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이의 사람들③] "공무원처럼 생각하면 안돼"…'충주맨' 김선태가 말하는 유튜버와 공무원

충주맨 김선태 사진 김호이 기자
충주맨 김선태 [사진= 김호이 기자]


 공무원이라는 직업을 선택한 이유
김선태 팀장은 공무원이 된 이유에 대해 “먹고살기 위해서였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사법시험을 준비하느라 별다른 스펙을 쌓지 못했기 때문에 선택할 길이 공무원뿐이었다는 것. 홍보담당이 된 것은 그야말로 ‘운’이었다고 한다. “공무원 인사 시스템은 랜덤 배치가 기본이다. 운이 좋았던 걸까? 아직도 의문이다(웃음).”
 
“시장님이 시켜서 시작했다” 유튜브 개설의 배경
충주시 유튜브 채널을 개설한 계기에 대해서는 “시장님이 시켜서”라고 답했다. 물론 유튜브의 필요성에 대해 먼저 보고했지만, 가장 적극적으로 추진한 건 시장이었다고. 유튜브를 시작한 뒤 가장 크게 바뀐 점은 ‘공무원이지만 공무원처럼 생각하면 안 된다’는 깨달음이었다.
 
“관공서에서 유튜브 업무는 기존 행정 업무와는 완전히 다르다.”
그러나 유튜브가 유명해진 만큼 일상생활은 많이 불편해졌다. 지역 사회에서 알아보는 사람이 많아 술자리에서도 절반 이상이 자신을 알아볼 정도라고 한다.
 
‘공무원 같지 않은 공무원’ 콘텐츠가 사랑받는 이유
충주시 유튜브가 큰 인기를 끌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김 팀장은 ‘의외성’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다른 기관과 다르다. 공무원 같지 않다. 솔직하다. 재미있다. 기존 방식과 정반대로 운영했다. 예산을 많이 들였던 기존 방식과 달리 적은 예산을 사용하고, 전문가 대신 직원이 출연하고, 정보 전달 중심이 아니라 재미 위주로 콘텐츠를 만들었다. 이런 점들이 사람들에게 신선하게 다가갔던 것 같다.”
 
“공무원 인기 하락, 과학적으로 설명 가능”
최근 공무원 시험 경쟁률이 낮아지고 있는 현상에 대해서는 단호한 입장을 보였다. “공무원의 월급, 연금, 업무 강도가 모두 악화하고 있다. 연금 개혁 이후 메리트는 줄었고, 월급은 사기업 대비 점점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물가 상승률을 따라가지 못하는 연봉, 늘어나는 업무 강도, 모든 책임을 공무원이 져야 하는 구조. 이런 점들이 사람들이 공무원을 기피하는 이유다.”
 
“공무원은 욕을 먹는 직업” 직업 만족도는 3점
그렇다면 직접 경험한 공무원이라는 직업은 어떨까? 김 팀장은 “공무원은 욕을 먹어야 하는 직업”이라고 단언했다. “사고, 재난, 경제 위기 등 모든 면에서 책임을 져야 하지만 시민들은 좋아하지 않는 직업군이다.” 그럼에도 직업 만족도를 5점 만점에 3점이라고 평가했다. “제 직업에 대해 3점 정도는 줘야 너무 슬프지 않을까(웃음).”
 
가장 많이 듣는 질문 “이직 안 하냐”
그가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은 ‘이직하지 않을 거냐’는 것이다. “정말 많은 분들이 제가 다른 곳으로 가길 바란다(웃음). 하지만 저는 충주시 유튜브와 분리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또 제 고향인 충주를 알리는 일에 만족하고 있어서, 유튜브를 운영하는 동안에는 충주시를 떠날 생각이 없다.”
 
공공기관 유튜브의 장점은? “없다(하하)”
공공기관이 유튜브를 시작하려 해도 조직 내부의 반발로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이에 대한 질문에 김 팀장은 “단언컨대 장점은 없다(웃음)”라고 답했다. “공공기관은 기본적으로 보수적이고 변화를 싫어한다. 결재 과정도 복잡하다.” 다만 “해당 기관에서만 보여줄 수 있는 콘텐츠가 있다”는 점은 장점으로 꼽았다.
 
끊임없이 아이디어를 내야 하는 부담, 해결 방법은?
유튜브 콘텐츠 기획에 대한 스트레스도 상당하다. “웹툰 작가들이 ‘뇌를 갉아먹는 직업’이라고 하더라. 콘텐츠 제작자들도 같은 고민이 있을 거다. 저는 그래서 최대한 게을러지려고 노력한다. 시간이 많고 여유가 있어야 좋은 아이디어가 나온다.”
트렌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유튜브와 커뮤니티를 수시로 모니터링하며, 사람들이 무엇을 불편해하는지도 체크한다고 한다. “그래야 나락(큰 실패)을 피할 수 있다.”
 
좋은 상사의 조건? “개입하지 않는 것”
초창기, 그의 콘텐츠를 이해하지 못하는 상사들 때문에 상처를 받은 적도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그는 어떤 상사가 되고 싶을까? “나중엔 바뀔 수도 있겠지만, 저는 개입하지 않는 상사가 되고 싶다. 창조성이 필요한 업무라면 간섭하면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 특히 홍보 업무는 그렇다.”
 
공무원이 하는 일, 사람들이 모르는 ‘비상근무’의 현실
사람들이 잘 모르는 공무원의 이면에 대해서는 ‘비상근무’를 꼽았다. “비가 오면 비상, 태풍이 오면 비상, 폭염, 가뭄, 눈, 코로나까지 온갖 종류의 비상근무가 많다. 본인의 업무 외에도 해야 하는 일들이 많다는 점이 아쉽다.”
 
“PR의 시대, 나만의 색깔을 만들어라”
퍼스널 브랜딩이 중요한 시대, 그에게 홍보란 어떤 의미일까? “일반 공무원에게 PR이 큰 의미는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내가 각인될 수 있었던 계기는 ‘공무원이 이런 영상까지 만들 수 있나?’ 싶은 콘텐츠를 올렸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충주사과를 찾아라’와 ‘국내 최초 사과 언박싱’ 영상이 있다.
 
가장 큰 고민, ‘계속 잘해야 한다는 부담’
김 팀장이 가장 고민하는 것은 무엇일까? “늘 같은 고민, 아이디어 짜는 것이다. 그리고 ‘폼을 유지해야 한다’는 의무감이 크다. 유튜브는 성장세가 꺾이면 쉽게 잊혀질 수 있는 플랫폼이라 항상 긴장하고 있다.”
 
미래의 꿈, “사람들에게 행복을 주는 것”
그에게 ‘공무원으로 남기엔 입담이 아깝다’는 반응이 많다. 먼 훗날 어떤 일을 하고 싶을까? “내일 콘텐츠도 못 짜고 있어서 먼 훗날은 생각 안 해봤다(웃음). 하지만 공무원이든 다른 분야든 사람들에게 행복을 주며 살고 싶다. 그러려면 내가 먼저 행복해야 하지 않을까.”
 
마지막 한마디 “일단 시작하라”
마지막으로 자신만의 콘텐츠로 성공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전하는 메시지. “모두가 성공할 수는 없다. 성공의 상당 부분은 운이다. 나도 운이 좋았고. 하지만 운 때문이라고 그냥 앉아 있을 게 아니라, 나만의 운을 찾아 도전해보라. 어떤 콘텐츠가 잘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러니, 지금 시작해라.”
 
김선태 팀장의 솔직하고도 유쾌한 인터뷰. 공무원 유튜브의 선구자로서, 앞으로 어떤 새로운 콘텐츠로 웃음을 줄지 기대된다.
 
충주맨 김선태 팀장과 사진 김호이 기자
충주맨 김선태 팀장과 [사진= 김호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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