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 1위 반도체 장비 기업인 네덜란드 ASML 출신 중국 과학자가 첨단 반도체 생산에 필수인 극자외선(EUV) 포토리소그래피(노광) 장비 관련 기술 개발에서 진전을 이루는 등 반도체 장비 분야에서 중국의 기술 혁신을 이끌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이 반도체 장비에서도 미국의 제재를 뚫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29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과학원 상하이광학정밀기계연구소의 린난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중국 레이저 분야 학술지 ‘레이저 및 광전자공학 진전’(Laser & Optoelectronics Progress) 3월호에 등재한 논문을 통해 포토리소그래피 장비의 핵심인 레이저플라즈마(LPP) EUV를 고체로 생성하는 기술을 개발에서 큰 진전을 이뤘다고 밝혔다. 이 학술지는 SCOPUS·ESCI 등에 등재된 국제저명학술지다.
린 교수의 연구팀이 개발하고 있는 기술은 고체 레이저로 플라즈마(이온화된 기체)를 생성해 EUV를 만들어내는 기술로, 탄산가스(CO2) 레이저로 플라즈마를 생성하는 ASML의 EUV 노광장비와는 차이가 있다.
연구팀은 “CO2 레이저는 고출력이라는 장점이 있지만, 전력변환효율이 낮고 운영 및 전력 측면에서 비용이 많이 든다”면서 고체 레이저는 크기가 작고 전력변환효율 높아 CO2 레이저를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ASML은 미국의 요청으로 첨단 반도체 생산에 필수인 자사 EUV 노광장비를 중국에 수출하고 있지 않고 있다.
특히 이번 연구를 이끈 린 교수는 ASML 연구개발(R&D)부 광원 기술 책임자 출신이다. 그는 유럽연합(EU)의 연구자 교류 프로그램인 ‘마리 퀴리 프로그램’을 통해 스웨덴 룬드대학교 석사를 취득했으며, 당시 2023년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인 안 휠러 교수의 지도를 받았다. 중국에 귀국한 건 2023년이다. 중국의 해외 고급 인재 채용 캠페인의 일환으로 귀국해 연구 활동을 이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SCMP는 린 교수의 이번 연구 성과에 대해 “이는 중국 반도체 산업 발전의 획기적인 기회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논문에 따르면 린 교수 연구팀은 1마이크론 고체 레이저를 사용하여 최대 3.42%의 전력변환효율을 달성했다. 이는 2019년 네덜란드 나노리소그래피 연구 센터에서 기록한 3.2%와 2021년 취리히 연방공과대학교 1.8%를 뛰어넘는 수준이다. 다만 지난해 일본 우츠노미야대학교에서 기록한 4.7%보다는 낮다고 SCMP는 짚었다.
상업적으로 활용 가능한 CO2 레이저 EUV 포토리소그래피 변환 효율은 약 5.5%다. 다만 연구팀은 이론적인 최대 변환 효율이 6%에 달할 것으로 추정한다면서 이론 및 실험 결과를 최적화하기 위해 추가 측정을 수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고체 레이저 기반 플라즈마 EUV 광원 및 측정 시스템의 국산화를 지원해 중국의 EUV 포토리소그래피 기술과 핵심 부품을 개발 노력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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