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팬 룸] "쌀 말렸어요" 개그맨 한마디에 日 누리꾼 '술렁'…이유는?

사진카노 에이코 엑스 캡처
[사진=카노 에이코 엑스(X) 캡처]
 
일본에서 쌀을 햇볕에 말린 한 개그맨의 엉뚱한 실험이 온라인에서 웃음과 논란을 동시에 불러왔다.

지난 6월 19일, 카노 에이코는 자신의 X(구 트위터)에 “습기도 많아져서, 쌀을 햇볕에 말려봤습니다...”라는 글과 함께 도정된 흰쌀을 시트 위에 넓게 펼쳐놓은 사진을 게시했다.

사진에는 평범한 흰쌀을 넓은 시트 위에 펼쳐놓고 햇볕에 말리는 ‘실험’ 장면이 담겼다. 이를 본 누리꾼들은 “의식인가요?”, “효과가 뭐죠?”, “쌀 자랑 중이세요?” 유쾌한 반응을 보였다. 이에 카노도 “아무 의미 없다네요…”라며 머쓱한 반응을 남겼다.

하지만 정백된 쌀을 실제로 햇볕에 말리는 것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전문가에게 물어본 결과, 단순한 ‘의미 없음’을 넘어 ‘해롭다’는 설명이 돌아왔다.

도쿄 시부야구에 위치한 ‘코이케 정미점’의 3대 점주이자, 일본에서 고급 자격으로 인정받는 5성급 쌀 마이스터 자격을 보유한 코이케 타다오는 쌀 건조의 원칙부터 짚었다. 

그는 “쌀을 건조시키는 단계는 도정 전의 겉껍질 상태인 ‘모미’ 단계에서 이뤄지며, 이때 수분을 약 14.5~15% 정도까지 줄이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설명했다. 이 수치는 물에 불려도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수준이며, 장기 보존을 위한 기준이기도 하다.

코이케는 이미 수분이 빠진 상태인 정백된 흰쌀을 햇볕에 다시 말리는 것은 오히려 ‘과도한 건조’ 상태, 즉 과건조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그는 “의미가 없을 뿐 아니라, 맛을 일부러 나쁘게 만드는 행위가 된다”고 지적했으며, 이 과정에서 쌀이 갈라질 위험도 있다고 덧붙였다.

코이케는 아울러 쌀의 올바른 보관 방법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그는 “쌀은 이미 수분이 빠진 상태이므로 추가로 말릴 필요가 없으며, 습기와 고온에 약하므로 반드시 적절한 환경에서 보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지퍼백 같은 밀폐 용기에 담아 공기를 차단한 뒤, 냉장고의 채소 칸에 보관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라고 권장했다.

그가 제시한 ‘공기 차단’의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는 산화를 막기 위해서다. 쌀에는 육안으로는 보이지 않지만 일부 쌀겨가 남아 있는데, 이 부분은 기름 성분이기 때문에 공기와 접촉하면 산화되어 냄새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둘째는 영양 손실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쌀은 보관 중에도 미세하게 호흡을 하며 에너지를 소모하는데, 공기를 차단하면 이 과정을 멈춰 영양분이 빠져나가는 것을 줄일 수 있다.

이번 사건은 전문가 입장에서 보면 쌀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확산시킬 우려가 있는 해프닝이지만, 대중은 카노 에이코 특유의 유쾌한 캐릭터로 받아들이며 긍정적으로 반응하고 있다. 

일부 누리꾼들은 “이쯤 되면 ‘쌀과 대화하는 남자’로 예능 나와야 한다”, “다음엔 현미를 말려보는 실험도 기대된다”는 등의 농담 섞인 반응을 남기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쌀을 햇볕에 말리는 행위는 과학적으로도 근거가 없으며, 오히려 쌀의 품질을 해칠 수 있는 행동이다. 전문가들은 쌀 보관 시 습기와 산화를 피하고, 냉장고 채소 칸 보관과 밀폐 보관을 철저히 할 것을 권장한다. 

동시에, 이번 카노 에이코의 실수는 온라인상에서 쌀 보관법에 대한 관심을 높인 계기가 되며, ‘웃음 속 정보’라는 의외의 효과를 남기기도 했다.

한편, 최근 일본은 쌀값이 폭등으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일본 쌀값은 5㎏당 평균 4077엔(약 3만9800원)으로, 한국 쌀보다도 2.5배 이상 비싸며, 1년 전보다 무려 99.3%나 상승한 수치다. 도쿄를 중심으로 쌀 가격이 천정부지로 오르자, 일본 정부도 사상 처음으로 비축미 방출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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