끔찍하도록 아름다운 '킬링시저'

  • 서강대 메리홀 대극장서 공연

  • "비극, 무대 위 모든 것 아름다워야"

  • "이끌림처럼 무대 올라"…다채로운 '색깔'

배우 손호준과 유승호가 13일 오후 서울 서강대학교 메리홀에서 열린 연극 킬링시저 프레스콜에서 주요 장면을 시연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배우 손호준과 유승호가 13일 오후 서울 서강대학교 메리홀에서 열린 연극 '킬링시저' 프레스콜에서 주요 장면을 시연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 무대에 올려진 사람, 구조물, 빛깔, 소리-그 모든 것이 아름다워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끔찍한 이야기일수록 아름다워야 가치가 있다고요”
 
연극 <킬링시저>의 무대는 참혹하도록 아름답다. 신이 되기를 꿈꾼 시저는 비참한 최후를 맞지만, 그의 몰락은 눈부시다. 무대 위 장면들은 활활 타오르다가 결국에는 사그라지는 불꽃처럼 덧없지만, 끝까지 빛을 뿜어낸다. 죽음마저도 아름다움으로 연출된 이 무대는 비극이 품은 미의 극치를 보여준다.
 
김정 연출은 13일 서강대 메리홀 대극장에서 열린 <킬링시저> 프레스콜에서 “비극이란 단순히 끔찍한 장면의 재현이 아니다"라며 "‘어떻게 저렇게 아름답게 죽어있을까, 어떻게 저토록 아름답게 비명을 지를까’라는 상반된 모습을 동시에 담고 싶었다”고 말했다.
 
김 연출은 몇 해 전부터 ‘언젠가 비극을 다뤄야 한다’는 생각을 품었다. “<킬링 시저>는 연극적으로 얼마나 강렬한 무대를 만들 수 있을까라는 생각에서 출발했어요. 작업을 진행하면서 생각이 계속 바뀌었고, 또 지금 시점에서도 생각이 자꾸 바뀌어요. 연출로서 작품을 바라보는 주제의식은 ‘끝없이 두려워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는 인간의 저항’이라고 할까요.”
 
배우 손호준이 13일 오후 서울 서강대학교 메리홀에서 열린 연극 킬링시저 프레스콜에서 주요 장면을 시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배우 손호준이 13일 오후 서울 서강대학교 메리홀에서 열린 연극 '킬링시저' 프레스콜에서 주요 장면을 시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그는 “한 인간이 목숨을 걸고 지킬 무언가가 이 세상에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수많은 해방자의 시체 위에서 세워진 로마. 저항해 온 시민들의 의지가 결국 우리가 사는 이 나라의 바탕이 된 게 아닌가란 생각이 들었죠. 황제 이야기에서 시작하지만, 이 나라를 지키려고 했던 보잘것없는 이들의 이야기로 귀결되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셰익스피어의 ‘줄리어스 시저’를 원작으로 재창작한 이 작품은 공화정을 수호한다는 명분으로 벌어진 시저 암살이 오히려 또 다른 독재자를 낳는 아이러니를 연극으로 구현했다. 로마 공화정을 연상시키는 원형 입체무대 위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는 아름다운 몸짓과 화려한 조명이 더해져 비극을 더욱 선명하게 드러낸다.
 
브루터스 역의 배우 유승호는 “무대가 그리웠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연극 '엔젤스 인 아메리카'로 연극 무대에 처음으로 섰다. “어느 순간 무대 위에서 연기하는 배우들의 모습, 합을 맞췄던 순간이 그리워졌어요. 무대에서도 잘 뛰어다닐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죠.”
 
시저 역의 손호준은 ‘이끌림’을 강조했다. “승호 씨와 저는 비슷해요. 무대에 서기 전에 떨고, 또 ‘실수하지 않게 해달라’고 기도하죠. 그런데 연극이 참 희한해요. 끝나고 나면 더 하고 싶어요. 매번 떨리고 힘들고 못 하겠는데 말이죠. 정신 차리고 보니 <킬링시저> 무대에 서 있더군요.”
 
배우 유승호와 양지원이 13일 오후 서울 서강대학교 메리홀에서 열린 연극 킬링시저 프레스콜에서 주요 장면을 시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배우 유승호와 양지원이 13일 오후 서울 서강대학교 메리홀에서 열린 연극 '킬링시저' 프레스콜에서 주요 장면을 시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시저 역은 김준원과 손호준, 더블캐스팅이다. 김 연출은 “두 배우가 상당히 다르다”고 평했다. “손호준 배우는 이상하게 서늘하고 징그럽게 무섭다는 느낌을 주는 반면, 김준원 선배는 두껍고 묵직한 느낌이죠. 색깔이 확연히 달라요. 브루터스를 연기하는 유승호 배우에겐 좋은 기회죠. 다채로운 색깔을 보여주는 조합이라고 생각해요.”
 
시저는 극 후반, 또 다른 시저의 이름인 ‘옥타비아누스’로 등장한다. 김준원 배우는 시저는 '불'이라면 옥타비아누스는 '얼음'이라고 표현했다. “시저는 거칠고 힘이 있다면, 옥타비아누스는 새로운 시스템이자 권력이죠. 냉정하고 이성적인 얼음 같은 느낌이에요.”
 
안토니우스와 카시우스, X 총 3개 배역을 소화하는 배우 양지원은 X는 “브루터스의 머릿속 혹은 괴테 파우스트의 메피스토펠레스와 같은 인간을 초월하는 존재”라고 설명했다. “메피스토펠레스를 상징하는 빨강 머리를 할까 아니면 파랑 머리를 할까 등 외적인 부분도 고민했어요. 파란색 머리는 아름다움을 상징하더군요. 우울함이란 뜻도 내포돼 있고요. 아름다움을 가장한 악마 같은 역할을 만들면 어떨까란 생각에 파란색 머리로 결정했죠.”
 
작가 오세혁은 ‘권력’을 말했다. “권력은 혼자 만드는 게 아니라 수많은 사람, 즉 국민이 그 힘을 준다고 생각해요. 권력을 이어받은 자가 힘을 어떻게 받았는지는 잊고, 힘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만 생각할 때 어떤 일이 발생하는가를 생각했죠.”
 
연극 <킬링시저>는 7월 20일까지 서강대학교 메리홀 대극장에서 공연된다.

 
13일 오후 서울 서강대학교 메리홀에서 열린 연극 킬링시저 프레스콜에서 배우들이 주요 장면을 시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3일 오후 서울 서강대학교 메리홀에서 열린 연극 '킬링시저' 프레스콜에서 배우들이 주요 장면을 시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댓글0
0 / 300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