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IA Biz] 베트남 영화, 현지 영화시장서 주류로…한국 배급사에 위기이자 기회

  • CGV, '롯데보다 더 잘 팔리는' 베트남 영화에 올인…국내 영화와 할리우드 양쪽 압박

베트남 빅터 부 감독의 Tham tu Kien 영화 한 장면 사진베트남통신사
베트남 빅터 부 감독의 'Tham tu Kien' 영화 한 장면 [사진=베트남통신사]


베트남 현지 영화들이 연이어 흥행 기록을 경신하며 베트남 극장가가 큰 전환점을 맞고 있다. 지난 4월 30일~5월 1일 연휴 기간 동안 개봉한 베트남 영화 ‘럿맛 8(페이스오프 8)’과 '탐정 키엔' 은 단 일주일 만에 1500억 동(약 82억원) 이상의 수익을 올렸다. 같은 기간 개봉한 마블 영화 <썬더볼츠>의 수익이 200억 동에도 미치지 못한 것과 비교된다.

이러한 흐름은 약 10년 전과 확연히 다른 것으로, 팬덤 중심의 소셜미디어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변화가 감지된다. 2015년부터 2018년까지는 CJ그룹이 운영하는 CGV가 시장 점유율 40% 이상을 차지하며 베트남 영화를 ‘비주류’로 밀어냈다는 비판을 받았고, 수년 전까지만 해도 베트남 마블 팬들이 “CGV는 왜 우리 영화를 황금 시간대에 안 틀어주냐”고 불만을 표하기도 했다.

     그러나 2019년 <하이 프엉>, 2023년 <더 하우스 오브 노 맨> 등 일부 현지 영화가 폭발적인 성과를 거두면서 판도가 바뀌기 시작했다. 이제는 베트남 영화들이 메인 슬롯을 차지하고,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들이 이른 아침 혹은 심야 시간대로 밀려나는 경우가 잦아졌다. 2024년에는 전체 흥행 TOP10 영화 중 5편이 베트남 영화였다.

이처럼 베트남 영화가 ‘황금 시간대’를 차지하게 된 배경에는 '1위 업체' CGV 자체의 전략 변화도 한몫하고 있다. CGV는 단순한 배급사를 넘어 <마이(MAI)> 등 현지 영화에 직접 투자하고 공동 제작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수익 극대화를 추구하고 있다. 여기에 <도라에몽>, <명탐정 코난> 등 일본 애니메이션의 인기가 맞물리며 CGV의 매출 구조가 한층 다양화됐다. 


반면 이와 같은 흐름은 한국 배급사와 콘텐츠 기업에 새로운 과제를 던지고 있다. 기존에는 할리우드 메이저 스튜디오의 영화를 수입해 ‘보장된 황금 시간대’에 상영하는 것이 표준 전략이었다. 그러나 현지 영화와 애니메이션이 황금 시간대를 차지하게 되면서 한국 기업들은 수입 영화 배급 외에도 콘텐츠 공동 제작, 또는 현지 지식 재산권(IP) 투자 등의 새로운 전략을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다.

베트남 시장에서 불고 있는 또 다른 변화는 ‘콘텐츠 다변화’다. CGV나 이온 등 복합문화공간을 보유한 기업들이 실험 중인 다양한 체험형 상영, 예컨대 영화 관람과 뜨개질을 결합한 CGV의 ‘클래스 상영’과 같은 방식으로 MZ세대 관객을 중심으로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고 있다.

김헌식 영화평론가는 “이제 관객은 단순히 스크린 앞에서 수동적으로 영화를 보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며 “공감하고, 나누고, 반응하는 문화로 영화관이 변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베트남도 예외는 아니다. 영화는 단순한 관람을 넘어, 문화 교류의 거점이자 소비자 체험의 공간이 되고 있는 것이다.

결국 베트남 영화산업의 이 같은 변화는 한국 콘텐츠 업계와 투자자들에게 ‘위기’이자 ‘기회’다. 콘텐츠 공동 제작, 유통 채널 다변화, 현지 파트너십 확대 등 보다 적극적인 전략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한국은 콘텐츠 강국’이라는 자부심을 유지하기 위해선 아시아 시장 속 경쟁자이자 동반자인 베트남을 더 깊이 이해하고 움직여야 할 것이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고궁걷기대회_기사뷰_PC
댓글0
0 / 300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