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속 변호사가 리걸테크 기업에서 겸직하는 것을 불허한 서울지방변호사회(서울변회)의 처분은 부당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법원이 리걸테크 플랫폼의 자동작성 서비스는 변호사법이 금지하는 ‘법률사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 판례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8부(재판장 이정희)는 변호사 A씨가 서울변회를 상대로 낸 ‘사용인 겸직불허 처분 취소 소송’에서 지난 2월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A씨는 2021년 리걸테크 회사인 B사에서 사원으로 활동하기 위해 겸직 허가를 신청했으나, 서울변회는 비변호사의 법률문서 작성 금지 등을 규정한 변호사법 제109조를 근거로 겸직을 불허했다.
서울변회는 B사가 내용증명, 계약서, 고소장 등을 자동으로 작성해주는 플랫폼을 운영한다는 점에서 “법률사무소나 법무법인이 아님에도 법률문서를 최종 작성하는 행위는 사실상 비변호사에 의한 법률사무 취급”이라고 판단했다.
이에 A씨는 “B사의 자동작성 서비스는 특정 사건에 관한 문서를 작성해주는 것이 아니고, 이용자가 직접 내용을 입력하는 구조이므로 법률사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A씨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판결문에 따르면, B사의 서비스는 이용자가 제공된 양식의 공란을 채우면, 시스템이 해당 내용을 문서에 그대로 자동 반영하며, 생성된 문서는 별도 검토 없이 그대로 출력되는 구조다.
재판부는 “이는 마치 종이 문서 서식집을 활용해 사용자가 직접 내용을 기입하는 것과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며, “자동작성 서비스는 법률문서 작성의 편의를 제공하는 도구일 뿐, 법률사무 취급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다만 재판부는 ‘검토 서비스’(변호사가 자동작성 문서를 개별 사건에 맞춰 수정·검토한 뒤 직인을 날인하는 유료 서비스)에 대해서는 “변호사법상 법률사무에 해당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유료 검토서비스 유입을 위한 알선 목적이 내포돼 있다는 의심의 여지도 있다”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재판부는 “서울변회가 A씨의 겸직을 불허하면서 검토서비스를 처분 사유에 포함하지 않았기 때문에, 당초 불허 처분은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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