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임기 단축 개헌'을 내세우며 제21대 대통령 선거 출사표를 던졌다. 당선된다면 3년 내 속도감 있게 개헌을 완료하고, 총선과 대선을 실시하겠다는 계획이다. 중도층 표심을 겨냥한 승부수를 던진 것으로 풀이되는 가운데, 한 전 총리가 이른바 '골든타임' 내 단일화를 마칠지 주목된다.
지난 2일 한 전 총리는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임기 첫날 대통령 직속 개헌 지원기구를 만들어 개헌 성공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바로 개헌'을 목표로 삼은 그는 "취임 첫해에 개헌안을 마련하고 2년 차에 개헌을 완료하고 3년 차에 새로운 헌법에 따라 총선과 대선을 실시한 뒤 곧바로 직을 내려놓겠다"고 공언했다.
구체적인 개헌안에 대해서는 "국회와 국민들이 치열하게 토론해 결정하시되 저는 견제와 균형, 즉 분권이라는 핵심 방향만 제시하겠다"며 개입을 최소화할 것을 시사했다. 특히 "이번에 우리가 개헌에 성공하지 못하면 다시는 지금과 같은 기회가 찾아오기 어렵다"면서 "공직 외길을 걸어온 제가 신속한 개헌으로 우리 헌정질서를 새로운 반석 위에 올려놓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그는 "미국발 관세 폭풍이 전 세계 모든 나라의 가장 시급한 통상현안이다. 글로벌 무역 질서가 뒤바뀌고 있다"며 조속한 통상 문제 해결도 약속했다. △통상교섭본부장 △경제부총리 △국무총리 △주미대사 등을 역임한 경험을 열거하며 "이 일을 가장 오래 해온 사람이고 가장 잘할 사람"이라고 자신하기도 했다.
또 "지난 8일 미국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하면서 한·미 동맹의 굳건한 기반 위에 통상해법을 적극 모색해 나가기로 했다. 지난주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 2+2 고위급회담에서 상당히 의미 있는 성과가 있었다"며 "해결의 속도가 한층 빨라질 것"이라고 기대하는 모습도 보였다.
한 전 총리는 이밖에 "국민통합과 약자동행, 즉 국민동행을 약속드린다"며 "최고의 내각, 일하는 내각을 구성하고, 그분들이 책임지고 실질적인 성과를 이뤄내도록 치열하게 독려하겠다"고도 다짐했다. 이를 증명하려는 듯 출마 선언을 가진 후엔 서울 쪽방촌을 찾아 "어떤 물건을 나눠 주는 것보다 일정한 재원을 들여 가장 하고 싶은 것들을 주도록 하는 정책을 펼쳐야겠다"고 정책 구상을 전했다.
일찍이 대선 출마설이 제기됐던 한 전 총리가 무소속 신분으로 대선 레이스를 완주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여러 현실적인 문제를 고려한다면 국민의힘과 단일화는 예정된 순서다. 다만 안정적인 대선 일정을 위해선 국민의힘 대선 후보 등록 마감일 전 결론을 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대선 경선이 이날 마무리되고 최후 1인이 결정되는 것을 감안하면 약 일주일 내에 한 전 총리는 보다 단단한 지지 기반을 마련해야 하는 것이다.
앞서 지난 1일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달 28∼30일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국지표조사(NBS) 결과에 따르면 한 전 총리의 차기 대통령 적합도는 13%로 나타났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차기 적합도는 42%, 한동훈 대선 예비후보의 적합도는 9%, 김문수 후보의 적합도는 6% 순이었다.
한 전 총리와 한 후보 적합도는 오차범위 내였고, 한 전 총리와 김 후보는 오차범위 밖이었다. 한 후보와 김 후보 적합도는 오차범위 내였다.
한 전 총리가 지지층을 넓히기 위해선 긴 공직 경력을 앞세워 민생 문제 해결에 주력하고, 윤석열 전 대통령과 거리두기에 들어가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한 대행의 추후 행보에 대해 "윤 전 대통령과 확실히 선을 긋고 변화와 혁신의 메시지를 던져야 한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3~40년 공직 경력을 살려서 어떤 경우든 민생 문제를 해결하고 (출마 선언에서) 약속한 것처럼 3년 이내 개헌을 완수한 후 물러날 것이라는 확신을 심어줘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한편 NBS 조사는 휴대전화 가상번호(100%)를 이용한 전화 면접으로 이뤄졌다. 표본 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 응답률은 19.3%였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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