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FIU)이 지난해 일주일에 한 번꼴로 금융사 제재 처분을 내린 것으로 집계됐다. 다소 과도한 제재라는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 금융거래에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는 반론도 있다. 올해 FIU의 사정 칼날이 가상자산 업계를 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자 가상자산 업체들의 불안과 불만도 고조되고 있다.
17일 금융위에 따르면 FIU는 지난해 총 54건의 금융사 제재와 2건의 개선조치 요구사항을 발표했다. 월평균 4.6건이다. 지난해 FIU의 제재가 집중된 분야는 새마을금고와 신협 등 상호금융이었다. 건전성과 수익성 문제가 불거지자 FIU는 지난해 상호금융권에만 총 40건(74%)의 제재를 내렸다.
올해는 업비트 운영사인 두나무를 시작으로 가상자산 거래소 전반에 대한 FIU의 사정 압박이 거세질 수 있다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당장 FIU는 이날 국내 2위 거래소인 빗썸에 대한 현장검사에 착수했다. 업비트와 마찬가지로 특정금융거래법상 자금세탁방지 의무 이행 여부와 고객신원확인(KYC) 위반, 미신고 가상자산사업자와 거래 등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볼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상호금융업권에 쏟아진 FIU의 제재 칼날을 목격한 가상자산 업계는 불안에 떨고 있다. 예측 수위를 넘는 과도한 제재는 기업에 불필요한 법적 리스크와 경제적 부담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두나무에 대한 FIU의 제재가 사실상 '망신주기'에 가깝다는 뒷말도 나오고 있다. FIU가 외부 시선을 의식해 제재를 위한 제재를 내리고 있다는 비판이다.
실제 FIU는 두나무의 KYC 재이행 대상자가 부실하게 제출한 신분증을 제재안의 자료 사진으로 공개했는데 이 사례들은 두나무가 비정상 제출로 판단해 자체적으로 거래를 제한한 건들이다. FIU는 해당 사례에 대해 테스트용이라 위반 건수에서는 제외했다고 밝혔지만 자극적인 이미지를 공개한 것만으로 업계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두나무는 당국의 처분을 받은 '영업 일부정지 3개월'에 대해 취소소송으로 법적 대응에 나섰다. 업비트 영업정지 효력이 27일 자정까지 유예된 만큼 재판부는 늦어도 27일 전 집행정지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해당 건에 대해 업계에서는 승소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과거 가상자산 거래소 한빗코가 비슷한 사례로 행정소송을 진행해 승소한 바 있다.
FIU는 최근 현장검사를 마친 코빗과 고팍스에 대한 제재 절차도 준비 중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검사와 제재 기한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확실하게 제공하지 않는 것이 가장 힘들다"며 "조사가 연기되거나 재조정되는 일이 반복되면서 불확실성이 커졌고, 거래소 차원에서도 준비 과정이 필요 이상으로 길어졌다"고 말했다.
다만 FIU의 이 같은 제재가 자금세탁 감독 선진화 차원에서 필요한 조치라는 의견도 있다. 특히 지난해 7월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시행 이후 가상자산 거래소가 제도권에 편입돼 법적 제재 수위를 높여야 한다는 당국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가상자산 시장에 대한 높은 관심도 영향을 미쳤다.
금융권 관계자는 "FIU 제재는 금융거래에 투명성을 높이고 금융사의 건전한 경제활동을 제고하는 차원에서 필요한 정책"이라면서 "제재 방식에 대한 투명성 강화와 공정한 절차를 바탕으로 금융기관의 부담을 최소화해야 정책 신뢰도가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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