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지는 중기] 1분기 파산기업 또 역대 최대…中企 무너지면 한국경제도 '흔들'

  • 1분기 파산기업 453건…작년에 이어 올해도 역대 최대치

  • 법인기업 99%가 中企…금리인하 효과보다 경기 하방압력↑

  • '바닥경제' 中企 무너지면 고용·산업 전반 구조적 위기 심화

  • 전문가 "적정 산업정책·재정정책 필요…구조조정 도와야"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한국은행의 세 차례 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1분기 기업 파산신청이 역대 최대치를 갈아치웠다. 장기간 누적된 경기 침체 충격이 중소기업에 직격탄으로 돌아온 결과다. 경기 하방 압력이 금리 인하 효과를 압도하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우리 경제의 기반이 약화될 우려가 커지고 있다.

27일 법원 통계월보에 따르면 올해 1분기(1~3월) 법인파산 신청 건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건 늘어난 453건으로 집계됐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역대 최대치 경신이다.

법인파산 신청은 1분기 기준 △2019년 200건 △2020년 252건 △2021년 204건 △2022년 216건 △2023년 326건 △2024년 439건으로, 2023년부터 뚜렷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국내 법인기업의 약 99%가 중소기업인 점을 감안할 때 파산신청 증가는 사실상 중소기업의 연쇄 붕괴를 의미한다.

고금리 장기화 충격에 내수 부진까지 겹치면서 중소기업이 올해도 직격탄을 맞은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한은이 지난해 10월과 11월, 올해 2월 세 차례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했지만, 오히려 경기 하방 압력이 금리 인하 효과를 덮을 만큼 거세졌다는 분석이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5년간 이어진 경기 침체를 감당하지 못한 한계기업이 무너지기 시작한 것"이라며 "작년에 이어 올해도 역대 최대치를 갈아치웠다는 것은 한계기업이 아직 늘고 있다는 의미이며, 이런 상황에서 금리 인하는 무너진 기업들을 막기에 역부족"이라고 설명했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도 "금리 인하 효과가 실물경제에 반영되기까지는 1년가량의 시차가 있다"며 "금리 인상기에 발생한 사각지대를 재정정책이 보완하지 못한 것이 더 큰 충격으로 돌아온 것"이라고 말했다. 
 
아주경제 그래픽팀
[아주경제 그래픽팀]
금융권 역시 중소기업을 고위험군으로 분류하며 리스크를 경계하고 있다. 한은의 대출행태 서베이에 따르면 중소기업 신용위험지수는 올해 2분기 전망치 기준 22로 대기업(8)의 약 3배 수준이다. 2분기 중소기업 대출 수요는 19에서 25로 급증했지만, 은행의 대출태도는 0에서 -6으로 악화돼 대출 문턱이 더욱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중소기업의 생태계가 붕괴하는 것을 두고 전문가들은 한국 경제 전반에 리스크가 확대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중소기업은 한국 전체 고용의 약 80% 이상을, 전체 기업 중에선 99% 이상을 차지한다. 다시 말해 중소기업이 무너진다는 것은 한국 경제의 뿌리가 흔들리고 있다는 것과 같다. 이들이 연쇄적으로 무너질 경우 충격이 고용과 산업 전반에 걸친 구조적 위기로 직결될 수 있다는 의미다.

이 교수는 "우리 경제의 바닥을 중소기업이 지탱하고 있는데, 중소기업이 무너진다는 것은 우리 기업 생태계 전체가 붕괴할 수 있다는 뜻"이라며 "회생지원 신청 역시 급증하고 있어 정부의 재정여력이 한계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더 큰 문제는 이들이 버틸 힘조차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올해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내수와 수출 모두에서 부진하며 전기 대비 -0.2%를 기록했다. 여기에 미국발(發) 통상 불확실성과 고환율 부담까지 겹치면서 기업들의 유동성 위기가 심화되는 상황이다.

우 교수는 "인구 감소가 지속되면서 제조업 자체가 상당히 힘든 상황인데, 이행기를 잘 넘기려면 적정한 산업정책과 재정정책이 필요하다"며 "구조적인 변화를 정부가 개입해서 막을 수는 없지만 수월한 구조조정이 일어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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