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와의 국제투자분쟁(ISDS) 사건에서 비공개한 판정문 내용을 공개하라고 제기된 소송이 항소심에서 각하됐다. 1심에서 일부 승소 판결을 받았던 원고 측은 본안 심리조차 받지 못하고 패소했다.
서울고법 행정3부(재판장 윤강열 부장판사)는 19일 송기호 대통령실 국정상황실장이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낸 정보 비공개 처분 취소소송 항소심에서 1심 판결을 취소하고 소송을 각하했다. 각하는 소송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본안 심리에 들어가지 않고 소송 자체를 종결하는 판단이다.
재판부는 “정부가 이 사건 정보에 대해 명시적으로 정보공개를 거부한 처분을 했다고 볼 수 없다”며 “정보공개 거부 처분을 전제로 한 소송은 취소 대상이 존재하지 않아 부적법하다”고 밝혔다. 즉, 법무부가 공식적인 비공개 처분을 하지 않은 만큼, 이를 전제로 한 소송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이어 재판부는 “설령 정보공개 거부가 있었다고 보더라도, 해당 정보는 외교 관계 사항으로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현저히 해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된다”며 “정보 공개로 외교적 신뢰 관계가 훼손될 수 있고, 국가의 외교 교섭력이 약화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일부 내용을 공개해야 한다고 보고, 정부 책임자의 이름은 공개하되 하나금융지주 관계자 이름은 비공개할 수 있다고 판결했었다. 그러나 항소심에선 이 같은 1심 결정을 전면 취소하고 원고 청구를 각하한 것이다.
송기호 변호사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국제통상위원장을 역임했으며, 지난 13일 대통령실 국정상황실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변호사 시절 ISDS 판정문 중 정부가 비공개 처리한 책임자 및 민간 금융회사 관계자의 이름 등을 포함해 전체 원문을 공개하라고 소송을 제기했다.
해당 ISDS 사건은 론스타가 2012년 외환은행 매각 과정에서 한국 정부의 부당 개입으로 손해를 입었다며 약 47억 달러(약 6조 원)의 배상을 청구하면서 시작됐다. 국제중재판정부는 10년 만인 2022년 8월 한국 정부가 론스타에 약 2억1650만 달러(약 2800억 원)를 지급하라고 판정했다. 정부는 그해 9월 판정문을 공개했지만, 당사자 이름 등 일부 민감 정보를 비공개 처리한 바 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