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조선 산업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해 중국과의 경쟁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지만 승리를 장담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중화권 유력지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3일 전문가들을 인용해 “트럼프 행정부의 이런 의지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 내에 중국의 조선 능력에 필적하는 성과를 거두는 건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SCMP는 “트럼프 행정부는 2026년 회계연도에는 1500억달러(약 204조원)의 국방비 가운데 300억 달러를 해군 함정 건조 등에 사용할 예정이고 한국·일본과의 조선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면서 이같이 전했다.
그러나 작년 미중 양국의 선박 건조 건수와 규모 등은 미국 조선 산업의 현실적 한계를 드러낸다고 지적받는다.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자료에 따르면 미국 내 조선소들은 2024년 선박 5척(총 7만6000t 규모)을 건조한 반면 국영 중국선박집단유한공사(CSSC)는 같은 해 선박 250척(총 1400만t 규모)을 제작해 납품했다.
SCMP는 중국이 저렴한 인건비와 대형 조선소 인프라를 기반으로 자국 해군 전력을 빠르게 강화해왔다고 전했다. 미 국방부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인민해방군의 해군이 370척 이상의 함선과 잠수함으로 구성된 전투 전력을 보유해 세계 최대 규모”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러한 열세를 만회하기 위해 조선 산업 재건에 나섰지만 전문가들은 근본적인 격차 해소는 쉽지 않다고 지적한다. 이에 비해 미국은 작년 말 기준 300척 미만의 함선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작년 11월 재선 후 당시 윤석열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에서 미국의 조선 능력 강화를 위해 한국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아울러 지난 4월 9일에는 ‘미국의 해상 지배력 회복’이라는 제목의 행정명령에 서명하기도 했다. 이는 미국 조선업 기반과 관련 노동력 회복, 그리고 중국 견제를 위한 대응 조치를 담고 있다.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도 지난 5월 31일 싱가포르에서 개최된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 연설을 통해 “세계적 수준인 동맹국의 함선 수리 역량을 활용해 미 해군의 작전 효율성을 향상시킬 것”이라고 역설했다.
SCMP는 미국이 한국·일본과 협업해 중국의 해상 지배력 강화에 대응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에서는 조선업 강화를 내용으로 하는 이른바 ‘선박법’이 발의된 가운데 한국의 한화오션은 필라델피아 소재 필리 조선소를 인수했고, 미 해군 함정의 유지·보수·정비(MRO) 사업이 한국에서 진행되는 중이다.
그러면서 트럼프 행정부는 한국·일본의 조선소와 협력하며 미 해군 함정의 공동 MRO를 확대하거나 미 조선소에 대한 한일 양국의 투자와 기술 이전을 요청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마카오 군사 전문가 앤서니 웡 둥은 “한일 양국이 미군의 통합 해군 무기 체계인 이지스 시스템을 써왔기 때문에 미국은 이들 국가와 우수한 조선 연맹을 형성할 수 있다”면서도 “불확실성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미국이 항공모함이나 잠수함 등을 건조하는 데 도움을 준 적이 없기 때문에 한일 양국의 조선소들이 미국의 요구 사항을 충족하는 데는 3∼5년이 걸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특히 미중 양국이 (대만 문제로) 2027년 갈등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중국에 대응할 미국의 함정 생산 준비가) 제때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제사회에선 시진핑 중국 주석의 5년간 ‘3기 집권’이 종료돼 제21차 공산당 전국 대표대회(당대회)에서 시 주석의 추가 집권 여부가 결정될 시점인 2027년 이전 중국의 대만 침공 가능성을 우려하며, 이 시기에 미국의 해군력이 중국을 압도하지 못할 경우 중국의 의지가 관철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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