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5년간 전체 소비자물가가 10%대 오르는 동안 외식 물가는 20% 넘게 뛰며 체감 물가를 끌어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점심 메뉴로 자주 선택되는 외식 품목 가운데 상당수가 급등하면서 직장인들 선택지가 좁아지고 있다.
15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달 외식 부문 소비자물가지수는 124.56으로 집계됐다. 기준 연도인 2020년(100) 대비 24.6% 오른 수치다. 같은 기간 전체 소비자물가는 16.3% 상승해 외식 물가 오름폭이 1.5배 더 컸다.
가격 인상은 주로 직장인들이 자주 찾는 점심 메뉴에 집중됐다. 김밥과 햄버거가 각각 38%, 37.2% 올라 가장 큰 상승 폭을 보였다. 떡볶이·짜장면·생선회·도시락·라면·갈비탕 등도 30% 이상 가격이 올랐다. 짬뽕·돈가스·칼국수·비빔밥·치킨·설렁탕 등은 30%에 육박하는 상승률을 기록했다.
구내식당 식사비 역시 24% 오르며 직장인 부담을 키웠다. 외식 물가 조사 품목 39개 중 20% 이상 오른 건 30개에 이른다. 반대로 상승률이 전체 물가보다 낮은 품목은 소주·해물찜·커피·음료 등 4개뿐이었다.
실제로 한국소비자원 가격 정보 사이트 참가격을 보면 지난 4월 서울 기준 냉면 한 그릇 평균 가격은 1만2115원으로 5년 전(8885원)보다 26.7% 올랐다. 비빔밥은 같은 기간 8692원에서 1만1423원으로 31.4% 상승했고, 짜장면은 46.6% 올라 평균 7500원이 됐다.
5년간 외식 물가가 크게 오른 것은 식재값 상승에 매장 운영비 부담이 더해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기후변화와 환율 상승으로 원재료 가격이 상승하는 가운데 인건비와 배달 플랫폼 수수료 등 부대 비용까지 늘면서 외식 물가 압박에 거세졌다는 분석이다.
국제적으로 비교해도 한국의 먹거리 물가는 높은 수준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구매력 평가(PPP)를 고려한 물가 수준 통계에 따르면 2023년 한국의 식료품·비주류 음료 가격 수준은 147로 OECD 평균(100)보다 47% 높았다. PPP를 고려한 물가 수준은 경제 규모와 환율 등 변수를 구매력 기준으로 보정해 국가 간 물가를 비교할 수 있도록 만든 지표다.
한국의 음식료품 물가는 OECD 38개국 중 두 번째로 비쌌다. 경제 규모가 큰 미국(94)이나 일본(126), 영국(89), 독일(107) 등도 한국보다 음식료품 물가가 낮았다. 유럽에서 고물가 국가로 꼽히는 스위스(163)만 한국보다 물가가 높았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외식업체는 재료비 외에도 종업원 인건비와 배달앱 수수료 등 고정비 지출이 많아 전체 원가 부담이 훨씬 크다"고 전했다. 이어 "꾸준히 이어진 초저임금 상승과 배달앱 이용 확산으로 최근 이 같은 부대비용이 한층 더 늘었다"며 "전체 물가보다 외식 물가가 더 가파르게 오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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