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나라에서 소아청소년 우울증은 비교적 최근에 주목받기 시작했으나 급격히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조사에 따르면 2023년 아동청소년 (7-18세) 중 우울증으로 진료를 받은 수는 5만3070명으로 2018년(3만190명) 대비 75.8%가량 증가했다.
소아청소년기에 우울증이 발생하는 요인은 다양하다. 한 연구에서는 어린 시기에 우울증이 발생하는 데 미치는 유전의 영향을 약 40% 정도로 추산하기도 했다. 이 같은 결과는 어떤 사람들은 우울증이 발생하기 쉬운 기질적 취약성을 가지고 태어난다고 생각해 볼 수 있다. 환경에서 오는 다양한 스트레스 요인 역시 중요한 요소이다.
대표적인 스트레스 요인은 어린시절의 학대·방임·트라우마와 같이 정신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주는 경험을 들 수 있다. 또한 △과도한 학업 △부정적 친구관계 △신체 질환 △경제적 문제 등이 지속되는 경험들도 상당한 고통을 일으킨다.
정서 조절의 문제는 아이들에게도 가족들에게도 상당한 고통으로 작용한다. 정서조절의 어려움은 울거나, 화내거나, 짜증내는 등의 큰 정서적 반응을 보인다. 자신의 감정을 언어로 표현하기 어려울 때 나타나는 것이 학교 거부, 자해 등 신체적 통증으로 정서를 표현 등이다. 술, 담배, 마약 등 중독물질에 빠지는 기전 역시 이러한 정서 조절의 문제가 선행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행동까지 진행된 아이들은 이미 우울증이 상당히 진행된 상태로 병원을 방문하는 경우가 많다. 심각한 우울증의 경우, 약물치료와 적극적 인지행동치료를 동반해도 50~60% 정도만이 증상의 관해(증상이 우울장애 진단기준 이하로 줄어듦)를 보인다.
또한 아동청소년기 우울증을 경험한 아이들은 성인이 되어서도 우울장애를 경험하는 위험도가 2.78배 증가되고, 성인기 불안장애가 발생하는 위험도 높다고 한다. 따라서 우울증의 신호를 조기에 발견하여 적극적으로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이들의 성향에 따라 말과 행동에서 우울증의 신호가 잘 표현되는 경우도 있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명확하지 않은 신호도 많이 있다. 평소보다 짜증이 늘어나거나, 수면 시간이 현저히 늦어지거나, 학교에 가고 싶지 않거나, 머리·배·다리 등 신체부위가 아프거나, 어지럽다고 자주 호소하는 등의 모습들이 나타난다.
유재현 서울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우울증으로 많이 힘겨워 하는 아이라면, 회복과 성장을 돕는 정신건강 전문가와의 상담이 필요하다"며 "기회의 문은 언제든지 열려 있으니 가까운 병의원을 찾아 상담을 받기를 당부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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