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지난달 5일 캐피탈사 A사가 김모씨를 상대로 낸 대여금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앞서 A사는 대출모집법인 B사에 대출모집 업무를 위탁하고 있었다. B사 직원들은 A사가 자신들을 통해 신청되는 대출은 서류심사만으로 실행하는 점과 선행 대출을 받더라도 신용정보시스템 반영까지 시일이 걸리는 점을 이용해 이중 대출을 받기로 했다.
이들은 고객인 김씨를 대리해 다른 금융사로부터 선행 임대차보증금 담보대출을 받고, 이 과정에서 김씨에게 건네받은 인감증명서와 예금통장으로 김씨 명의로 대출서류를 위조해 A사에 동일한 임대차보증금 반환채권을 담보로 또 대출을 받았다. 이후 A사는 김씨에게 '표현대리책임'이 인정된다며 대여금을 반환하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표현대리책임은 본인의 대리인이 권한 외의 법률 행위를 했을 때 상대방으로서는 대리인에게 그런 권한이 있다고 믿을 만한 정당한 이유가 있다면 본인에게도 그 행위에 책임이 있다는 것을 말한다.
다만 대법원은 "이 사건 대출 계약 당시 대출모집법인 직원에게 김씨를 대리할 기본대리권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캐피탈사에게 해당 직원이 김씨의 권한을 행사해 대출을 신청한 것이라고 믿을 만한 정당한 사유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김씨의 표현대리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이어 "캐피탈사가 위탁계약으로 대출상품 판매를 촉진하고 분업의 이익을 누리는 한편 대출신청서의 신청인 자필서명 확인 등을 간접적으로 수행하게 됨으로써 위조 여부 등을 직접 조사하고 확인할 기회를 스스로 제약하는 거래구조를 선택했다"며 "그로 인한 불이익이나 위험도 원칙적으로 원고가 부담해야 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또한 대법원은 "금융회사가 대출모집인에 대한 관리·감독 의무를 부담하고 금융거래에서 본인 및 대리권 확인에 관해 일반인보다 고도의 주의의무가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설령 대출모집인이 금융회사와 위탁관계를 이용해 타인 명의를 모용해 대출 계약을 체결하고 금융회사가 그런 사정을 알지 못했더라도, 모용자가 본인 자신으로서 본인의 권한을 행사하는 것으로 믿은 데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쉽게 인정할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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