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문가들은 공사비와 분양가 상승이 주택 시장의 수요는 물론 공급마저 위축시켜 다시 분양가 인상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봤다. 수도권 공급·입주 물량 감소가 맞물리는 국면에서 주택 시장 불안이 더욱 심화되고 양극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양지영 신한투자증권 자산관리컨설팅부 수석은 22일 “이미 프로젝트파이낸싱(PF) 여파로 많은 사업장의 공급이 지연 또는 취소된 상황인데 최근 친환경 등 규제로 인한 비용 부담과 분양가 인상이 수요 위축으로 이어지면 공급은 다시 위축될 수밖에 없다”며 “이런 공급 감소가 다시 분양가 상승으로 이어지며 전체 주택 시장에서 지역 간 양극화를 더욱 부추길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강민석 KB경영연구소 박사는 “건설업계 양극화로 시장이 안 좋은 지역은 사업 지연으로 인한 금융비용 등 사업비 상승이 불가피하고, 주택 경기가 좋은 지역은 마진 등을 분양가에 반영하면서 당분간 전체적으로 분양가 인상 기조가 이어지는 것은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분양가가 인상되는 한 요소인 사업비 부담 개선에 보다 속도를 낼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원자재에 대한 안정적인 수급 모색은 물론 공사 기간 단축을 위해 인허가 절차를 보다 단순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자재 수입 등 수급 환경이 나빠지면 공사 기간 지연으로 인한 금전적 부담 증가와 행정적 불이익이 뒤따르고 결국 이런 문제가 분양가 인상으로 고스란히 전가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박선구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수입을 통해 조달하는 특정 필수 자재 수급이 꼬이면 품귀 현상이 나타나고 공사비 인상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있다”며 “세계적으로 보호 무역 기조가 강화되면서 원자재에 대한 수출 통제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대체재가 없는 원자재에 대한 수입처를 다변화하고 정부 조달 시스템을 통한 물량 비축 필요성도 있다”고 제언했다.
박원갑 KB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인허가 단축 등 많이 개선됐지만 반대로 새로운 인허가와 규제 등도 계속 나오는 상황이라 이전보다 인허가 절차가 더 복잡하다는 반응도 현장에서는 나온다”며 “기술적으로 공동 구매를 통한 자재 가격 부담 완화 노력과 함께 인허가 측면에서도 불필요한 정비사업 절차 개선을 통한 공기 단축이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박 위원은 “사업의 재정적 부담 최소화를 위한 금융 비용 부담 등에 대한 감축 방안도 함께 검토돼야 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최근 층간소음 보완 시공 의무화와 전기차 화재 대응 시설 설치 의무 등 세부 규제가 공사비 인상을 이끄는 한 요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규제를 도입하더라도 각 사업장이 사업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제도적 안배가 뒤따라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이지현 주택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친환경 건축 기준 강화, 내진설계 의무 확대 등으로 건축기준이 전반적으로 상향되면서 정비사업 공사비에 직접적인 인상 압력이 가해지고 있다”며 “일부 규제는 후속적으로 도입된 강화된 기준이 적용돼 공사비가 추가로 상승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최초 사업시행계획 인가 시점 당시 기준을 계속 적용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조합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 사업 추진에 안정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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