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HPAI) 여파로 브라질산 닭 수입이 중단되면서 유통업계에선 공급 불안이 커지고 있다. 수입 닭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브라질산 육계 공급이 멈추면서 닭값이 오르고 있어 국내산 닭을 주로 쓰는 대형 치킨 프랜차이즈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정부는 시장 안정화를 위해 조만간 수급 대책을 내놓을 계획이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육계협회는 최근 닭고기 수급 안정을 위해 하림·마니커·참프레·올품·동우팜투테이블·한강식품 등 국내 주요 육계업체에 닭고기 공급량을 최대한으로 확대해 달라고 청했다.
올해 초 육계농장에서 저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LPAI)와 닭 전염성 기관지염(IB) 등이 발생해 닭고기 공급이 줄고 있는 데다, 국내 최대 닭고기 수입국인 브라질산 닭도 HPAI 발생을 이유로 수입이 금지되며 수급 대란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브라질 농축식품공급부는 자국 종계 농장의 HPAI 발생을 확인한 뒤 현지시간으로 16일 세계동물보건기구(WOAH)에 이를 보고하고, 60일간 닭고기 일시 수출 중단 조처를 내렸다. 농림축산식품부도 17일 브라질산 종란·식용란·초생추(병아리)·가금육과 가금생산물 수입을 금지했다.
브라질산 닭은 가격이 국내산의 절반 또는 3분의 1 수준으로 저렴해 선호도가 높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2024년도 기준 우리나라 전체 닭고기 수입량 약 18만4000톤(t) 중 86%에 해당하는 15만8000t이 브라질산이었다. 올해 1~4월엔 89%로 비중이 더 늘었다.
노랑통닭·지코바치킨 등을 비롯한 중소 치킨 프랜차이즈와 대형마트, 편의점, 급식업체 등에서 주로 브라질산 닭을 쓴다. 이 때문에 해당 업체들은 공급 국가 다변화 등을 추진 중이다.
대형 치킨 프랜차이즈들은 국내산 닭을 사용하고, 2~3개월치 재고를 확보해 직접적인 영향은 제한적이다. 다만 브라질산 닭을 쓰던 업체들이 재고를 소진하고 나면 국내산으로 수요가 몰리면 가격 상승이 불가피해 안심할 상황은 아니다. 앞서 2017년 브라질 썩은 닭 파동 당시 국내산 닭고기 가격이 한 달 새 10% 가까이 오르기도 했다.
축산물품질평가원의 축산유통정보에 따르면 닭고기 도매가격은 이날 기준 kg당 3897원으로 지난 2월 말 3256원보다 19% 이상 뛰었다.
정부는 닭고기 수입 중단 장기화에 대비해 64주가 넘는 나이든 노계의 종란(부화용 달걀) 생산 제한을 없애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닭고기 수입국을 다변화하는 수급 대책도 곧 발표할 예정이다.
김상근 육계협회 회장은 "브라질산 닭고기 수입 금지로 인한 공급 불안을 해소하려면 업계가 수급에 만전을 기할 수 있도록 정부가 아낌 없이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하림은 이달과 다음 달 육계 공급량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 이상, 닭고기 수요가 늘어나는 7~8월에는 10% 이상 확대해 가격 안정에 나설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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