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관세정책의 첫 성과로 내세운 영국과의 무역합의에 ‘중국 배제 공급망 구축’ 관련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중국이 반발하고 있다. 미국은 영국 이외 국가에도 비슷한 요구를 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미·중 협상의 또 다른 쟁점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13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중국 외교부는 중국을 겨냥한 내용이 포함된 미국-영국 무역합의에 대한 논평 요청에 “다른 국가를 겨냥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국가 간 협정의 기본 원칙이다. 제3자의 이익에 반하거나 해를 끼치면 안 된다”고 답했다. 미국·영국 무역합의가 중국에 해를 끼칠 수 있다는 우려를 드러낸 모습이다.
지난 8일 발표된 미국·영국 첫 무역합의에는 자동차 관세를 종전 27.5%(최혜국 관세 2.5% 포함)에서 10%로 인하하고, 철강·알루미늄 관세는 철회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문제는 미국이 이에 대한 조건으로 영국에 철강·제약 산업 공급망 보안 및 생산 시설 소유권과 관련해 “미국의 요구 사항을 신속하게 충족시키기 위해 노력한다”는 조항을 제시했다는 점이다. 즉 영국 철강·제약 산업 공급망에서 중국을 배제하라는 것이다. 중국이 직접적으로 언급되지는 않았지만, 영국 당국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 조항은 중국을 의도적으로 겨냥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FT는 전했다.
더구나 영국과의 합의가 미국의 상호관세 유예 이후 첫 관세 협정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미국은 영국 이외의 국가들에도 비슷한 조건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영국 상무부 관리 출신인 앨리 레니슨은 “워싱턴은 영국과 다른 국가들이 장부를 공개하고, 궁극적으로 철강과 같은 민감한 분야에서 중국과 무역이나 투자를 하지 않길 바란다”고 짚었다.
이에 따라 지난해 7월 키어 스타머 총리가 이끄는 중도좌파 노동당 정부 출범 이후 중국과 관계 개선 모색에 나섰던 영국이 난처해진 것은 물론, 다른 국가들과의 무역 합의가 미·중 관세협상에서 펜타닐·광물 등과 함께 추가적인 쟁점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익명을 요구한 한 중국 정부 고문은 “중국은 (미·영 무역합의에) 대응해야 할 것이다. 영국은 합의를 서두르지 말았어야 했다”면서도 “문제 원인 제공자는 미국으로, (미·영 무역합의가) 미국과의 무역 협상에서 논의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중국은 앞서 미국이 영국 등 우선협상국과의 관세협상을 본격화하기 전에 중국을 희생시키는 협상을 할 경우 ‘대등한 반격 조치’를 받을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당시 중국 상무부는 “중국은 어떤 국가가 중국의 이익을 희생한 대가로 (미국과의) 거래를 달성하는 것에 단호히 반대한다”면서 “만약 이런 상황이 나타나면 중국은 절대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고, 대등하게(상호적으로) 반격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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