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중 양국간 무역전쟁이 격화하는 가운데 베트남과 말레이시아, 캄보디아 등 동남아 3개국 순방에 나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미국의 고율 관세 부과에 함께 맞서기 위한 공동대응 전선 구축에 주력하고 있다.
15일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시진핑 주석은 전날 베트남 하노이에서 또럼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과 정상회담을 갖고 "일방적 괴롭힘 행위에 함께 반대해야 한다"며 사실상 미국을 에둘러 겨냥했다.
중국은 그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중국을 비롯해 전세계를 상대로 고율 관세를 부과하는 것을 '일방적 괴롭힘 행위'로 규정해왔다.
시 주석은 또 "중국과 베트남은 경제 세계화의 수혜자"라고 평가하며 "(양국이) 글로벌 자유무역 체제와 산업 및 공급망을 안정적으로 유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 취임 이후 현재까지 중국을 향해 20%의 보편관세와 125%의 상호관세 등 총 145%의 징벌적 관세를 부과했다. 베트남에는 46%의 상호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힌 뒤 90일간의 유예기간을 뒀다.
베트남은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에서 중국의 가장 큰 무역 상대국이다. 지난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엔 중국을 대체할 생산기지로 떠오르며 미·중 무역 전쟁의 최대 수혜국으로 꼽혔다.
하지만 트럼프 2기 행정부는 베트남을 중국산 제품의 우회 수출경로로 낙인 찍고 고율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 예고하면서 대체 생산기지로서 베트남의 입지도 좁아질 수 밖에 없을 전망이다. 베트남으로선 미국과 협상을 통해 관세를 낮추는 동시에 중국과 경제 협력을 강화해야 하는 딜레마에 빠진 것. 시 주석이 올해 첫 해외 순방지로 베트남을 선택한 것도 이러한 베트남을 설득해 트럼프의 고율 관세에 함께 맞설 우군을 확보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이를 위해 시 주석은 베트남에 '선물 보따리'도 안겼다. 중국·베트남 운명공동체 건설을 위한 6대 조치를 제시한 게 대표적이다. 여기엔 ▲ 고위급 소통 강화 등 전략적 상호신뢰 증진 ▲ 외교·국방·공안(경찰) 분야 장관급 '3+3' 전략적 대화 및 국경 간 범죄 공동 대응 등 안보 협력 강화 ▲ 철도·도로·인공지능(AI) 등 산업 협력 확대 ▲ 인문 교류 ▲ 다자 협력 ▲ 더 긍정적인 남중국해 해상 교류 등이 포함됐다.
회담 후 양국은 철도 등 상호 연결성·AI·검역·농산물 무역·문화·체육·민생·인적자원·미디어 등 분야에 걸친 총 45건의 합의를 체결했다. 특히 철도 분야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철도 개발 위원회를 설립하기로 했다.
베트남 순방을 마친 시 주석은 15일 오후 다음 순방국인 말레이시아를 국빈 방문한다. 말레이시아의 술탄 이브라힘 국왕의 초청으로 이뤄진 시 주석의 말레이 방문은 지난 2013년 이후 12년 만이다.
시 주석은 이날 말레이시아 매체 더스타 기고문에서도 "중국은 말레이시아를 비롯한 아세안 국가들과 함께 지정학 대립, 진영간 갈등, 일방주의와 보호주의에 맞서 평화와 발전이라는 시대적 흐름을 따를 것"이라며 "중국-말레이시아 높은 수준의 운명공동체 및 중국-아세안 운명공동체를 함께 건설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을 정조준해 말레이시아와의 공동 전선 구축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이어 17일에는 대표적인 아세안 내 친중 국가인 캄보디아를 방문해 반 트럼프 전선 다지기에 총력을 기울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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