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트남이 제조·가공업 중심으로 상반기에 120억 달러(약 16조4508억 원) 외국인직접투자(FDI)를 유치하며 아시아 생산허브로서 입지를 굳혔다.
8일 베트남 현지 매체 VnExpress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베트남으로 유입된 FDI 총액은 약 215억 달러에 달했다. 그중에서도 제조·가공업은 120억 달러를 웃돌아 전체의 절반 이상(56.5%)을 차지하며 단일 산업으로서의 비중이 가장 높았다.
이는 수치상으로만 보면 단순히 공장과 설비가 늘어난 것 같지만, 실제로는 ‘글로벌 공급망 재편’의 최전선에 베트남이 다시 떠올랐음을 상징한다는 분석이 많다.
특히 주목할 점은 중국과 일본 기업의 활발한 투자다. 중국은 신규 프로젝트 수에서 무려 30% 이상을 차지하며, ‘차이나 플러스 원(China Plus One)’ 전략의 대표주자로 꼽힌다. 제조 원가 상승과 미·중 무역갈등 장기화가 맞물리며, 완제품·부품·소재 생산기지를 중국 외로 다변화하려는 흐름이 더욱 가속화됐다는 것이다.
일본 기업 역시 고부가가치 부품과 첨단장비 분야에서 베트남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전자·반도체·기계 부품 분야의 일본계 중견기업들이 베트남 북부 공업단지에 생산라인을 이전하거나 증설하는 사례가 연이어 발표됐다.
산업생산지표도 이를 뒷받침한다. 상반기 제조업·가공업 산업생산지수는 전년 동기 대비 11% 이상 증가해 전체 산업평균 증가율(9%)를 크게 웃돌았다. 다만, 국내외 수요가 회복세에 있지만, 아직 완전히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돌아온 것은 아니라는 진단도 있다.
특히 재고율이 단기 리스크로 꼽힌다. 상반기 제조업 재고율은 평균 85%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포인트 이상 높아졌다. 전문가들은 “내수 소비가 회복 국면에 있지만, 중국·미국 시장의 경기 둔화가 재고 해소 속도를 더디게 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업 신뢰도는 높다. 베트남 외국인투자국에 따르면 신규 등록 프로젝트 수는 오히려 전년 동기보다 13% 이상 늘어났다. 전체 투자금액은 신규 투자분이 다소 줄었지만 증액 및 인수합병(M&A)으로 보완됐다. FDI 투자자들의 ‘장기 베트남 러브콜’이 계속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전문가들은 “자유무역협정(FTA) 네트워크와 안정적 정치 리스크 관리가 여전히 베트남의 최대 강점”이라며 “글로벌 제조기업들이 ‘메이드 인 베트남’을 통해 관세 장벽을 최소화하려 한다”고 분석했다. 베트남은 EU-베트남 자유무역협정(VFTA),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등 다자·양자 FTA를 통해 50여개국과 무역특혜를 맺고 있다.
하반기 관전 포인트는 첨단산업과 친환경 생산으로의 전환이다. 정부는 반도체·배터리·친환경 소재 분야에 FDI를 집중 유치할 계획이다. 북부 박닌, 박장, 하이퐁 등 기존 공업벨트뿐만 아니라 중부·남부 신흥 공단에도 다국적 기업들이 잇따라 투자 의향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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