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반도체 산업이 수입 반도체의 원산지를 웨이퍼 제조국의 위치로 결정하는 새로운 기준을 채택했다. 이는 미·중 관세 갈등 속에서 미국산 반도체에 대한 관세 부과를 명확히 하고, 중국 내 반도체 생산을 촉진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12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로이터통신, 중국 제일재경 등에 따르면 중국반도체산업협회(CSIA)는 11일 위챗 공지를 통해 "패키징 공정을 거쳤든 거치지 않았든 모든 집적회로 제품의 수입통관 시 원산지는 웨이퍼 제조 공장 위치를 기준으로 신고할 것"을 권고했다.
CSIA는 그간 원산지 기준이 모호했던 문제를 이번 조치로 명확히 했다. 번스타인증권의 애널리스트들은 투자자들이 주로 패키징 장소를 원산지로 판단해왔고, 웨이퍼 제조 공장(팹)을 변경하는 것이 훨씬 어려운 점을 고려하면 이번 결정이 업계를 놀라게 했다고 평가했다.
미국과 중국이 각각 100% 이상의 고율 관세로 맞서며 무역 갈등이 심화된 가운데, 이 조치는 중국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계에 활력을 불어넣을 전망이다. 실제로 CSIA 공지 이후 중국 최대 파운드리 기업 SMIC는 홍콩 증시에서 주가가 5.9% 올랐으며, 화훙반도체는 14% 급등했다.
반면 미국 내 팹에서 제조된 칩은 중국 수입 시 높은 관세를 부과받는다. 미국은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후 중국에 대한 누적 관세율을 145%로 올렸고, 이에 맞서 중국은 대미 관세를 125%로 상향했다.
업계는 인텔, 텍사스인스트루먼트, 글로벌파운드리, 마이크로칩테크놀로지 등 미국 기업들이 이번 조치로 가장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상하이의 반도체 시장조사업체 IC와이즈는 중국의 새 규정이 미국산 칩의 비용을 높일 것이라며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겠다는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고 미국을 다시 아웃소싱하게 만들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대만 TSMC나 삼성전자가 자국에서 생산한 칩은 중국의 미국산 관세 대상에서 제외돼 영향이 제한적일 가능성이 있다. 로이터는 중국 반도체 플랫폼 EETop의 분석을 인용해 퀄컴, AMD 같은 미국 설계 업체가 대만에 제조를 위탁할 경우 원산지가 대만으로 분류돼 중국의 보복 관세를 피할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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