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 전선' 中으로 집중…동맹과는 90일 유예로 숨 고르기

  • 中 맞불·美 내부우려 등 감안해 전략 수정

  • 對中 고율관세, 韓엔 기회이자 위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워싱턴 DC의 백악관 집무실에서 행정명령에 서명하고 있다 사진UPI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워싱턴 DC의 백악관 집무실에서 행정명령에 서명하고 있다. [사진=UPI·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도한 '관세 전쟁'이 중대한 전환점을 맞았다. 중국에 대해서는 고율 관세를 강화하는 한편, 한국 등 다른 국가들에는 관세를 일부 유예하는 전략적 조정에 나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중국에 대한 관세를 125%로 높이고 한국을 비롯한 주요 무역 파트너국에는 향후 90일간 10%의 기본관세만 적용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불과 13시간 전 발효된 상호관세 정책에서 급선회한 것으로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전략이 '중국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일 전 세계 국가를 대상으로 10%의 기본관세를 부과하고 9일 0시 1분(미 동부시간)을 기해 나라별 상호관세를 발효했는데 불과 반나절 만에 다시 90일간의 유예 조치를 내놓았다. 다만, 5일 이전에 부과된 철강·알루미늄·자동차 등에 대한 품목별 관세(25%)는 유지된다.
 
이번 결정은 중국의 보복 관세 조치와 관세 정책으로 인해 미국 내에서 제기된 정치·경제적 리스크를 해소하기 위한 전술적 후퇴로 해석된다. 실제로 중국이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와 같은 세율의 맞불 관세로 대응하자 미국 증시가 크게 요동쳤다.
 
스콧 베센트 미 재무장관은 상호관세 유예는 각국과의 협상 시간을 고려한 결정이라고 설명했지만 실질적으로는 중국 변수와 미국 내 정치적 압박이 더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6월 3일 대선을 앞두고 있어 새 정부 출범 이후 대미 협상을 본격화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됐다. 다만, 이미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총리 체제하에서 한·미 간 협상을 사실상 시작한 상황에서 미국은 한국의 정치 일정과 관계 없이 속도감 있게 협상을 이끌어가려 할 가능성이 높아 한·미 간 이견 조율에 어려움이 따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미·중 간 무역 긴장의 재점화 속, 향후 전개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관세의 총구를 중국으로 돌린 트럼프 대통령과 이에 물러서지 않고 대응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으로 인해 양국 간 무역전쟁이 장기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양국 간 무역전쟁 장기화는 두 나라의 '무력 충돌'을 막는 안전판 역할을 해온 양국 경제의 상호의존성을 잠식하며, 세계 1·2위 경제대국의 디커플링(decoupling·공급망 등 분리)을 촉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전 세계에 우려를 키운다.
 
한국 입장에서는 중국의 대미 수출이 고율 관세로 차단되면 미국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는 상대적 반사이익을 누릴 수 있지만 미국 시장으로 가지 못한 중국 제품들이 전 세계 다른 시장을 저가 정책으로 공략할 경우 한국 기업들이 상당한 타격을 입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일단 시 주석이 9일 연설에서 "주변국과 운명 공동체를 구축하겠다"며 자국에 우호적인 연대를 형성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과 다른 나라들을 분리해 압박하면서, 중국 포위 전략으로 반격을 시도하는 것으로 보인다.
 
베센트 재무장관이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무역 전쟁의 구도를 '전 세계 대 중국'으로 가져가느냐는 질문에 "난 무역 전쟁이라고 부르지 않지만, 중국이 확전했고,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매우 용감하게 대응했다"면서 "우리는 교역 파트너들과 함께 해법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관심은 향후 미·중 간 대화의 가능성으로 옮겨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과의 대화 가능성에 대해선 "물론 나는 그와 만날 것"이라면서 "그는 내 친구이고 나는 그를 좋아하며 존경한다"고 밝혔다.
 
다만, 지난 1월 트럼프 2기 출범 이후 미·중 간 고위급 소통 채널이 아직 구축되지 않은 상황이라 양국 모두 충돌을 피하고자 물밑 접촉을 시도하고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양국은 트럼프 집권 1기 때도 1차 무역전쟁을 치른 바 있다. 2018년 미국이 중국산 제품에 무더기로 관세를 부과하며 무역전쟁에 시동을 걸었고, 결국 양국이 서로 관세와 보복관세를 주고받다 2020년 초 1단계 무역 합의라는 미봉책에 합의했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 속에서 실질적 이행은 부진했다.
 
이번에 다시 시작된 2차 무역전쟁에서는 미국은 중국을 정조준했고 중국은 동맹을 규합하려는 전략을 구사하며 또다시 세계 경제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한국을 비롯한 관련국들은 미·중 간 충돌에서 반사이익과 역풍 사이의 복잡한 이해관계 속에 놓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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