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공지능(AI)이 퇴직연금을 개인 맞춤형으로 운용할 수 있는 시대가 개막했다. 지난해 말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된 퇴직연금 로보어바이저(RA) 일임형 서비스가 본격적으로 시장에 출시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RA 일임서비스가 수익률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는 퇴직연금 시장에서 하나의 척도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 NH투자증권, 삼성증권, 미래에셋자산운용, 한국투자신탁운용, 쿼터백자산운용, 디셈버앤컴퍼니 등 각 금융권에서 RA 서비스를 선보이기 시작한다. 앞서 파운트투자자문이 지난달 28일 하나은행을 통해 국내 시장에서 처음으로 퇴직연금 RA 일임형 서비스를 출시했다.
퇴직연금 RA 서비스 도입은 퇴직연금의 고질적인 숙제인 수익률 제고와 관련이 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국내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는 지난해 3분기를 처음으로 400조원을 돌파했고 지난해 4분기 말 기준 약 427조2000억원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퇴직연금 적립금 절반가량이 수익률이 미미한 원리금보장형 상품으로 운용되고 있어 노후소득에 기여하는 효과가 떨어진다.
퇴직연금 RA 서비스는 AI 알고리즘이 퇴직연금 가입자의 적립금을 자동으로 운용해준다. 운용 측면에서 가입자의 편의성이 개선되는 만큼 방치되는 유휴자금 규모를 줄이고 수익률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금융사들은 로보어드바이저는 낮은 비용으로 개인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금융사들은 우수한 RA 서비스가 수익률에 관심이 높은 가입자를 유인할 것으로 기대하며 여러 업체들과 제휴를 통해 다양한 전략과 알고리즘을 제시하며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이날 RA 출시 관련 기자간담회를 연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이준용 부회장은 "이제는 퇴직연금 2.0시대"라며 "적립금을 두고 다투는 외형 중심의 시장이 아닌 수익률 중심의 시장이 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지난해 말 기준 미국 퇴직연금 시장은 총 32조7000억 달러 규모다. 이 중 확정급여(DB)형을 제외한 개인형 퇴직연금 시장(약 29조4000억 달러)에서 약 5%가 RA로 운용되고 있다. 이를 토대로 미래에셋증권은 2035년 국내 퇴직연금 시장이 1000조원 규모에 달하고, RA 시장도 약 38조원 규모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한편 퇴직연금 RA 서비스는 혁신금융서비스를 통해 도입됐기에 아직까지 제약이 많다. DC형과 IRP계좌에서 RA 서비스가 가능한 미국과 달리 국내에서는 아직 IRP계좌를 통해서만 RA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다. 또한 투자 한도 역시 IRP 1개 계좌당 900만원으로 제한된다. 투자자는 금융사당 1개 계좌만 보유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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