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트남 증권시장이 한국거래소의 KRX 시스템을 도입하며 본격적인 증시 현대화의 막을 올렸다.
6일 베트남 현지 매체 호찌민법률신문에 따르면 베트남 증권시장의 새로운 정보기술 인프라인 KRX 시스템이 이날부터 정식 가동에 들어갔다. 약 10년간의 준비 끝에 본격적으로 운영을 시작한 이번 시스템은 거래 효율성과 투명성을 높이는 한편, 향후 T+0(당일 결제), 공매도, 옵션 등 국제 수준의 파생상품을 도입할 수 있는 기반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호찌민증권거래소(HoSE)와 시장 관계자들에 따르면, 첫 거래일 시스템은 전반적으로 원활하고 안정적으로 진행됐다. 일부 증권사에서 데이터 정합성과 관련한 작은 이슈가 발생했지만, 관계기관의 긴밀한 협조로 즉각 해결됐다. HoSE는 앞으로도 시스템 안정성을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보완할 계획이다.
이번 KRX 시스템의 도입은 베트남 재무부, 국가증권위원회(SSC), 호찌민 및 하노이 증권거래소(HoSE, HNX), 베트남예탁결제원(VSDC) 등 감독·운영기관이 협력하여 추진한 대형 프로젝트다. 해당 시스템은 한국거래소(KRX)가 개발을 주도했으며, KRX는 글로벌 시장에서 검증된 금융 IT 기술력을 바탕으로 베트남 금융 시장의 도약을 지원하고 있다.
특히 이번 시스템은 다중 거래 플랫폼 구조를 갖추고 있어, 서로 다른 거래 시간, 가격 단위, 주문 유형, 변동폭 등을 독립적으로 설정할 수 있다. 이를 통해 거래 유연성과 시장 관리 기능이 대폭 향상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사전 입금 없이 거래가 가능한 '비예치 기반 거래(Non-prefunding)'도 향후 도입을 검토하고 있어,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보다 매력적인 환경을 제공할 수 있을 전망이다.
첫 거래일에는 VN지수(VN-Index)가 전일 대비 13.75포인트 상승한 1240.05포인트를 기록하며 긍정적 출발을 보였다. 총거래대금은 14조4000억동(약 7934억4000만원)을 상회했으며, 외국인 투자자는 약 1240억동을 순매수했다. 이는 투자자들이 KRX 시스템 도입을 기술적 진보로 평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부이테떤(Bui The Tan) 베트남 SSI증권 리테일 부문 대표는 “KRX 시스템은 베트남 증시가 MSCI 신흥시장 지수 편입을 목표로 하는 과정에서 핵심적인 전환점”이라며 “시장의 안정적 출발은 관련 기관들의 철저한 사전 준비 덕분”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새로운 거래 방식과 제도에 대한 투자자의 이해가 완전해지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HoSE는 투자자들에게 공식 웹사이트를 통해 제공되는 안내문과 공지사항을 적극 참고할 것을 권장하며, 새로운 거래 규정과 시스템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도록 유도하고 있다.
베트남 정부는 이번 시스템 도입이 단지 기술적 개선에 그치지 않고, 투자자 신뢰 회복과 글로벌 자본 유치의 전기를 마련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아울러 증권거래소 및 예탁결제 인프라의 체계적인 정비를 통해 베트남 자본시장의 국제화를 한층 가속화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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