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록빛 푸른 남해 바다의 끝자락. 바다 위 언덕에 층층이 쌓인 계단 같은 건물이 들어섰다. 이탈리아 남부 해안 마을 포지타노(Positano)가 연상되는 이국적인 건물. 이곳은 바로 경남 남해에 문을 연 ‘쏠비치 남해’다.
지난 5일 정식 개장한 쏠비치 남해는 대명소노그룹 소노인터내셔널이 네 번째로 선보이는 쏠비치 브랜드다. 양양과 삼척, 진도에 이어 이번에는 이탈리아 감성을 담은 ‘절벽형 리조트’ 콘셉트를 내세웠다.
쏠비치 브랜드는 지점마다 각기 다른 콘셉트를 취해왔다. 양양은 스페인 안달루시아를 닮은 건축으로 해변과 어울리는 유럽 감성을 살렸고, 삼척은 지중해풍 하얀 건물과 파란 지붕이 인상적인 가족형 리조트다. 진도는 프랑스 프로방스의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담았다.

그중에서도 쏠비치 남해는 ‘프리미엄 휴양’에 방점을 찍었다. 조용하고 프라이빗한 객실과 자연 친화적인 설계, 예술 감성을 접목한 콘텐츠로 차별화를 꾀한다.
자연 지형을 그대로 살린 단차 구조, 바다를 향해 완만하게 펼쳐지는 건축 배치는 이탈리아 포지타노와 남해 농촌문화경관 다랑이논에서 영감을 얻었다. 유럽에 직접 가지 않아도 유럽의 감성과 휴양을 동시에 누릴 수 있는 공간이 탄생한 것이다.
소노인터내셔널 관계자는 “쏠비치 남해는 기존 쏠비치의 대중적 리조트 이미지를 넘어 프리미엄 브랜드로서 방향성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공간”이라며 “지형과 예술, 남해라는 지역의 특성을 조화롭게 녹여낸 리조트로 평가받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프라이빗한 빌라부터 호텔까지 ‘전 객실 오션뷰’
객실 전면 통유리창을 열면 윤슬이 반짝이는 바다가 시야를 가득 채운다. 전 객실 오션뷰로 설계된 쏠비치 남해는 탁 트인 조망을 자랑한다. 프리미엄 호텔의 럭셔리함과 리조트의 편안함을 모두 갖춘 셈이다.
쏠비치 남해는 전체 부지 9만3153㎡(약 2만8000평) 규모에 총 451개 객실을 갖췄다. 이 중 호텔 객실은 366실로 슈페리어부터 프레지덴셜 스위트까지 6개 등급으로 구성됐다. 프라이빗 풀 객실과 복층형 객실도 운영된다.
취사 가능한 프라이빗 빌라는 총 85실. 전 객실이 독채형이며 정원 9인, 최대 12인까지 수용 가능하다. 각 빌라에는 개별 스파와 테라스가 있어 조용한 휴식을 원하는 가족이나 단체 고객에게 적합하다.
발코니에서는 바닷바람을 맞으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 미니바에는 이탈리아 국기 색을 형상화한 삼색 음료가, 욕실에는 스위스 럭셔리 브랜드 ‘쇼파드(Chopard)’의 레몬 돌치 라인 어메니티가 마련돼 있다.

호텔 객실 중 ‘프레지덴셜 스위트 풀 오션’은 남해 바다를 정면으로 마주하는 대형 창과 테라스 풀을 갖춘 객실이다. 내부에 방이 3개 있으며 방 한쪽에는 자쿠지도 마련돼 있다.
빌라 객실은 호텔과 또 다른 느낌을 자아낸다. 빌라는 ‘마레’ ‘솔레’ ‘루나’ 등 3개 등급으로 나뉘며, 가장 높은 등급인 루나 객실은 바닷가 특유의 자유로운 분위기를 담은 인테리어에 루프톱 개별 풀까지 마련돼 있다. 복층 천장 위로 별을 감상할 수 있는 구조도 인상적이다. 반려견과 함께 머물 수 있는 ‘펫 프랜들리’객실도 갖췄다.

◆남해의 바다와 풍미를 담은 식음 시설
쏠비치 남해가 가장 공들인 공간 중 하나는 식음 시설이다. 남해 특산물을 활용한 메뉴와 인테리어 곳곳에 바다 이미지를 고스란히 담았다.
식음 공간은 레스토랑 3개, 카페 3개, 비스트로 펍 1개 등 총 7곳이다.
1층 ‘리스토란테 셰프스키친’은 남해 해산물을 활용한 라이브 뷔페 레스토랑이다. 조식과 석식은 뷔페로 제공되며 남해 특산 재료를 활용한 메뉴가 인상적이다.

2층 모던 한식당 ‘바래’에서는 한식을 이탈리아식으로 재해석한 창의적인 메뉴를 만날 수 있다. 7~8월에는 남해 제철 민어로 만든 민어솥밥과 밥과 소스를 함께 떠먹는 전복 리조토를 제공한다. 이재천 쏠비치 남해 조리팀장은 “먹을 만큼만 해산물을 채취하는 걸 ‘바래’라고 한다”며 “남해 식재료를 활용한 퓨전 메뉴들을 다양하게 선보일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호텔 3층 메리디오네 베이커리&카페는 인테리어에 각별히 신경 썼다. 남해 바다의 잔잔함과 해안선 지층, 암석을 공간 곳곳에 구현했다. 따개비를 모티브로 천장에 낸 원형창에는 시간대마다 다른 자연광이 머문다. 카페 안쪽 벽면에는 약 2만2000개 자개가 수작업으로 설치돼 있다. 바다 이미지를 형상화한 이곳에서는 바람이 불면 자개들이 부딪혀 아름다운 소리를 낸다.

눈과 입을 즐겁게 하는 시그니처 음료도 눈길을 끈다. 유자의 따스한 색상을 석양으로 표현한 ‘남해유자 트로피칼 선라이즈’와 남해유자 에메랄드 바다’는 개성 강한 남해 유자를 최상의 레시피로 배합해 선보였다. 층이 나뉘어 있는 음료를 잘 섞으면 바다의 깊고 푸른 색상으로 변신한다.
수영장 옆에 자리한 풀사이드 스낵&바에서는 가락국수와 떡볶이, 라면과 같은 뻔한 메뉴 대신 스테이크 샌드위치와 먹물 오징어튀김 등 특별한 메뉴를 선보인다.


호텔에서 따로 떨어져 있는 야외 별관에는 비스트로&펍 ‘비스트로 게미’가 자리하고 있다. 이곳은 남부 방언으로 ‘맛의 깊이’를 의미하는 ‘게미’를 콘셉트로 했다. 스몰바이츠부터 플레이트 요리까지 다양한 주류와 어울리는 음식을 맛볼 수 있다.
게다가 이곳은 전통 어업 방식인 죽방렴과 생선을 말리는 덕장 등을 형상화한 인테리어로 남해 고유의 분위기를 더했다. 다랑이논 지형에서 착안한 계단식 테이블 배치도 쏠비치 남해의 정체성과 이어지는 부분이다. 외부 테라스에서는 다랑이논과 바다, 절벽이 어우러진 풍경과 석양을 감상할 수 있다.

◆한여름의 아이스링크, 예술을 품은 휴식 공간
쏠비치 남해는 부대시설에서도 독특한 시도가 이어졌다. 호텔 옥상 야외에는 한여름에 보기 힘든 아이스링크장을 만날 수 있다. 사계절 운영되는 야외 스케이트장 ‘아이스비치’는 고밀도 폴리에틸렌(HDPE) 친환경 소재로 제작돼 전기나 물 없이 운영된다. 덕분에 한여름에도 아이스링크를 즐길 수 있다.
전 피겨스케이팅 국가대표 최다빈은 “실제 얼음이 아니라 바닥이 파이지 않아서 기술 구현은 어렵지만 얼음보다 안전하게 스케이트를 탈 수 있어서 일반인들에게는 더욱 좋을 것”이라며 “실제 얼음 스케이트장과 70~80% 유사한 느낌”이라고 말했다.

인피니티풀 옆에는 아이들이 즐기기 좋은 키즈풀과 슬라이드 미끄럼틀이 마련돼 있다. 한 층 내려가면 가족끼리 즐기기 좋은 패밀리풀이 하나 더 모습을 드러낸다.

‘쏠비치 남해’는 머무는 것 자체가 문화 경험이 되도록 세계적인 작가들의 설치미술 작품도 곳곳에 배치했다.
루브르박물관 전시 작가 중 유일하게 생존해 있는 프랑스 작가 장-미셸 오토니엘의 ‘황금 연꽃’은 전통 정원과 연꽃을 모티브로 한 대형 조형물이 로비에 전시돼 있다. 작품 가격만 약 7억8300만원에 달한다.

장 줄리앙의 ‘선글라스 & 선 햇’은 유쾌한 시각적 유머로 테라스를 채웠다. 스티븐 해링턴의 체험형 설치 작품도 감상할 수 있다.
복합문화공간 ‘씨모어씨(See More Sea)’도 주목할 만한 공간이다. 이 공간 안에는 미디어존 ‘스피어(Sphere)’가 마련돼 있어 남해의 바다, 파도, 고요함과 같은 정서를 시청각적으로 구현했다. 이 공간은 추후 문화예술 공간으로 활용하거나 브랜드 파티를 위한 행사 장소로 이용할 계획이다.

쏠비치 남해를 충분히 즐겼다면 주변 관광지도 함께 둘러보자. ‘보물섬’이라고 불리는 남해에는 구석구석 보물 같은 아름다운 명소가 있다.
먼저 리조트에서 10분 거리에 자리한 ‘설리스카이워크’ 방문을 추천한다. 원통형 구조로 360도 어디에서나 남해 바다를 조망할 수 있는 설리스카이워크는 약 36m 높이에 폭 4.5m, 길이 79m짜리 구조물로 이루어졌다.

이곳에는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아찔한 체험이 기다리고 있다. 전망대 끝자락, 바다를 향해 설치된 ‘하늘그네’에 몸을 맡기는 순간 순식간에 공중으로 튕겨 오르며 짜릿한 쾌감이 몰려온다. 현장 직원이 힘껏 밀어 올리면 그네는 남해의 바람을 가르며 하늘로 솟구친다. 아래로는 끝없이 펼쳐진 바다가 발밑까지 파고들고, 머리 위로는 구름이 손에 잡힐 듯 흘러간다.
생각보다 훨씬 빠른 속도감과 중력의 쏠림, 공중에서의 무중력 같은 느낌이 어우러져 눈으로 볼 때보다 직접 체험했을 때의 스릴은 5배 이상. 한 번 타본 사람이라면 절로 비명을 터뜨릴 만큼 짜릿함을 느끼게 된다.

쏠비치 남해와 꼭 닮은 풍경을 지닌 관광지도 근처에서 만날 수 있다. 바다에서 시작해 산비탈을 따라 좁고 길게 이어지는 계단식 논, 바로 남해 다랑이마을이다. 마치 절벽 위에 정성껏 쌓아 올린 듯한 다랑이논은 층층이 굽이치는 논 옆으로 반짝이는 바다가 더해져 한 폭의 풍경화가 된다. 고요한 바다와 역동적인 지형이 어우러진 이곳은 쏠비치 남해의 설계 모티브가 된 장소이기도 하다.
다랑이의 명물인 암수바위와 밥무덤, 아찔한 구름다리, 발끝에 파도소리가 전해지는 몽돌해변까지, 마을을 천천히 걷다 보면 자연이 만든 조형미에 감탄하게 된다. 절벽처럼 층을 이룬 논 사이로 불어오는 바람, 그 틈으로 반짝이는 바다까지. 눈앞에 펼쳐진 풍경은 이탈리아 포지타노 전경과 오버랩되며 이국적인 감성을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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