 촉진하지만, 동시에 기존의 권력 구조나 네트워크를 유지하려는 경향도 강하다. 예술의 속성상 문화예술계는 진보를 추구하면서 보수를 지향하는 양면적인 집단이다. 이들이 보수적인 이유는 문화예술작품의 가치를 객관적으로 평가하기 어렵고 주관적인 판단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아 새로운 시도나 혁신적인 작품에 대한 평가가 어렵고, 기존의 가치를 고수하려는 경향이 강한 것이 일반적이지만 문화예술이 지금 세상의 변화와 혁신을 견인해 온 것은 모두 '새로운'이라는 가치에 천착해 온 때문이다.

진정한 지방시대와 문화예술기관의 지방이전
사실 모든 극장이 소속공연단체를 두고 있는 것은 아니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고 나서 본인이 직접 이사장을 맡겠다며 문화전쟁의 일선에 나선 워싱턴 DC의 대표적 공연장인 케네디센터(Kennedy Center)나 런던의 사우스뱅크 센터(Southbank Center)는 자체 공연단체 없이 다양한 외부 공연단체와 협력해 오페라, 발레, 연극 등 다양한 장르의 공연을 기획하며 때로는 대관과 협업을 하기도 한다. 일본 최초의 오페라, 발레, 연극 전용 극장인 도쿄의 신국립극장(NNTT: New National Theatre)도 산하에 고정된 공연단체가 없다. 대신 시즌 계약제로 오페라 합창단과 발레단을 운영하며, 매년 오디션을 통해 단원과 계약을 맺는 구조다. 이는 다양한 예술가들에게 기회를 제공하고, 공연의 질적 향상을 도모하기 위함이다. 프랑스의 대표적인 국립극장 중 하나로 20세기 극작가의 연극을 공연하는 ‘꼴린느 극장(Le Theatre National de la Colline)’도 산하에 공연단체를 두지 않고, 다양한 극단과 예술가를 초청해 공연을 제작해서 실험적이고 혁신적인 공연을 선보이며, 현대 연극의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이는 국립 공연장이 반드시 산하 공연단체를 둬야 하는 것은 아니며, 각기 다른 운영 방식을 통해 예술의 다양성을 추구하고 예술 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이처럼 다양한 공연을 유치해 많은 레퍼토리를 제공하며, 단체운영에 따른 고정비용을 절감하고 필요에 따라 유연하게 예산을 배분할 수 있고 빠르게 변화하는 공연 예술 트렌드를 반영한다는 점에서 소속공연 단체가 없는 공연장의 긍정적인 면도 있다. 또 소속단체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예술가, 단체와 협업을 통해 창의적인 공연을 제작해 새로운 예술적 시도 또는 실험을 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특히 다양한 공연단체에 기회를 제공해 예술 생태계를 활성화하고 예술 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은 혁신적이다. 예술 시장의 변화에 따라 공연장 운영 방식도 변화하고 있다. 다만 우리나라에서는 뮤지컬 외 공연예술의 소비가 미흡하기 때문에 여전히 국립공연장의 전속단체가 필요한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이들 공연예술단체와 국립박물관과 국립미술관, 국립국악원 문화예술기관의 지방 이전 및 분관 설치도 지방분권시대의 완성이라는 점에서 매우 고무적이다. 특히 2007년 이후 전국에서 펼쳐진 말로만 혁신도시사업의 완결을 위해서 매우 중요한 정책적 결정이다. 2013년부터 본격화한 지방시대는 교육, 의료, 문화예술인프라가 배제된 채 추진되면서 주말에 교통량만 늘어나는 결과를 낳았다. 이제라도 국립문화예술기관과 단체가 지방에 뿌리내려 지방의 오락을 대체할 문화예술을 공급할 체제를 갖출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 시의적절한 정책이다.
이의 완성을 위해 국립문화예술기관과 단체를 지방으로 내려보내는 것으로 정책목표를 달성했다고 자만할 것이 아니라 지방에 내려간 기관과 단체의 역량을 강화하고 전문인력을 보강하는 정책이 아울러 시행되어야 전문성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지방정부는 국립문화예술기관 단체의 유치를 주장만 할 것이 아니라 기반조성을 위한 노력을 함께 해야 할 것이다. 최소한 지방에 국립기관, 단체를 유치하려면 청주시가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 유치를 위해 부지와 건물을 국가에 기부채납했던 것처럼, 최소한의 부지와 건물을 제공하는 협력과 연간 운영비의 30% 정도를 부담하는 정성을 보태야 할 것이다. 지방에서 겸재를, 공재를 만나고 이중섭과 박수근을 보고, 고흐와 세잔느를, 베토벤과 모차르트를, 백조의 호수를 만날 수 있는 소도시, TV가 없어도 저녁을 보람차고 여유롭게 보낼 수 있는 마을이라면 진정 잘사는 선진 대한민국이 아닐까. 이번 문화부의 정책 혁신이 이런 대한민국의 바탕이 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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