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재 국내 자동차 정비 관련 사업장은 약 4만5000곳이다. 흔히 자동차 수리공장이라고 하는 종합·소형 자동차 정비업을 하는 사업장은 약 5000개이고, 나머지 4만개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카센터다. 한창 때만 해도 자동차 정비업 종사자들은 먹고사는 데 지장이 없을 정도로 안정적인 사업을 유지했지만 시장이 급변하면서 상황은 바뀌고 있다.
특히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의 비중 확대는 그야말로 큰 타격이다. 엔진·변속기가 배터리·모터로 바뀌었는데, 이는 기존 정비업에서는 손을 대지 못하는 부분이다. 즉 정비 영역 자체가 줄어든 것이다. 다른 자동차 부품을 봐도 조향장치나 현가장치는 거의 고장이 나지 않는 영역이라 정비 수요가 애당초 적고, 제동장치 영역은 타이어업계가 일부 정비를 담당하고 있는 상황이다. 전기차 전환이 더욱 가속화된다면 현재 있는 사업장 중 70%, 약 3만개 정도는 사라질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하지만 자동차 정비 시장이 이대로 축소되면 전반적인 자동차 시장이 침체될 수 있다. 약 100조원 규모의 국내 자동차 애프터마켓에서 정비 분야 시장은 1조~2조원으로 비중 자체는 작다. 그러나 소비자와 차량 관련 산업을 연결하는 핵심 매개체라는 점에서 중요하다. 소비자들이 직접 방문해 차량 수리를 하는 것을 넘어 부품, 튜닝, 중고차 등 다른 영역으로 소개가 자연스럽게 이뤄질 수 있다는 점에서 업계 전반에 윤활유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국내 자동차 정비 전문가들의 해외 진출도 고려해볼 수 있다. 최근 개발도상국에서는 자동차 정비 전문가를 많이 찾고 있다. 국내 자동차 정비사들의 기술 수준은 글로벌 최상위급이고, 정비사 자격증도 잘 갖춰져 있어 전반적인 정비사들의 역량도 높다. 선진국도 직접 차량을 수리하는 영역에서는 인력이 부족하다고 한다. 베테랑 정비사들의 해외 진출을 위해 정부가 가교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 이와 함께 자동차 정비 종사자들이 튜닝과 중고차 진단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각종 자동차 용품을 판매하는 등 발 빠르게 움직이는 것도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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