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이스라엘과 이란 간 휴전 합의 직후 중국이 이란산 석유를 계속 구매할 수 있다고 언급하면서 기존의 대이란 제재 기조를 뒤집는 듯한 발언으로 눈길을 모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중국은 지금 이란으로부터 석유를 계속 살 수 있다”며 “그들이 미국도 많은 양을 구입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 같은 발언은 자신의 행정부가 추진해 온 ‘최대 압박’ 정책과 정면 배치되는 것이다. 미국은 올해 3월부터 이란산 석유를 수입한 중국 내 민간 정유업체(이른바 티팟 정유소)에 제재를 가해왔다. 트럼프 대통령도 지난 5월 “이란산 원유나 석유화학 제품의 모든 구매가 지금 당장 중단돼야 한다”며 “이들 제품을 이란으로부터 구매하는 모든 국가와 개인은 (미국의) 2차 제재 대상이 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현재 중국은 미국의 대이란 제재를 ‘불법적인 일방 조치’로 간주하며, 이란산 원유를 대규모로 수입 중이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이란의 원유 수출량은 최근 4년간 3배 이상 증가했으며, 그 대부분은 중국이 수입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이스라엘-이란 휴전 발표 직후 나온 또 다른 원유 약세 신호로 작용해 국제유가는 약 6% 하락했다.
백악관은 즉각 진화에 나섰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백악관 고위 관계자는 “대통령은 자신의 과감한 공습 결정과 휴전 중재 덕분에 호르무즈 해협이 무사히 유지됐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라며 “만약 해협이 봉쇄됐다면 중국에 큰 타격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여전히 중국과 모든 국가들에 이란산 석유가 아닌 최첨단 미국산 석유를 수입하라고 촉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제재 해제 가능성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의 신중한 전망이 이어지고 있다. 페르난도 페레이라 라피던 에너지 지정학 리스크 담당 이사도 “실제로 대이란 제재를 해제할지는 지켜봐야 할 일”이라며 “이란 핵 프로그램에 대한 우려가 여전히 남아 있는 상황에서 아무런 조건 없이 제재를 풀 가능성은 낮다”고 진단했다.
미 국무부 역시 확대 해석을 경계하는 분위기다. 태미 브루스 국무부 대변인은 24일 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관련 발언에 대한 질문에 “대통령은 그가 기대하고, 고대하는 바를 시사한 것”이라며 즉각적인 정책 변화 의중을 밝힌 것은 아니라는 취지의 설명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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