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음 달 새 정부 출범과 뒤이은 한국·일본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앞두고 재계와 학계에서 한·일 자유무역협정(FTA) 재추진 요구가 커지고 있다. 양국 경제 구조가 상호보완적이라 트럼프발(發) 리스크에 공동 대응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이유다.
22일 재계에 따르면 오는 27일 서울 소공동에서 열리는 '제57회 한일경제인회의' 핵심 의제는 한·일 FTA 재추진을 위한 양국 민간 협력 확대다. 2년 전 양국 정상 간 외교 관계 회복 후 한·일 FTA 협상 재개는 민간 차원에서부터 진지한 의제로 다뤄지기 시작했다. 지난해 한일경제인회의에선 재계 리더인 최태원 SK그룹·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기조연설자로 나서 "양국이 관세를 전면 폐지하는 완전 자유무역화를 시행하면 실질 국내총생산(GDP)과 소비자 후생이 증가할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다만 네이버 라인 지분을 소프트뱅크·야후재팬에 매각하라는 일본 정부 압박이 논란을 불러일으키며 대일 인식이 급격히 악화됐고 FTA 재개 논의도 지지부진해졌다.
올 들어 미국 트럼프 행정부 출범 후 보호무역주의와 자국 우선주의가 기승을 부리면서 한·일 경제 동맹 구축 필요성이 재부상하고 있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트럼프 상호관세로 올해 한국 수출량이 3.6~10.6% 줄어들 것으로 예상돼 한·일 간 무역 확대로 충격을 상쇄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한·일 FTA는 사실상 세계에서 유일하게 남은 메가톤급 양자 FTA라고 학계 주류에서는 평가한다. 과거에는 한국과 일본의 제조업 중심 산업 구조가 유사해 FTA 효과가 반감된다는 비판이 제기됐으나 일본 내 가전·반도체·석유화학·정보기술(IT) 산업이 몰락하고 소재·부품·장비 중심으로 경제 구조가 재편되면서 현재는 상호보완 구조가 성립됐다. 만성적인 대일 무역적자도 양국 FTA 체결에 최대 걸림돌로 지적돼 왔다. 다만 지난해 기준 대일 수입량 중 28.5%가 수출용 반도체·자동차 생산을 위한 반도체 생산장비와 기초 반도체 품목이라 양국 간 실질 무역량에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의 대일 콘텐츠 수출 흑자 규모가 커지고 있는 점도 긍정적인 요소다.
변화하는 경제 여건에 대일 유화적이었던 국민의힘은 물론 더불어민주당도 한·일 경제 협력 강화 필요성에 고개를 끄덕이고 있다. 새 정부 출범 후 한·일 FTA 재추진 또는 일본이 주도하는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 등이 급물살을 탈 가능성이 높다. 미국의 대중 압박으로 한·중·일 FTA 추진이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한·일 FTA가 대안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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