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힌 돈줄, 벼랑 끝 서민]"1금융권 외면속, 2금융권도 문턱 높여"…'그림의 떡' 된 저신용자 대출

  • 저축銀 63% '600점↓' 신용대출 안 내줘…"2년새 20%p↑"

  • 1금융권은 저신용자 대출 6.3% 정도 내줘…작년의 절반 수준

오픈AI 달리DALL-E를 이용해 만든 이미지 자료DALL-E
오픈AI '달리(DALL-E)'를 이용해 만든 이미지 [자료=DALL-E]

은행 대출 문턱이 갈수록 높아지면서 저신용자들의 자금줄도 급격히 막히고 있다. 서민금융을 내세우는 저축은행은 물론, 제도권의 끝단에 서 있는 카드론과 대부업마저 대출 기준을 강화하고 있다. 이로 인해 제도권 금융에서 밀려난 서민들은 불법 사금융에까지 내몰리는 실정이다. 금융당국에서 저신용자의 제도권 대출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정책서민금융 확대 등에 나서고 있지만, 보다 실질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0명 중 6명 문턱 못 넘어…2금융권 '대출 문' 닫혀

저신용자들의 주요 대출 창구인 2금융권의 대출 문턱이 최근 급격히 높아지고 있다. 경영 환경 악화로 건전성 관리가 우선이 된 2금융권 대출 심사 기준이 강화되면서, 저신용자를 포용할 수 있는 제도권 금융기관이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13일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지난 3월 저축은행 79개사 중 3억원 이상 가계신용대출을 취급한 32곳 중 신용 점수 600점 이하에게 대출을 내주지 않은 비율 62.5%(20개사)로 집계됐다. 2023년에는 같은 기간 40.6%(13곳) 정도에 그쳤지만, 2년 사이 중저신용자에게 대출을 내주지 않는 비율이 20% 넘게 오른 것이다. 통상 신용 점수 600점 이하는 저신용자로 분류된다.

이는 최근 저축은행의 건전성이 악화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작년 저축은행 전체 연체율은 전년 대비 1.97%포인트 오른 8.52%로 9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저축은행에서는 높아진 연체율을 관리하기 위해 대출 문턱을 높이고, 신용 보증이 된 고신용자 위주로 대출을 내주고 있다.

카드론·대부업 등 타 2금융권의 경우에도 중·저신용자 대출금리를 높이거나 신규 대출을 줄이고 있다. 중저신용자(신용점수 700점 이하) 회원의 전업·비전업 카드사 15개사의 지난달 카드론 평균 대출금리는 17.3%로 법정 최고금리인 20%에 근접한 상태로 유지 중이다. 중저신용자의 카드론 평균 대출금리는 작년 5월 15.6%를 기록한 이후 10개월 사이 1.7%포인트가 올랐다. 

대부업 상황도 마찬가지다. 작년 상반기 대부업 전체 대출잔액은 12조2105억원으로 전년 대비 2.4% 줄었으며, 이용자 수도 72만8000명에서 71만4000명으로 감소했다. 법정 최고금리가 연 24%에서 20%로 인하된 2021년 말 당시 112만명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2년 6개월 만에 약 40만명이 줄어든 셈이다.

이는 대부업권의 연체율이 큰 폭으로 오르며 경영 환경이 악화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원리금 연체 30일 이상을 의미하는 대부업권 연체율은 2021년 말 6.1%에서 작년 6월 13.1%로 2년 반 사이 두 배로 뛰었다. 2010년 대부업 연체율을 집계하기 시작한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이처럼 제도권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기 어려운 상황이 지속되자, 저신용자들이 불법 사금융에 의존하게 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10월까지 접수된 불법 사금융 피해 상담·신고 건수는 최근 5년 사이 가장 많은 수준으로 급증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저축은행 업권에서도 신용평점 1000점 기준 대략 800점 초반인 차주가 하위 30%에 해당할 정도"라며 "제도권 마지노선인 대부업권도 저축은행 금리와 3~4% 밖에 차이가 나지 않아 저신용자가 제도권에서 대출을 받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1금융권에서는 아예 '논외'…저신용자 대출 비중은 한 자릿수

저신용자 대출을 배제하는 움직임은 금융권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 1금융권에서도 이러한 흐름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날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19개 주요 은행이 내준 신규 개인신용대출 중 금리 9% 이상에게 내준 비중은 평균 6.3%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 동기(14.3%)의 절반 수준에 그친다. 9%대 이상 금리는 신용평점 600점 이하의 저신용자에게 제공되는 수준이다. 반면 신용등급 1~2등급인 고객에 제공되는 5% 미만 금리의 신규 신용대출 취급비중은 47.1%에 달했다. 

이는 그간 1·2금융권의 역할이 나뉘며, 주로 2금융권에서 저신용자를 취급해왔기 때문이다. 1금융권은 규모가 큰 만큼 수익성·연체율 관리를 위해 건전한 대출 포트폴리오를 유지하는 게 우선이다. 저신용자 대출은 은행의 건전성 지표를 악화시켜 대손충당금 등 위험관리비용을 늘어나게 하는데, 금융당국의 엄격한 위험가중자산(RWA) 관리 요구를 받는 1금융권으로선 저신용자 대출을 마냥 늘릴 수 없는 실정이다.

여기에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총량관리제 시행으로 대출 영업을 줄인 것도 원인으로 지목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은행권의 연체율은 0.44%로 전년 대비 0.06%포인트 올랐다. 개인사업자대출 연체율은 0.60%로 전년보다 0.12%포인트 상승했다. 

최근에는 2금융권과 함께 중·저신용자의 대출 창구였던 인터넷전문은행까지 대출 문턱을 높이고 있다. 지난해 12월 인터넷은행 3사의 저신용자(KCB 기준 신용점수 650∼601점) 대상 신용대출 금리는 평균 7%대였지만 최근 9%대로 올랐다. 이 배경에도 연체율 부담이 깔려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연체율을 살펴보면 △카카오뱅크 0.48% △케이뱅크 0.88% △토스뱅크 0.99%로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최대 3배 수준에 달했다. 

아울러 정부가 대신 갚아주는 서민정책 빚도 늘어나고 있어 정책금융상품의 활성화도 어려운 상황이다. 최저신용자를 지원하는 정책금융상품인 햇살론15의 대위변제율은 2023년 말 21.3%에서 지난해 말 25.5%로 상승했다. 같은 기간 저소득 청년층을 위한 햇살론유스는 9.4%에서 12.7%로, 신용카드 발급이 어려운 취약계층을 위한 상품인 햇살론카드는 12.3%에서 17.8%로 올랐다.

이민환 인하대 교수는 "금리 인하 등 은행 팔을 비트는 정책만 말고 신용 점수로 대출 시 불이익을 받지 않게 하는 등 수혜를 보는 중·저신용자가 늘 수 있도록 다각적인 제도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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