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첨단산업 투자 확대하려 건전성 규제도 건드나

  • 자본비율 규제 개선 TF…주담대 위험가중치 상향 논의

  • '정책 펀드' 출자 용이하도록 규제완화 방안 함께 검토

서울 시내 한 은행 창구 사진연합뉴스
서울 시내 한 은행 창구 [사진=연합뉴스]
금융당국이 은행대출에 적용하는 위험가중치를 조정해 첨단산업 등 분야로 자금 이동을 유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일각에서는 금융기관 자본적정성과 무관한 목적을 위해 건전성 규제를 변경하는 것에는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금융권 자본비율 규제 개선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하고 있다. 이를 통해 부동산 시장 불안이 지속되면 현재 15%인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위험가중치 하한을 높이는 방안을 살피고 있다.

위험가중치는 대출금 회수 가능성 등을 반영해 설정한다. 위험가중치가 반영된 위험가중자산이 낮을수록 핵심 건전성 지표인 자기자본비율을 관리하기 용이하다. 주담대는 담보가 비교적 확실한 안정적인 대출이므로 위험가중치가 낮게 적용된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이 같은 구조 때문에 은행들이 주담대 영업에 집중한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주담대 위험가중치 하한을 상향 조정하면 관련 위험가중자산 규모도 확대되므로 은행들은 주담대 규모를 줄이거나 자기자본 확대에 나설 수밖에 없다. 또한 위험가중자산은 국내 주요 금융지주사들이 주주환원 기준으로 삼는 보통주자본(CET1)비율에도 영향을 미친다. 위험가중치 조정은 주주환원책 등 사업계획에 다각도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금융당국은 이에 더해 ‘정책 펀드 출자 특례’ 관련 지침도 들여다보고 있다. 일반적으로 은행들의 지분 투자나 펀드 출자에는 위험가중치 400%가 적용된다. 다만 공적 자금이 일정 수준 기여하면 100%로 하향 조정할 수 있다는 특례 조항이 존재한다. 이와 관련해 해당 기준·조건 등을 명확하게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나선 것이다.

관련 기준에 따라 특례 적용 여부가 결정되면 건별로 검토하는 것보다 신속한 판단이 가능해진다. 위험가중치가 낮아지면 자기자본비율에 미치는 부담이 줄어드는 만큼 금융기관도 적극적인 의사 결정에 나설 수 있다.

이처럼 건전성 규제를 완화하는 내용이 구체화되면 인공지능(AI), 바이오, 에너지 등 첨단전략산업에 대한 금융권의 자금 투입을 유도할 수 있다. 정부가 위험가중치 특례 조건을 만족하는 정책 펀드를 조성한 뒤 금융권 자금을 유입시키는 그림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금융기관 건전성 규제 변화를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며 “아직 구체적으로 결정된 것은 없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정책적 목적을 위해 건전성 규제를 바꾸는 것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관련 조치가 실제로 추진된다면 국제결제은행(BIS) 기준으로 산출하는 자기자본비율이 세계적인 기준과 동떨어지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규제를 대폭 완화했다가 추후 금융기관 건전성 측면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며 “인센티브를 통해 자금 공급을 유도하는 방안에는 동의하지만 그로 인해 금융기관 건전성에 악영향을 미치면 안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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