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수입차에 부과한 25% 관세가 완화되지 않을 경우 올여름부터 미국 내 자동차 판매 가격이 상승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주요 자동차 업체들은 다음달 이후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16일(현지시간) 미국 포드자동차는 트럼프 대통령이 자동차 관세를 인하하지 않을 경우 다음달부터 조립라인에서 나오는 차량 가격을 인상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이는 6월 말부터 소비자 가격에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포드자동차의 앤드루 프릭 내연기관 및 전기차 부문 사장은 이날 딜러들에게 보낸 메모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에 큰 변화가 없다면 향후 차량 가격 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이는 5월 생산분부터 인상이 적용될 수 있다”고 밝혔다.
블룸버그통신은 이에 대해 “(이번 포드의 발표는)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수입차 25% 관세로 인한 비용 부담을 소비자 등에 전가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가장 분명한 신호”라고 분석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자동차 회사들이 미국 내 생산 시설을 이전할 시간을 더 주기 위해 일시적인 유예 조치를 고려하고 있다고 밝힌 지 이틀 만에 나온 것이다.
포드는 미국에서 판매하는 자동차의 약 80%를 미국 공장에서 생산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관세로 인한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이는 자동차가 수천 개의 부품으로 구성돼 있으며, 주요 부품 상당수가 세계 각국에서 수입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완성차를 미국 내에서 조립하더라도 전체 생산 원가는 관세 영향을 받아 상승하게 되는 것이다.
독일 폭스바겐도 6월부터 미국 내 판매가 상승이 있을 수 있다고 예고했다. 폭스바겐 북미법인 키엘 그루너 대표는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미국 정부의 관세에도 다음달 말까지 가격을 동결하겠다고 말했다. 그루너 대표는 “당장 다음 주에 규제나 관세 환경이 어떻게 변할지 알 수 없다”면서 “우리는 5월 말까지 소비자와 딜러에게 가격이 오르지 않는다는 확신을 주고 싶다”고 설명했다. 이는 폭스바겐이 곧 가격을 상승하겠다고 예고한 것과는 조금 다른 입장이다.
그루너 대표는 관세가 그대로 유지될 경우 공급업체, 딜러, 소비자들에게 부담이 분산될 수 있다면서 6월부터 자사와 경쟁사의 공급망 및 관세 비용을 면밀히 분석한 뒤 소비자 판매가 인상을 결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일본 닛산자동차는 자동차 관세를 피하기 위해 미국 내 공장 가동률을 최대한 끌어올리고 있다. 크리스티앙 뫼니에 닛산 미주법인의 회장은 “미국에서 생산된 차량 판매를 늘리고, 멕시코와 일본에서 수입하는 물량은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의 경우, 호세 무뇨스 사장이 지난 15일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하룻밤 사이에 엄청난 (가격) 인상이 있을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않는다"며 "시장이 (가격을) 결정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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