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택환 전 경기대 교수
“라이프치히 치유박람회에 청년들이 넘쳐난다. 치유가 새 미래 직종으로 부상하고 있기 때문에 창업, 스타트업이 활기를 띠고 있다.”
지난 5월 8일부터 10일까지 독일 라이프치히에서 열린 세계 치유박람회의 클라우스 에른스트 전무이사가 필자 질문에 대답한 내용이다. 필자는 대한민국 ‘치유수도’를 꿈꾸는 경북 봉화군(박현국 군수) 공무원들과 함께 치유박람회 행사에 참여하고 주요 인물들을 인터뷰했다.

라이프치히 치유 박람회 현장 [사진=조직위 제공]
2001년부터 시작해 올해 13회째인 라이프치히 치유박람회에 최고 기록으로 1만9400명이 참가해 지난해보다 약 21%나 증가했다. 또 16개 나라 394개 전시업체가 자신들 기술과 서비스를 홍보했다. 160개 크고 작은 세미나와 포럼이 열기를 더 했다. 치유 축제답게 또 페스타와 공연도 있었다. 격년제로 열린다. 최근 독일에서 치유 경제가 29조원 매출액에 51만개 일자리를 창출할 정도로 붐이다. 지역 치유휴양지 350곳에서 예방·재활 치료를 받을 수 있어 연간 방문객이 1100만명 넘어서 지역경제에 기여한다. 이들 중 40% 이상 의료보험 적용을 받는다.
라이프치히 박람회에서 눈에 확 띄는 대목은 대다수 방문객과 전시관계자들이 전문영역 청년들이었다는 점이다. 치유박람회 조직위원회는 치유산업 스타트업을 위한 특별 세미나와 포럼을 개최했고, 수많은 청년들이 관심을 보였다. 뮈크리히 조직위원장은 “청년들 치유산업 관련 창업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면서 “기업과 대학의 협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치유산업의 미래가 시장 경쟁력에 달려있다.
독일 등 유럽에서 치유산업이 대세로 부상하고 있는 배경과 원인은 무엇일까?
뮈크리히 조직위원장은 “우리가 사용하는 ‘치유’(Therapie·Heil)는 의학치료와 스포츠치유 사이 포지셔닝으로 포괄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의사치료뿐만 아니라 다양한 예방치유와 재활을 포함하고 있다. 역사적으로 독일 국민은 오랫동안 질병 예방과 건강,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여행을 떠나는 치유를 높이 평가해왔다. 대표 치유장소로 의사가 상주하는 전국 각 지역 350여개 ‘치유센터’를 들 수 있다. 이들 치유센터는 주위에 숲나무로 둘러 싸여 있고 온천이 있다. 필자 일행이 방문한 독일 남부 바이에른주 작은 숲의 도시 바트 키싱엔에도 치유센터, 스파와 사우나 온천, 걷기 좋은 숲 정원을 갖추고 있었다. 유럽의 대표적인 치유 및 스파 도시로 해마다 약 160만명이 방문해 숙박하고 치유한다. 이를 통해 지역경제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독일은 또 치유하는 요양보험을 공공의료보험에 포함시키고 있다. 독일 일부 지역에서 의료센터와 더불어 특정 숲나무가 건강에 기여해 인증하고 산림치유를 의료보험에 포함시킨다.
연방국가인 독일에서 지자체가 치유산업 발전을 위해 앞장서고 있다. 라이프치히 박람회에서 만난 독일 북동부 메클렌부르크 포아포메른주 톰케 브리스 숲치유매니저는 “우리 주는 숲 치유에서 앞서가고 있다”면서 “치유 숲을 지정한다”고 말했다. 또 이 주는 2019년부터 치유에 적합한 특정 산림지역을 활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법안을 통과시킨 것이다.
그럼 독일 등 유럽에서 치유산업이 어떻게 발전해 왔는가?
이에 대해 치유박람회 에른스트 전무이사는 질병 원인과 연관해 3가지로 구분 설명했다. 먼저 2차 세계대전 이후 궁핍에서 과잉 영양섭취로 인한 비만이 만병의 원인이 되면서다.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도 쉽게 찾아 볼 수 있는 현상으로 비만치료다. 살빼기 위한 약물치료뿐만 아니라 다양한 운동으로 치유하고 있다. 둘째, 스트레스로 현대인들의 질병이 많아지기 시작하면서다. 심리치료가 대세가 되었고 정신치료를 받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또 과도한 스트레스와 긴장으로 인해 현대 직업인들은 힐링이 중요해지면서 숲나무, 온천 스파 등 치유가 각광을 받기 시작했다. 또 기후위기로 폭염과 무더위가 도시 생활에 스트레스를 주기 때문에 시원한 숲속이나 물가를 찾는 치유인구가 급증하고 있다. 지난해 서울의 열대야가 59일로 최장 기록을 세웠고, 해수욕장은 너무 더워 찾는 사람들이 급감했고 대신에 많은 사람들이 대관령 등 시원한 숲속과 계곡을 찾았다. 셋째로 과한 노동과 나쁜 자세로 몸 균형과 골격이 무너져 질병으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유럽에서 인구 80%가 허리 통증을 겪고 있다는 통계가 있다. 운동이 최고 치유방법이고 근골격계 치유 솔루션이 핵심 키워드로 부상하고 있다. 치유를 위해 인공지능(AI) 및 디지털 기술이 적극 활용되고 있다는 점을 박람회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종합적으로 이번 치유박람회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던 핵심 내용은 오늘날 치유가 의학 치료를 넘어서 심리·신체 치유를 할 수 있는 영역으로 확장하고 있었다. 비만치료, 스트레스 심리치료, 나쁜 자세로 인한 근골격계 치료뿐만 아니라 숲나무치유, 온천과 스파 치유, 음식 농업 치유 등 다양한 영역으로 확대되고 있다. 또한 한방인 침 치료와 요가 치유도 부상하고 있었다. 다양한 분야와 방법으로 치유가 융복합적으로 발전하고 있다.
나아가 예방과 재활 치유를 위해 친환경적인 목재가 많이 활용되고 있었다. 나무로 만든 다양한 제품의 운동 기기들이 선 보였다. 가정에 나무로 만든 클라이밍 장벽도 인기를 끌었다. 일본에서 만든 힐링 옷까지 출시되었다. 또한 “나무 침대에서 힐링해요”를 내건 홀츠매뉴팩처 목재가구회사가 시장의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유럽에서 치유 콘셉트가 목재를 통해 안방으로 침투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한 지역이 ‘치유수도’ 혹은 ‘치유허브’로 성공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
이에 대해 필자가 치유박람회 뮈크리히 조직위원장에게 물었다. 그는 “한 지역이 치유허브로 성공하기 위해 먼저 치유센터, 숲, 호텔, 스포츠레저, 음식 등 융복합적 인프라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치유 타깃을 어떻게 설정해 이들이 지역에 오게 만드는가에 성패가 달려있다”고 대답했다. 또한 한 지역이 치유허브로 발전하기 위해 상징적인 랜드마크나 이벤트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스위스 수도 베른에서 만난 주스위스 금창록 한국대사는 “스위스에 케이블카가 2600개나 설치되어 숲에 접근성이 좋다”면서 “경북 봉화에도 케이블카·산악열차를 설치할 것”을 권유했다. 그는 또 “스위스에서 산 중턱에 집이나 리조트를 많이 짓는 트렌드”라면서 “백두대간 숲에 집을 지으면 공기와 경관이 좋아 베이비붐 세대가 봉화 지역으로 몰려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경북 이철우 지사가 말한 산림대전환으로 “돈 되는 보물산” 콘셉트와 연결된다. 봉화군 박민홍 기획팀장은 “전국 최고산림도시 봉화가 적극적으로 산 중턱에 금강송 숙박시설, 정원 등을 마련해 치유 관광 밸리를 조성하자”고, 이재철 예방의학팀장은 “디지털 헬스케어를 적용한 개인 맞춤형 치유서비스를 제공하자”고 제안했다.

뮈크리히 조직 위원장(왼쪽에서 넷째), 에른스트 전무이사(왼쪽에서 여섯째) [사진=저자 제공]
기후위기에다가 현대 도시인들의 과도한 스트레스로 인해 치유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게다가 우리는 정치 상황, 즉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계엄과 탄핵 국면 등으로 많은 국민들은 고통과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따라서 이번 조기대선은 우리 국민 마음 치유 프로세스로 승화시키는 전략이 필요하다.
통합과 미래 전진이 최고 대선 화두일 수밖에 없다. 대선 후보들은 우리 국민들에게 고통과 스트레스를 주는 것이 아니라 정신적 물질적 치유가 될 수 있는 새 비전과 정책 제시가 필요하다. 나아가 대선으로 우리 국민의 영성, 공동체 정신이 높아지는 계기가 되길 기대해 본다.
김택환 작가
국가비전전략가와 독일전문가로 활동. <넥스트 코리아> 등 넥스트 시리즈 8권을 포함 20여권 이상 집필한 작가다. 독일 본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고 미국 조지타운대 방문학자였다. 국회·지자체·상공회의소·삼성전자 등 350회 이상 특강한 유명강사로 미래전환정책연구원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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