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 가덕도 신공항 부지 조성 공사가 시공사 재입찰 국면에 접어들면서 당초 목표였던 2029년 개항이 사실상 어려워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대건설이 공사 기간을 기존보다 2년 늘려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국토교통부가 수의계약 절차를 중단키로 하면서다. 재입찰 절차에 들어가면 최소 6개월 이상의 행정절차가 불가피한 데다 새로운 사업자를 찾는 방안도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사업이 상당 기간 지연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9일 건설업계와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국토부는 지난 8일 현대건설 컨소시엄과의 수의계약 절차 중단 작업에 착수했다. 당초 입찰조건인 공사기간 84개월보다 2년이 더 긴 108개월로 기본설계를 제출했던 현대건설 측이 국토부의 보완 요구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현대건설 컨소시엄은 가덕도의 초연약지반 특성을 고려할 때, 입찰 공고에 명시된 84개월(7년)보다 최소 2년의 추가 기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연약지반 안정화에 17개월이 더 걸리고, 안전을 위해 기본계획상 방파제와 매립을 동시에 진행하는 대신 방파제를 7개월 먼저 시공한 뒤 매립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가덕도신공항 공사는 가덕도 일대 여의도 면적의 2배가 넘는 666만9000㎡에 활주로와 방파제 등을 포함한 공항 시설 전반을 짓는 사업이다. 당초 2035년 6월 개항을 목표로 추진됐지만, 2030년 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에 힘을 싣기 위해 2029년 12월로 5년 6개월을 당겼다. 2023년 말 엑스포 유치가 무산됐으나 지역사회의 목소리 등을 반영해 조기 개항 계획은 유지됐다. 다만 현대건설은 2029년 개항에 맞춘 기존의 공사 기간인 84개월(7년)은 공사 난도와 안전을 위해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국토부는 전문가 자문회의 등을 통해 2029년 말 개항, 착공 후 7년 내 준공 기조를 유지할지와 공사비를 높여 재산정할지 등 여러 사항을 검토하는 한편 재입찰 방식을 결정할 방침이다. 업계에서는 공사의 난이도가 워낙 높고 기한이 촉박한 상황에서 재입찰이 진행된다고 해도 건설사들이 참여하지 않아 또다시 공사가 유찰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에도 입찰에서 경쟁 구도가 형성되지 않아 총 4차례 유찰 끝에 현대건설이 수의계약 대상자로 선정된 바 있다.
가덕도 신공항은 현대건설이 제출한 자료에서 드러나듯 지역 특성상 초고난도 공사를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이 요구된다. 게다가 초기부터 제기된 안전 우려를 감수할 수 있는 시공사가 다시 나타날지도 미지수다. 국토부가 턴키(설계·시공 일괄입찰)로 발주하게 된 배경에도 설계사들이 공항 입지 자체가 고난도 설계를 요구해 난색을 표했기 때문이다.
새로 시공사가 선정돼도 기본설계를 다시 하는 등 행정 절차에 수개월 이상의 시간이 소요되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이럴 경우 2029년 말 개항이라는 당초 목표는 사실상 어렵다는 분석이다.
유정훈 아주대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는 "가덕도는 초연약지반에 위치하고 있으며, 항만 인근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활주로 구조에도 기술적 제약이 많다”며 “설계사와 시공사 모두가 참여를 꺼릴 수밖에 없는 조건”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김해공항 확장안을 다시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까지 나온다. 2016년 박근혜 정부는 프랑스파리공항공단(ADPi)의 사전 타당성 조사에 따라 김해공항 확장안을 채택했지만 정치적 반발로 무산됐다.
조원철 연세대 토목환경공학과 명예교수는 "김해공항을 조금만 방향을 틀고 한 20m 정도만 활주로를 높이면 훨씬 더 편리하고 큰 공항을 운용할 수 있다"며 "가덕도 신공항의 바로 동쪽은 낙동강 하구인데 거기가 굉장히 깊어서 1987년 셀마급의 태풍이 오면 활주로가 견디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적기개항이 불투명해지면서 지역에서는 반발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김광회 부산시 미래부시장은 지난 7일 현대건설이 지금 공기를 줄이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는데 국토부가 개선안을 내라고 요구하는 건 큰 의미가 없다”며 “그렇다면 바로 재입찰해서 시간을 허비하지 않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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