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수입차 관세 정책으로 고전하고 있는 현대자동차그룹이 미국 픽업트럭 시장 성장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올 초 첫 픽업트럭 '타스만'을 출시한 기아에 이어 현대차도 미국 전용 모델을 앞세워 연간 400만대에 달하는 픽업트럭 시장을 공략한다는 방침이다.
1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는 최근 미국 시장을 겨냥한 중대형 픽업트럭 개발 계획을 수립하고, 올 하반기 CEO 인베스터데이에서 해당 계획을 구체화할 방침이다. 현대차는 매년 8월께 인베스터데이를 통해 주요 경영 전략과 중장기 계획을 발표하고 있는데 올해 주제는 픽업트럭이 될 것이라는 게 업계의 공통된 분석이다. 이와 관련,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GM과 기술 협력을 맺고, 픽업트럭을 공동 개발하는 방안을 논의한 바 있다.
현대자동차가 미국 픽업트럭 시장에 주목하고 있는 이유는 높은 성장성이다. 미국경제분석국(BEA)에 따르면 미국의 연간 픽업트럭 판매량은 350만~380만대로 전체 시장의 20% 수준이다. 신차 5대 중 1대가 픽업트럭이라는 의미다. 이는 현대차, 기아의 지난해 미국 전체 판매량(170만9293대)의 두 배가 넘는 규모다. 현대자동차는 2021년 미국을 겨냥한 소형 픽업트럭 '산타크루즈' 출시 이후 별다른 신차를 내놓고 있지 않는데 산타크루즈의 미국 내 판매량은 연간 3만대 수준으로 미국 전체 픽업트럭 시장의 1% 미만이다.
업계는 픽업트럭을 미국의 고율 관세와 전기차 캐즘이라는 '이중고'를 극복할 카드로 보고 있다. 미국은 그동안 한국산 픽업트럭에 대해 한미 FTA(자유무역협정)와 무관하게 25% 관세를 적용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의 고율 관세가 일상화되면서 오히려 진출에 용이한 환경이 조성됐고, 전기차를 대체할 상품군이 필요해지면서 반드시 공략해야 할 시장이 됐다는 분석이다. 특히 픽업트럭은 미국 수요층을 겨냥한 전략 상품인 만큼 현지 생산에 대한 국내 노조의 반발 리스크도 낮다.
업계 관계자는 "픽업트럭은 미국 브랜드들의 시장 장악력이 워낙 크고 관세가 높아 그동안 국내 브랜드의 진출이 쉽지 않았다"면서 "현대차가 미국 픽업트럭 개발 속도를 높이는 것은 북미 등 핵심 수요를 공략하고 수익성을 극대화하려는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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