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IA Biz] 베테랑 농부와 AI의 대결...中스마트농업의 실험

  • 데이터, 씨앗·화학비료보다 중요한 新농자재

  • 농업 과학기술 혁신... 中공산당 역점사업

  • 비싼 비용, 인구 고령화 등 걸림돌도

중국 스마트농업 시장 사진아주경제DB
중국 스마트농업 시장 [사진=아주경제DB]

올해 중국 곡창지대 쓰촨성에서는 현지 베테랑 농부와 인공지능(AI) 연구팀이 누가 더 벼를 잘 재배하는지 경쟁을 벌이고 있다. 지난 5월 15일부터 9월 30일까지 1000무(畝, 1무=6.6헥타르)에 달하는 쓰촨성 일대 농경지에서 진행되는 이번 대회에서는 6개 베테랑 농부팀과 4개 AI 연구팀이 맞붙었다. AI 연구팀은 초보 농부가 AI를 활용해 벼를 재배하는 방식이다. 중국 농업과학원 산하 도시농업연구소가 개발한 ‘톈쿵디(天空地)’농지 데이터 시스템을 활용하는 방식이다. 농지에 카메라 센서 등 첨단장비를 설치해 작물 건강 상태, 토양 상태, 해충 활동을 실시간으로 측정하고 AI에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비료를 언제 얼만큼 줘야하는지 등 벼 재배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다.

AI 연구팀의 초보 농부로 대회에 참여한 주링허우(90後, 1990년대생) 가오 씨. 그는 중국 현지매체 펑파이신문에 “베테랑 농부와 비교해 부족한 점이 많지만 AI 알고리즘이 벼 생장모델을 기반으로 수집한 데이터를 분석해줘서 농사가 한결 수월해졌다”고 말했다.
 
14억 인구의 중국에서 식량안보가 주요 화두로 떠오르면서 초보 농부도 농사를 잘 지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게 중요한 과제가 됐다. 특히 농촌 인구 고령화로 농업 생산성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AI를 농업에 활용하는 스마트 농업 연구가 중국에서도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데이터, 씨앗·화학비료보다 중요한 新농자재
 
무인채소 농장 사진
중국 농림과학원 산하 국가정밀농업연구시범기지의 무인채소 농장. 사람의 개입없이 농작물의 재배가 이뤄진다.  [사진=국가정밀농업연구시범기지 제공]

스마트 농업에서 데이터는 씨앗이나 화학비료보다 더 중요한 신(新) 농자재가 됐다. 드론과 센서, 위성 등을 통해 수집한 토양, 습도, 비옥도, 작물성장 상태, 병충해 등과 같은 농업데이터를 빅데이터 기술로 분석하고 인공지능(AI)이 파종, 비료·농약 투입, 수확 등 의사결정을 효율적으로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허베이성 한단시 농경지 시범구역에서는 농경지에 설치한 사물인터넷 센서를 통해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AI 알고리즘에 기반해 농작물의 수분과 비료를 관리하고 있다. 덕분에 스마트폰 클릭 한 번만으로도 물을 30% 절약하고, 비료 이용률을 40% 향상시켰다.

특히 중국이 자체 개발한 베이더우 위성항법시스템을 장착한 농기계와 드론(무인기)은 농가의 신(新) 무기다. 중국 농업농촌부에 따르면 지난해말 기준 전국적으로 베이더우를 장착한 농기계 수량은 200만대를 돌파했다. 2020년말 60만대에서 3배 넘게 증가한 것이다.

현재 중국서 식물보호용 무인기로 작업하는 농경지도 약 21억 무, 거의 몽골 땅 크기만큼이다. 산둥성·헤이룽장성 같은 대규모 농업 지역의 경우 무인기 작업비율이 전체 농경지의 60%가 넘는다. 식물보호용 무인기란 농약 종자 비료 등을 가장 효율적으로 농작물에 분사해 환경오염을 최소화하는 것을 말한다.

중국 농업과학원은 지난해 6월 베이더우 위성팀과 위성과 드론 지상 센서를 하나로 통합한 농업 모니터링 시스템도 공동 개발했다. 위성은 농경지 성장 상태, 드론은 병해충 발생 상황, 지상 센서는 토양 수분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한 데이터를 제공해 농업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 농업과학원에 따르면 이 시스템을 도입한 허난성 주커우시 밑밭은 질소 비료 과다 사용 지역을 34% 줄였고, 수확량은 9.2% 늘었다.

농업 과학기술 혁신... 中공산당 역점사업

중국 지도부도 식량 자급자족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전국적으로 농업에 AI를 활용하도록 적극 지원 사격 중이다. 올 초 발표한 ‘중앙 1호 문건’은 농업 현대화를 위한 과학기술 혁신을 핵심 기조로 제시하고 처음으로 ‘농업 신질 생산력(新質生產力)’ 개념을 도입했다. 단순한 생산량 확대를 넘어 기술 혁신을 통한 품질 향상과 생산 효율 증대를 강조한 것이다. 

류지팡 중국농업과학원 수석책임연구원은 최근 한중 농업포럼에서 “올해 중앙1호 문건 내용으로 볼 때 AI, 빅데이터 등 첨단 기술을 활용해 농업 전 산업 체인에서 전면적인 스마트화가 진행될 것"이라며 "향후 중국 스마트 농업은 '시범 탐색' 단계에서 '대규모 확산' 단계로 점차 진입할 것이며, 이와 관련된 투자와 정책 보조금이 크게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중국은 이미 지난해에도 중앙재정에서 AI 농업 프로젝트에 300억 위안(약 5조7000억원)의 보조금을 지원하고, 스마트 농기계 구매 보조금으로 120억 위안을 투입했다.

지난해 10월엔 중국 농업농촌부가 스마트농업 인프라 구축, 국가 농업농촌 빅데이터 플랫폼 구축 등 내용을 담은 ‘전국 스마트농업 행동계획(2024~2028년)’도 발표했다.

비싼 비용, 인구 고령화 등 걸림돌도

사실 그동안 중국 농업장비 산업 발전은 더뎠던 게 사실이다. 농업장비는 중국의 첨단산업 육성 10개년 계획인 ‘중국제조2025(2015~2025년)’의 10대 하이테크 산업 중 하나로도 포함됐지만, 전기차·바이오 의약·로봇·차세대 정보기술(IT) 등 다른 산업과 비교해 목표 달성율이 가장 미흡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무엇보다 농업용 센서나 반도체 등 방면에서 여전히 기술 개발력이 떨어진다.

스마트 농업의 전국적 보급까지는 갈 길도 멀다. 스마트 농기계 장비 가격은 전통 장비의 3~5배에 달해 농가의 재정적 부담이 큰 데다가, 아직 기술적 성숙도가 낮아 정확성이 떨어지는 등의 문제점도 존재한다.

이밖에 중국 농촌 고령화 문제가 심각해 스마트 농업 기술 수용도가 낮고, 1인당 경작지 면적이 낮은 소농 중심의 농업경제 아래에서 스마트 농업의 규모의 경제가 실현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도 해결 과제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댓글0
0 / 300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