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경기가 나빠질 것으로 예상한 부자들이 부동산보다 금, 채권 같은 안전자산 투자 비중을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40세 이하 영리치는 비트코인과 같은 가상자산이나 해외주식에 대한 관심이 특히 높았다.
하나은행 하나금융연구소는 16일 대한민국 부자들의 금융행태를 분석한 '2025 대한민국 웰스 리포트'를 발간했다.
금융자산 10억원 이상 부자들의 절반 이상은 올해 실물 경기와 부동산 경기 모두를 부정적으로 내다봤다. 이에 따라 예금(40.4%)을 제외하고 투자의향이 가장 높은 자산은 불황형 상품의 대표격인 금(32.2%)이었다. 금리 인하 시 가격이 상승하는 채권(32.0%)과 직접 투자하되 지수를 추종하는 방식으로 안정적인 수익 관리가 가능한 상장지수펀드(ETF·29.8%)가 뒤를 이었다.
반면 부동산 투자의향은 상대적으로 후순위였다. 부자의 부동산 매수의향은 44%로 전년(50%) 대비 하락했고, 매도 의향은 34%로 전년(31%) 대비 소폭 상승했다. 시장의 불안이 해소될 때까지 다음 기회를 탐색하거나, 부동산보다 금융 투자를 다양화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가상자산에 대한 인식 변화도 감지됐다. 금융자산 1억원 이상을 보유한 대중부유층과 10억원 이상을 보유한 부자들의 가상자산 보유 비중은 최근 3년간 연평균 15%씩 증가했다. 2024년 기준 부유층의 1/3은 가상자산을 보유하고 있거나 보유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가상자산 투자자의 34%는 4종 이상 코인을 보유해 과거보다 보유 코인 수가 늘었고, 목돈을 한번에 투자하기보다 수시로 매입하는 경향도 높아졌다.
가상자산에 1000만원 이상을 투자하는 부유층의 비율은 70%를 넘었고 평균 투자액은 과거보다 2배 이상 많아졌다. 가상자산 투자자 10명 중 5~6명은 올해도 투자를 계속할 의향을 보였고 투자의향이 없다는 응답은 1명에 불과했다.
영리치는 금융자산의 42%를 투자자산으로 운용하고 있었으며 가능성이 있다면 레버리지를 활용해서라도 투자(21%)하려는 경향을 보였다. '주식 네이티브'답게 영리치의 25%는 미성년 혹은 취업 전 주식투자를 시작했다. 이는 올드리치(5%)의 5배 수준이다.
이들은 주식을 시장 상황에 따라 선택하는 유동적 투자상품으로 여기는 것이 아니라 투자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혹은 소득을 모은 후 본격적으로 투자하기 위해 선택하는 필수 투자상품으로 인지하고 있었다. 올드리치는 투자 경기가 호황이어서, 가족의 권유로 주식을 시작한 것과 비교해 영리치가 더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주식투자를 시작한 셈이다.
영리치는 해외주식을 선호해 국내외 투자비중이 7대3으로 올드리치(8대2)보다 해외주식 투자 비중을 높게 유지하고 있었다. 올해는 해외주식 비중을 40%까지 늘릴 계획인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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