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년 넘게 공연예술인들의 성장 터전이었던 학전블루 소극장이 어린이들의 꿈을 싹틔우는 '꿈밭'으로 바뀌었다. 대학로 소극장 공연문화의 상징적 공간이자 수많은 아티스트들의 열정이 스며든 무대가 시민과 기업, 예술계의 후원을 밑거름으로 삼아 미래 세대가 웃음꽃을 피우는 공간으로 거듭나며, 또 다른 30년의 이야기를 써내려갈 준비를 마쳤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이하 아르코)의 ‘아르코꿈밭극장’이 지난 4일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공연장으로 재개관했다.
아르코꿈밭극장은 3개월에 달하는 대대적인 수리를 통해 수준 높은 어린이·청소년 공연예술을 선보일 수 있는 공연장이 됐다. 공연장의 가파른 경사를 완만하게 낮춰 누구든 안전하게 공연을 볼 수 있고, 좌석도 자동으로 수납할 수 있도록 개선해 공연에 따라 아이들이 플로어에서 무대를 즐길 수 있다.

이번 재개관은 꿈밭펀딩 모금을 통해 약 2억5000만원에 달하는 후원금을 모았기에 가능했다. 주식회사 파라다이스를 비롯해 지에스비즈플, 남경주, 서현철, 최정원, 이정열, 고창석 등 배우 26인과 쇼노트 등 시민과 기업, 예술인들의 뜻깊은 후원이 이어졌다. 아르코는 이번 모금에 참여한 이들에 대한 예우를 담아 아르코꿈밭극장 입구로 들어서는 앞마당 외벽에 꿈밭펀딩 후원자들의 이름을 새긴 도너스월(Donor’s Wall)을 부착했다.
아르코는 주식회사 파라다이스, 지에스비즈플, 쇼노트, 후카후카스튜디오, 권영옥씨, 사단법인 한국뮤지컬협회 등에 후원 증서도 전달했다.
학전블루는 김광석, 안치환, 조규찬, 전인권, 장필순, 강산에 등 수많은 아티스트의 콘서트를 비롯해 록뮤지컬 '지하철 1호선'과 유홍준 교수의 '한국미술사' 공개강좌가 이뤄지는 등 33년간 공연예술인들의 성장 터전이자 한국 공연 문화의 못자리였다.

이날 재개관식에 참석한 배우 고창석씨는 “(학전블루가) 어린이 극장으로 거듭난 모습을 보니 울컥하다”고 말했다. 과거 학전블루의 무대에 섰던 그는 학전블루 폐업 소식에 상실감을 느꼈다고 한다. “남경주, 최정원 선배님과 함께한 뮤지컬 컴프롬어웨이가 (한국뮤지컬어워즈)에서 앙상블상을 받았어요. 상금을 어디에 쓸지 고민하던 중 꿈밭펀딩에 기부자하자는 의견으로 통일됐죠. 구체적인 성과를 직접 보니 뿌듯하네요.”
고 씨는 “(새 단장을 통해) 관객과 배우의 눈높이가 맞춰져 좋다”며 “언젠가 어린이극으로 이 무대에 서고 싶다. 제일 솔직하고 제일 무서운 관객이 아이들이다”라고 웃음지었다.

아르코는 앞으로도 꿈밭펀딩 모금을 통해 극장을 지속적으로 개선할 방침이다.
정병국 아르코 위원장은 “김민기 선생님께서 학전을 꾸려왔던 뜻을 국민과 기리고, 우리 아이들에게 꿈을 실어주기 위해 꿈밭펀딩을 만들게 됐다”며 “후원자들이 호응해 준 덕분에 이런 자리가 가능해졌다”고 밝혔다. 이어 “향후 1층은 어린이를 위한 라운지로 꾸며, 아이들이 언제든지 책을 읽고 놀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겠다”며 “어린이들이 마음껏 꿈과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는 장으로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한편, 이날 아르코꿈밭극장 재개관을 기념해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뮤지컬 <사슴 코딱코의 재판>이 열렸다. 한글자막과 수어 통역을 제공하는 베리어프리(Barrier-Free) 공연으로 진행돼 청각장애인도 공연을 즐길 수 있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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