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의 이란 핵시설 공습 이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정권 교체 가능성을 시사하고 이스라엘도 대(對)이란 군사작전 지속 방침을 밝히면서 중동 정세가 확전의 기로에 서고 있다.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와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까지 검토하고 있어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국제사회는 보복의 악순환을 멈추고 외교적 해법으로 전환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22일(현지시간) AP통신·유엔뉴스 등에 따르면 안토니오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이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회의에서 “우리는 지금 보복의 악순환에 빠질 위험에 처해 있다”며 “우리는 즉각적이고 단호하게 행동해 전투를 중단하고 이란 핵 프로그램에 관한 진지하고 지속적인 협상으로 복귀해야 한다”고 밝혔다.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도 미국의 이란 공격이 핵 안전성을 크게 훼손했다며 “대화 재개의 기회가 닫히면 파괴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를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글로벌 핵 비확산 체계가 붕괴할 수도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실제로 뉴스위크에 따르면 에브라힘 레자에이 이란 의회 국가안보·외교정책위원회 대변인은 이날 이란 반관영 매체 타스님 통신에 핵확산금지조약(NPT) 조약에 대한 재검토가 의회에서 논의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최악의 경우, 북한의 예처럼 이란이 NPT를 탈퇴하고 독자 핵개발 노선을 택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뉴스위크는 이날 레자에이 대변인의 발언은 이란 내부에서 이러한 방안이 실제로 검토되고 있다는 점을 시사하는 가장 중대한 신호라고 짚었다.
미국의 주요 동맹국들도 확전을 우려하며 외교 복귀를 촉구했다. 영국 총리실은 키어 스타머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를 했다며 “정상들은 위협을 줄이기 위해 미국이 취한 조치에 대해 논의하고 이란의 핵무기 개발을 절대 허용해서는 안 된다는 데 동의했다”고 전했다. 이어 “양국 정상은 이란이 가능한 한 빨리 협상 테이블로 돌아와 지속적인 합의를 위한 진전을 이룰 필요성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카야 칼라스 EU(유럽연합)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에 “이란의 핵무기 개발은 허용될 수 없다”면서 모든 당사자가 한 발 물러서서 협상장으로 돌아갈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또한 레오 14세 교황도 국제사회에 중동 전쟁 확산을 막기 위한 대화를 통한 외교적 해결을 외쳤다. 그는 “오늘날 인류는 그 어느 때보다 평화를 갈망하며 외치고 있다”라며 “국제사회의 모든 구성원은 전쟁의 비극을 막을 도덕적 책임이 있다”라고 밝혔다.
친이란 국가들은 휴전을 위한 실제 행동에 착수했다. 중국과 러시아 등은 이날 유엔 안보리 이사국 자격으로 조건 없는 즉각 휴전을 요구하는 결의안 초안을 공동으로 제출했다. 이 초안에는 민간인 보호, 국제법 존중, 그리고 대화와 협상 참여를 촉구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한국도 외교적 해결을 지지하고 나섰다. 황준국 주유엔대사는 “최근 매우 우려스러운 상황 전개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여전히 군사적 수단만으로는 지속 가능한 위기 해결책을 마련할 수 없다고 확신한다”며 “모두가 최대한의 자제를 발휘하고 대화와 외교를 되살리기 위해 노력할 것을 촉구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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